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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실록 11권, 세조 4년 2월 13일 임인 1번째기사 1458년 명 천순(天順) 2년

후원에서 활쏘는 것을 구경한 후, 취중에 실수한 정인지를 추국하고 고신을 거두다

후원에 나아가 활쏘는 것을 구경하였다. 양녕 대군(讓寧大君) 이제(李禔)·임영 대군(臨瀛大君) 이구(李璆)·영응 대군(永膺大君) 이염(李琰)·경녕군(敬寧君) 이비(李)·함녕군(諴寧君) 이인(李䄄)·익녕군(益寧君) 이치(李)·계양군(桂陽君) 이증(李璔)·의창군(義昌君) 이공(李玒)·밀성군(密城君) 이침(李琛)·익현군(翼峴君) 이관(李璭)·영의정 정인지(鄭麟趾)·좌의정 정창손(鄭昌孫)·우의정 강맹경(姜孟卿)·운성 부원군 박종우(朴從愚)·영천 부원군 윤사로(尹師路)·좌찬성 신숙주(申叔舟)·우찬성 황수신(黃守身)·좌참찬 박중손(朴仲孫)·우참찬 성봉조(成奉祖)·병조 판서 홍달손(洪達孫)·지중추원사 양정(楊汀)·한성부 윤 이윤손(李允孫)·도승지 조석문(曹錫文)·좌승지 윤자운(尹子雲)·우승지 한계미(韓繼美)·우부승지 김질(金礩)·동부승지 정식(鄭軾)이 모시었다. 임금이 조석문으로 하여금 정인지(鄭麟趾)를 힐문하게 하기를,

"내가 복세암(福世庵)을 세우고 경지(經紙)를 만들어도 경은 대신으로서 한마디 말도 없더니, 바로 어제 취중(醉中)에 나를 욕보임은 무슨 연고인가?"

하니, 대답하기를,

"취중의 일이라 살펴 기억하지 못합니다."

하였다. 또 조석문에게 명하여 말하게 하기를,

"어제의 말은 경(卿)이 취했기 때문에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나, 지금은 경이 취하지 않았으니 일일이 내게 고하라. 부처의 도리가 되는 것은 어떠하며, 유학의 도리가 되는 것은 어떠한가?"

하니, 정인지가 분명하게 말하지 못하였다. 또 조석문에게 명하여 말하게 하기를,

"군왕이 묻는데 경이 대답하지 못하니, 이것은 불경(不敬)함이다."

하니, 정인지가 또 어제 너무 취하였음을 핑계하며 끝내 변석(辨析)하지 않았다. 임금이 정인지에게 명하여 술잔을 올리게 하였다. 정인지가 물러가서 말하기를,

"신숙주는 잘 마시면서도 마시지 않았는데, 나는 신숙주의 잘 마시면서도 마시지 않음만 같지 못하여 이 지경에 이르렀다."

하였다. 날이 저무니, 명하여 정인지에게 그의 집에 돌아가게 하고, 의금부에 전지하기를,

"정인지는 임금 앞에서 무례하게 말하기를, ‘하루도 보전(保全)할 수 없습니다.’ 하고, 또 말하기를, ‘연일 항형(抗衡)하니 깊은 못에 떨어지려는 것 같습니다.’ 하였다. 친히 《용(庸)》·《학(學)》098) 을 물은즉, 말귀마다 승설(僧說)로써 대답하며 모만(侮慢)하여 위[上]를 능멸하였고 한 마디 대답도 없이 양녕 대군에게 눈짓하며 내 말을 듣고도 조금도 귀에 남지 않아, 대군으로 하여금 조답(助答)하는데 이르렀으니 그를 추국(推鞫)하여 아뢰라."

하고, 명하여 정인지의 고신(告身)을 거두었다.


  • 【태백산사고본】 4책 11권 14장 A면【국편영인본】 7책 255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사법-탄핵(彈劾) / 인사-관리(管理) / 사상-유학(儒學) / 사상-불교(佛敎) / 인물(人物)

  • [註 098]
    《용(庸)》·《학(學)》 : 《중용(中庸)》과 《대학(大學)》.

○壬寅/御後苑觀射, 讓寧大君 臨瀛大君 永膺大君 敬寧君 諴寧君 益寧君 桂陽君 義昌君 密城君 翼峴君 、領議政鄭麟趾、左議政鄭昌孫、右議政姜孟卿雲城府院君 朴從愚鈴川府院君 尹師路、左贊成申叔舟、右贊成黃守身、左參贊朴仲孫、右參贊成奉祖、兵曹判書洪達孫、知中樞院事楊汀漢城府尹李允孫、都承旨曺錫文、左承旨尹子雲、右承旨韓繼美、右副承旨金礩、同副承旨鄭軾侍。 上令錫文麟趾曰: "予建福世庵造經紙, 卿以大臣無一言, 乃於昨日, 醉中辱我, 何也?" 對曰: "醉中之事, 不得省記。" 又命錫文語之曰: "昨日之言則卿以爲醉而不記, 今卿不醉, 可一一告我。 佛之爲道何如? 儒之爲道何如?" 麟趾不明言。 又命錫文語之曰: "君王之問, 卿不答, 是不敬也。" 麟趾又稱昨醉太甚, 終不辨析。 上命麟趾進爵, 麟趾退而言曰: "申叔舟能飮而不飮, 吾不如叔舟之能不飮, 得至於此。" 日暮, 命麟趾歸其第, 傳旨義禁府曰: "鄭麟趾君前無禮, 有曰 ‘一日不得保全’, 有曰 ‘連日抗衡, 若將隕于深淵’, 親問《庸學》則言言句句答以僧說, 侮慢陵上, 無一答言, 目在讓寧大君, 聞予言, 暫不攝耳, 至使大君助答, 其推鞫以聞。" 命收麟趾告身。


  • 【태백산사고본】 4책 11권 14장 A면【국편영인본】 7책 255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사법-탄핵(彈劾) / 인사-관리(管理) / 사상-유학(儒學) / 사상-불교(佛敎) / 인물(人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