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사한 초피 이엄을 빼앗고 신문한 죄로 사헌 장령 강자평에게 장을 때리다
국제(國制)에 조관(朝官) 3품 이상이라야 비로소 초피 이엄(耳掩)의 착용을 허용하였는데, 영응 대군(永膺大君) 이염(李琰)의 계집종[婢] 중춘(仲春)이 현가(絃歌)1071) 를 잘하여 일찍이 내사(內賜)1072) 한 초피 이엄을 쓰고 다녔다. 사헌부 서리(司憲府書吏)가 이를 체포하여 본부에 고하므로, 그 이엄(耳掩)을 빼앗고 중춘을 구금하여 신문(訊問)하니,
"이것은 내가 받은 사물(賜物)입니다."
라고 말하였으나, 대관(臺官)이 힐문(詰問)하기를,
"무엇에 의거하여 증험(證驗)하겠느냐?"
하고, 그대로 둔 채 다시 묻지 않고 달을 넘겼다. 이때에 이르러 중춘이 대내(大內)로 들어가 〈그 전말을〉 갖추어 아뢰었다. 때마침 장령(掌令) 강자평(姜子平)이 공무로 예궐(詣闕)하였는데, 임금이 사람을 시켜 묻기를,
"중춘의 이엄은 내가 준 것이다. 무엇 때문에 잡아서 추핵(推劾)하였으며, 잡은 뒤 다시 지연하여 결단하지 않는 것은 무슨 뜻이냐? 네가 네 부(府)1073) 로 물러가 네 동료들에게 물어서 계달하라."
하니, 강자평이 대답하여 아뢰기를,
"몰랐습니다. 진실로 하사하신 것을 알았다면 어찌 감히 추핵했겠습니까? 본부의 모든 동료의 생각도 본시 이에 벗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하였다. 이때 임금이 대신과 더불어 경회루 아래에서 술자리를 베풀고 있다가 강자평을 불러 물었는데, 강자평이 놀라고 두려워하여 어찌할 바를 몰라 대답을 잘못하였다. 위사(衛士)1074) 에게 명하여 강자평을 결박하고 장(杖) 수십 대를 때리고, 얼마 있다가 석방하도록 명하여 다시 직무를 보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책 10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7책 242면
- 【분류】사법-법제(法制) / 의생활-장신구(裝身具) / 왕실-사급(賜給) / 왕실-의식(儀式) / 예술-음악(音樂) / 사법-재판(裁判) / 사법-행형(行刑) / 인사-임면(任免)
- [註 1071]현가(絃歌) : 거문고 등과 함께 아울러서 하는 노래.
- [註 1072]
내사(內賜) : 임금이 물건을 신하에게 내려 줌. 내하(內下).- [註 1073]
부(府) : 사헌부.- [註 1074]
위사(衛士) : 대궐이나 능(陵)·관아(官衙)·군영(軍營)을 지키던 장교(將校).○國制, 朝官三品以上, 方許著貂皮耳掩。 有永膺大君 琰婢仲春, 善絃歌, 嘗著內賜貂皮耳掩而行。 司憲府書吏捕告本府, 沒其耳掩, 拘仲春訊之, 則 "此吾受賜物也", 臺官詰之云: "憑何爲驗?" 置不復問踰月矣。 至是仲春入內具啓, 適掌令姜子平以事詣闕, 上使問: "仲春耳掩, 予賜也。 何故捕劾? 旣捕之, 又遲回不決, 何意也? 爾退爾府, 問諸爾僚以啓。" 子平對曰: "不知耳。 苟知所賜, 何敢推劾! 本府諸僚之意, 固不出此。" 時, 上方與大臣置酒慶會樓下, 召子平問之, 子平驚懼迷亂失對。 命衛士縛子平杖數十, 尋命釋之, 令復就職。
- 【태백산사고본】 4책 10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7책 242면
- 【분류】사법-법제(法制) / 의생활-장신구(裝身具) / 왕실-사급(賜給) / 왕실-의식(儀式) / 예술-음악(音樂) / 사법-재판(裁判) / 사법-행형(行刑) / 인사-임면(任免)
- [註 10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