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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실록 10권, 세조 3년 11월 10일 경오 1번째기사 1457년 명 천순(天順) 1년

한명회·구치관을 명에 보내 해양 대군을 세자로 봉해줄 것을 청한 주본

이조 판서 한명회(韓明澮)와 예조 참판(禮曹參判) 구치관(具致寬)을 명(明)나라에 보내어서 해양 대군(海陽大君)을 세자로 봉(封)하여 줄 것을 청하고, 겸하여 해청(海靑)과 토골(兎鶻)949) 을 바쳤다. 그 주본(奏本)에 이르기를,

"신(臣)의 세자 이장(李暲)천순(天順) 원년950) 9월 초2일에 병으로 죽었습니다. 둘째 아들 이황(李晄)이장(李暲)모제(母弟)951) 로서 현재 나이 9세인데, 나라 사람들이 세자로 삼기를 청하므로 신이 감히 독단하지 못하고 이를 위하여 삼가 갖추어 아룁니다."

하였다. 어전 예물(御前禮物)은 황세저포(黃細苧布) 20필(匹), 백세저포(白細苧布) 20필, 흑세마포(黑細麻布) 50필, 용문염석(龍文簾席) 4장, 황화석(黃花席) 10장, 만화석(滿花席) 10장, 만화방석(滿花方席) 10장, 잡채화석(雜彩花席) 10장, 석등잔(石燈盞) 4사(事), 잡색마(雜色馬) 15필이며, 황태자 예물(皇太子禮物)은 백세저포 20필, 흑세마포 20필, 만화석 10장, 잡채화석 10장, 잡색마 4필이었다. 조석문(曹錫文)·윤자운(尹子雲)·한계미(韓繼美)에게 명하여 모화관(慕華館)에 가서 한명회 등을 전송하게 하고, 임금이 한명회의 종사관(從事官) 임원준(任元濬)을 인견하고 이르기를,

"예문관(藝文館)에 없는 서적과 의방(醫方)·불서(佛書)를 되도록 많이 구입해 오라."

하였다. 한명회(韓明澮)·구치관(具致寬)이 장차 떠나려 하는데, 임금이 안마(鞍馬)952) ·궁시(弓矢)·초구(貂裘)·초관(貂冠) 등을 하사하니, 무릇 몸에 따른 의장(衣仗)이 하나라도 갖추지 않은 것이 없었다. 어선(御膳)953) 에서 진수(珍羞)를 나누어 주고, 특히 별사옹(別司饔)954) 1인을 붙여주어 따라가도록 하였다. 상호군(上護軍) 조득림(趙得琳)에게 명하여 평양(平壤)·안주(安州)·의주(義州)에서 위로연을 베풀고, 파사포(婆娑鋪)까지 가서 전송하고 돌아오게 하였다. 한명회 등이 이미 장도에 오르자 임금이 이르기를,

"점차 추워지고 길이 멀어지면, 눈바람이 뼈를 찌르면서 더욱 쉽사리 옷깃 사이로 파고들 것이다."

하고, 명하여 초피(貂皮)로 목도리[回項]를 만들어서 역로(驛路)를 달려 하사하게 하였다. 뒤에 이징규(李澄珪)가 진응사(進鷹使)로 갈 때 세마포(細麻布) 5필을 주어 한명회 등에게 하사하여 주찬(酒饌)의 비용에 충당하게 하고, 또 이르기를,

"원행(遠行)하는 데 몹시 괴로울 것이니, 한번 기꺼이 마시도록 하라."

하였다. 한명회 등이 하사를 받아 술과 안주를 사서 수행하는 모든 관원을 모아 놓고 마셨는데, 먼저 사배(四拜)를 행하고, 이징규(李澄珪)가 술을 들어 서서 내려 주니 한명회 이하가 모두 부복(俯伏)하고 받았다. 관인(館人)과 외방으로부터 온 자들이 모두 바라보고 이상히 여겨 역자(譯者)에게 묻기를,

"절하고 앉아 엎드려 마시니, 이는 무슨 예(禮)인가?"

하니, 역자가 말하기를,

"임금의 하사에 배례하는 것이다."

하고, 인하여 그 까닭을 설명하니, 곁에 한 유생(儒生)이 있다가 말하기를,

"사람들이 예의(禮義)의 나라라고 하더니 과연 그렇구나."

하고 탄미(歎美)하여 마지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4책 10권 2장 A면【국편영인본】 7책 234면
  • 【분류】
    외교-명(明) / 왕실-의식(儀式) / 왕실-사급(賜給) / 출판-서책(書冊) / 사상-불교(佛敎) / 의약-의학(醫學) / 무역(貿易)

  • [註 949]
    토골(兎鶻) : 매의 일종.
  • [註 950]
    천순(天順) 원년 : 1457 세조 3년.
  • [註 951]
    모제(母弟) : 동복(同腹) 아우.
  • [註 952]
    안마(鞍馬) : 안장 갖춘 말.
  • [註 953]
    어선(御膳) : 임금에게 올리는 음식.
  • [註 954]
    별사옹(別司饔) : 각 궁전(宮殿)에서 음식을 조리하는 구실아치.

○庚午/遣吏曹判書韓明澮、禮曹參判具致寬, 如大明, 請封世子, 兼獻海靑、兔鶻。 奏本曰:

臣世子天順元年九月初二日, 患病身故。 第二子, 係母弟, 見年九歲, 國人請爲世子, 臣未敢擅便, 爲此謹具奏聞。" 御前禮物, 黃細苧布二十匹、白細苧布二十匹、黑細麻布五十匹、龍文簾席四張、黃花席一十張、滿花席一十張、滿花方席一十張、雜彩花席一十張、石燈盞四事、雜色馬一十五匹。 皇太子禮物, 白細苧布二十匹、黑細麻布二十匹、滿花席一十張、雜彩花席一十張、雜色馬四匹。 命曺錫文尹子雲韓繼美, 往慕華館, 餞明澮等。 上引明澮從事官任元濬謂曰: "藝文館所無書籍醫方佛書, 可多購來。" 明澮致寬之將行也, 上賜鞍馬、弓矢、貂裘、貂冠, 凡隨身衣仗, 無一不備。 分御膳珍羞, 特付別司饔一人隨行。 命上護軍趙得琳慰宴於平壤安州義州, 餞于婆娑鋪而還。 明澮等旣上道, 上曰: "(祈)〔祁〕 寒遠道, 風雪砭骨, 尤易侵衣領間。" 命用貂皮作回項, 馳驛以賜。 後李澄珪以進鷹使行, 命授細麻布五匹, 就賜明澮等, 爲酒饌費, 且曰: "甚苦遠行, 可一懽飮。" 明澮等受賜貰酒饌, 會諸從官飮, 未卽席, 先行四拜, 澄珪擧酒立賜, 明澮以下俯伏受之。 館人及自外至者, 皆望見異之, 以問譯者曰: "拜而坐, 伏而飮, 是何禮也?" 譯者曰: "拜君賜也。" 因道其所以, 傍有一儒生曰: "果若人言禮義之邦也。" 嘖嘖稱歎。


  • 【태백산사고본】 4책 10권 2장 A면【국편영인본】 7책 234면
  • 【분류】
    외교-명(明) / 왕실-의식(儀式) / 왕실-사급(賜給) / 출판-서책(書冊) / 사상-불교(佛敎) / 의약-의학(醫學) / 무역(貿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