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지·강맹경 등에게 한강 남쪽 나루에 가서 왕세자의 묘지를 상지케 하다
정인지(鄭麟趾)·강맹경(姜孟卿)·신숙주(申叔舟)·한명회(韓明澮)·황수신(黃守身)·권남(權擥)·이순지(李純之)·정식(鄭軾)·임원준(任元濬) 및 풍수학(風水學)의 노목(魯穆)·안효례(安孝禮)·원구(元龜)·조수종(曹秀宗) 등에게 명하여 한강(漢江) 나루 남쪽으로 가서 왕세자의 묘지(墓地)를 상지(相地)하게 하였다. 강맹경 등이 회계(回啓)하기를,
"신 등이 본 여러 산은 모두 쓸 수 없었으나, 오로지 한강 나루 남쪽에 한 해좌(亥坐)805) 의 금산(金山)을 얻었는데 쓸 만합니다."
하였으나, 홀로 정인지만은 불가하게 여겨서 말하기를,
"이 산은 산이 물을 따라서 달리니, 왼쪽으로 안고 돌지 않아서 결단코 쓸 수 없습니다. 다시 좋은 곳을 골라야 하겠습니다."
하였다. 노목(魯穆)은 여러 사람의 의논과 같았고, 안효례(安孝禮)·조수종(曹秀宗)은 정인지의 말과 같았다. 임금이 전지하기를,
"나는 항상 여러 사람의 의견에 따랐다. 내일 날이 갤 것 같으면 마땅히 친히 행행(行幸)하여 자세히 볼 것이니, 경(卿) 등은 나를 좇도록 하라."
하였다. 정인지(鄭麟趾)가 인하여 아뢰기를,
"군왕은 비록 부모의 상(喪)이라 할지라도 졸곡(卒哭)이면 육선(肉膳)을 드시나, 만일 질병을 만나게 되면 비록 졸곡 전이라도 오히려 마땅히 육선을 드는데, 더구나 이제 지존(至尊)하신 몸으로 하민(下民)에 임하여 계신 터이니, 육선(肉膳)을 드시도록 청합니다."
하니, 임금이 전지하기를,
"차마 못하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책 9권 4장 B면【국편영인본】 7책 220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종친(宗親) / 왕실-행행(行幸) / 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식생활-주부식(主副食)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註 805]해좌(亥坐) : 묏자리나 집터 따위가 해방(亥方), 곧 북북서(北北西)를 등지고 사방(巳方) 곧 남남동(南南東)을 바라보고 앉음. 해좌 사향(亥坐巳向).
○命鄭麟趾、姜孟卿、申叔舟、韓明澮、黃守身、權擥、李純之、鄭軾、任元濬及風水學魯穆ㆍ安孝禮ㆍ元龜ㆍ曺秀宗, 往漢江渡南, 相王世子墓地。 孟卿等回啓曰: "臣等所見諸山, 皆不可用, 獨漢江渡南得一亥坐金山, 可用。" 麟趾獨不可曰: "此山, 山隨水走, 左不回抱, 斷不可用, 更擇好處。" 魯穆如群議, 孝禮、秀宗如麟趾言。 傳曰: "予常從衆。 明日若晴, 則當親幸細看, 卿等可從我。" 麟趾因啓曰: "人君, 雖父母之喪, 卒哭則進肉, 若遇疾病, 雖未卒哭, 猶當進肉, 況今以尊臨卑, 請進肉膳。" 傳曰: "不忍也。"
- 【태백산사고본】 4책 9권 4장 B면【국편영인본】 7책 220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종친(宗親) / 왕실-행행(行幸) / 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식생활-주부식(主副食) /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