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회루 동편방에서 좌의정 정창손 등과 원평·과천의 묘지를 의논하다
경회루 동편방(東偏房)에 나아가서 좌의정 정창손(鄭昌孫)·우의정 강맹경(姜孟卿)·좌찬성 신숙주(申叔舟)·우찬성 황수신(黃守身)·판원사(判院事) 권남(權擥)·좌참찬 박중손(朴仲孫)·병조 참판 구치관(具致寬)·도절제사 홍윤성(洪允成)·한성부 윤 이순지(李純之)·좌부승지 권지(權摯)·우부승지 김질(金礩)·동부승지 정식(鄭軾)·좌필선 임원준(任元濬), 풍수학 노목(魯穆)·안효례(安孝禮)·조수종(曹秀宗) 등을 인견하고, 전에 상지한 과천·원평의 산세(山勢)를 의논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나는 이른바 주산(主山)이라는 것을 잘 모르는데, 현궁(玄宮) 위에 산맥(山脈)이 떨어진 곳이 주산이 되는 것인가, 산이 쭉 뻗어 내려가다가 용호(龍虎) 밖으로 10여 리를 나가서 높은 봉(峰)이 있으면 이것으로 주산을 삼는 것인가?"
하니, 임원준·노목은 말하기를,
"산맥이 떨어진 곳이 주산이 됩니다."
하고, 이순지·안효례는 말하기를,
"산맥이 생겨 나오다가 가장 높게 솟은 곳이 주산이 됩니다."
하여 의논이 분운(紛紜)하니, 마침내 귀일(歸一)을 보지 못하였다. 구치관이 인하여 아뢰기를,
"소[牛]라는 것은 인민들이 토지를 갈아 먹는 것을 의뢰하는 물건인데, 우리 나라에는 소는 적고 말이 많으니, 청컨대 제도(諸道)의 목장(牧場)의 아마(兒馬)를 소로 바꾸어서 넓고 물과 풀이 다 풍족한 곳에 방목(放牧)하여 번식(蕃息)시키게 하소서."
하고, 김질이 아뢰기를,
"장생전(長生殿)818) 이 좁으니, 청컨대 처마[簷宇]를 달아 내게 하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내가 폐단을 없애고자 하니, 그리 하지 말라."
하였다. 신숙주가 아뢰기를,
"공역(功役)이 매우 적습니다."
하였으나, 임금이 그래도 윤허하지 않았다. 이어서 정창손·강맹경·신숙주·황수신·권남·박중손·김질·정식을 머무르게 하고, 임영 대군(臨瀛大君) 이구(李璆)와 계양군(桂陽君) 이증(李璔)에게 명하여 그들을 먹이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책 9권 7장 B면【국편영인본】 7책 221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종친(宗親) / 농업-축산(畜産) / 교통-마정(馬政) / 건설-건축(建築)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註 818]장생전(長生殿) : 조선조 때 공신(功臣)의 화상(畫像)과 관재(棺材)인 동원 비기(東園秘器)를 보관하던 곳. 태조 4년(1395)에 지어 태종 11년(1411)에 이를 수리하여 사훈각(思勳閣)이라 개칭하고 태조와 개국 공신의 화상만 두었음.
○御慶會樓東偏房, 引見左議政鄭昌孫、右議政姜孟卿、左贊成申叔舟、右贊成黃守身、判院事權擥、左參贊朴仲孫、兵曹參判具致寬、都節制使洪允成、漢城府尹李純之、左副承旨權摯、右副承旨金礩、同副承旨鄭軾、左弼善任元濬、風水學魯穆ㆍ安孝禮ㆍ曺秀宗等, 議前所相果川、原平山勢。 上曰: "予不審所謂主山者, 玄宮之上落脈處爲主山乎? 逶迤出龍虎外十餘里有高峰, 則以此爲主山乎?" 元濬、穆曰: "落脈處爲主山。" 純之、孝禮曰: "山脈起來最高處爲主山。" 議者紛紜, 竟未歸一。 致寬因啓曰: "牛者, 生民耕食之所賴, 而我朝牛少馬多, 請以諸道牧場兒馬換牛, 放閑曠水草俱足之地, 使之孶息。" 金礩曰: "長生殿陜隘, 請補以簷宇。" 上曰: "予欲除弊, 勿爲之。" 叔舟曰: "功役甚少。" 上猶不允。 仍留昌孫、孟卿、叔舟、守身、擥、仲孫、礩、軾, 命臨瀛大君 璆、桂陽君 璔飮之。
- 【태백산사고본】 4책 9권 7장 B면【국편영인본】 7책 221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종친(宗親) / 농업-축산(畜産) / 교통-마정(馬政) / 건설-건축(建築)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