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에서 관사하고 어제시를 내려 재추에게 갱진토록 하다. 어제시의 내용
후원에 나아가서 관사(觀射)하였는데, 종친과 우의정 강맹경(姜孟卿), 좌찬성 신숙주(申叔舟), 병조 판서 홍달손(洪達孫), 지중추원사 홍윤성(洪允成)·양정(楊汀), 동지중추원사 심결(沈決), 부윤(府尹) 강곤(康袞), 첨지중추원사 어득해(魚得海)와 승지 등이 모시고 활을 쏘았다. 양녕 대군(讓寧大君) 이제(李禔)·임영 대군(臨瀛大君) 이구(李璆)·영응 대군(永膺大君) 이염(李琰)·경녕군(敬寧君) 이비(李)·계양군(桂陽君) 이증(李璔)·익현군(翼峴君) 이관(李璭)·보성군(寶城君) 이합(李㝓)과 강맹경·홍달손·홍윤성·심결, 도승지 조석문(曹錫文), 좌승지 윤자운(尹子雲)에게 각각 말 1필을 하사하였다. 어제시(御製詩)에 이르기를,
"고굉(股肱)들이 풍운(風雲)을 만나
나를 추대하여 난국(難局)을 건졌도다.
먼 팔방(八方)까지 요기(妖氣)가 걷히고,
사방의 백성들이 편안하게 지내네.
조정에 임하여는 정사를 두려워하고,
간(諫)함을 만나면 따르고 어기지 않도다.
태평 치세(治世)는 오늘만이 아니니,
자손에게 주어 길이 후일에 편안을 전하리라.
이미 쉽게 창업(創業)은 하였지만,
마땅히 수성(守成)의 어려움을 알아야 할 것이로다.
아침이 밝아오면 만기(萬幾)1064) 에 힘을 쓰고,
저녁 나절이면 근심에 싸여 편할 겨를이 없네.
처음이 있으면 진실로 종말이 있는 법
모름지기 정력을 다시 쏟지 않으리요."
하였다. 또 사시도(四時圖)1065) 의 족자(簇子)를 내어 군신(群臣)에게 보이고, 어제시를 판사재감사(判司宰監事) 성임(成任)으로 하여금 그 족자에 쓰게 하였다. 그 시에 이르기를,
"가시 울타리에 참새 많이 모이고,
복사꽃 만발하여 가지마다 붉구나.
사면이 온통 봄빛으로 덮였는데,
노니는 나비는 동서쪽이 없어라.
하루 아침 서리에 단풍잎 떨어지니,
청청(靑靑)한 저 소나무 홀로 서 있네."
하였는데, 모든 재추(宰樞)에게 갱진(賡進)1066) 하도록 명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책 10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7책 242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왕실-사급(賜給) / 왕실-국왕(國王) / 어문학-문학(文學) / 예술-미술(美術)
- [註 1064]
○丁亥/御後苑觀射, 宗親及右議政姜孟卿、左贊成申叔舟、兵曹判書洪達孫、知中樞院事洪允成ㆍ楊汀、同知中樞院事沈決、府尹康袞、僉知中樞院事魚得海、承旨等侍射。 賜讓寧大君 禔、臨瀛大君 璆、永膺大君 琰、敬寧君 、桂陽君 璔、翼峴君 璭、寶城君 㝓、孟卿、達孫、允成、決、都承旨曺錫文、左承旨尹子雲馬各一匹。 御製詩曰: "股肱會風雲, 推我濟時難。 八極妖氛淸, 四方民物閑。 臨朝政有懼, 遇諫從弗咈。 致治非獨今, 貽燕垂後日。 旣能易創業, 當知難守成。 朝顯勤萬幾, 夕(惕)〔陽〕 勿遑寧。 有始苟有終, 不須臾勵精。" 又出四時圖簇示群臣, 御製詩, 令判司宰監事成任書于簇, 其詩曰: "棘籬多萃雀, 桃花滿枝紅。 四面皆春色, 遊蝶無西東。 一朝楓葉落, 靑靑獨有松。" 命諸宰樞賡進。
- 【태백산사고본】 4책 10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7책 242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왕실-사급(賜給) / 왕실-국왕(國王) / 어문학-문학(文學) / 예술-미술(美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