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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실록8권, 세조 3년 7월 14일 을해 1번째기사 1457년 명 천순(天順) 1년

좌사간 김종순 등이 순수에 관한 일로 상소를 올렸으나 불윤하다

사간원(司諫院) 좌사간(左司諫) 김종순(金從舜) 등이 상소(上疏)하기를,

"신 등이 근래 순수(巡狩)하는 것은 사의(事宜)에 알맞지 않다고 천청(天聽)을 우러러 번독(煩瀆)하였으나, 유윤(兪允)을 받지 못하였으므로 다시 글을 지어서 아룁니다.

신 등이 그윽이 생각하건대 우리 나라에서 근년 이래로 기근(饑饉)이 서로 잇달아서, 지난해에 이른 가뭄과 늦은 장마로 볏곡식[禾稼]이 풍년들지 못하였는데, 남쪽 지방은 더욱 심하여 백성들이 생업(生業)을 잃고 유리(流離)하여 굶주려 죽어가며, 능히 미음과 죽(粥)을 잇댈 수 있는 자도 백에 한두 사람 밖에 아니됩니다. 나무 열매를 줍고 소나무 껍질을 벗겨서 아침 저녁의 끼니를 연명(延命)하니, 비록 사자(使者)를 보내어 진휼(賑恤)하더라도 관에 축적(蓄積)한 것이 없으므로 능히 급(急)한 데 두루 미칠 수가 없습니다. 금년에도 봄부터 여름까지 몇 달 잇달아 비가 오지 않아서 백성들은 보리 양식이 없으며, 제때에 파종(播種)한 자도 또한 드뭅니다. 근일에 비록 조금 비가 왔으나 옥초(沃焦)709) 의 가마솥[釜]과 같아서 다시 가을 농사의 기대가 없어지게 되었습니다. 신 등은 내년의 흉년이 금년보다 더 심할까 그윽이 두렵습니다.

지금은 마땅히 쓸데없는 일을 정지시키고 쓸데없는 비용을 줄여서 조용히 이를 진정시키고, 오로지 진휼(賑恤)에만 힘써도 오히려 넉넉하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바로 이러한 때에 이러한 큰 일이 있으니, 비록 수레와 사람을 간략히 하고 쓰는 비용을 줄여서 폐단이 백성들에게 미치지 않도록 한다 하나, 그러나 대가(大駕)가 이르는 곳마다 사졸(士卒)들이 양식을 마련하는 비용과 주군(州郡)에서 분주히 뛰어다니는 폐단과 관우(館宇)와 도로(道路)의 수리와 치중(輜重)710)추속(芻粟)711) 을 나르는 일과 그 밖의 폐단을 어찌 일일이 다 없앨 수 있겠습니까? 만일 일을 맡아 보는 신하들이 성상의 뜻을 몸받지 아니하고 털끝만큼 조그만한 일이라도 백성들에게 소요(騷擾)를 미친다면, 전하께서 백성들을 불쌍히 여기시고 폐단을 물리치시는 거룩한 마음이 못되는 것입니다.

신 등이 또 생각하건대, 거동(擧動)은 인군(人君)의 큰 예절(禮節)이니 신중하게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 만약 종묘(宗廟)·사직(社稷)이 있는 곳을 떠나서 열흘을 보내고 한 달이 지나도록 변경(邊境)의 땅을 순행(巡幸)한다면 도로에 어가(御駕)를 몰고 갈 걱정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것들을 신 등이 깊이 걱정하는 바이므로, 되풀이하여 잇달아 상달(上達)하고 능히 스스로 그만두지 못하는 것입니다. 원컨대, 전하께서는 시험삼아 다시 잘 생각하시고, 신 등을 진부(陳腐)하고 오활(迂闊)하다고 하여 그 말을 폐지하지 마소서."

하였으나, 윤허하지 아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책 8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7책 210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정론(政論) / 과학-천기(天氣) / 구휼(救恤) / 농업-농작(農作) / 농업-권농(勸農) / 교통-육운(陸運)

  • [註 709]
    옥초(沃焦) : 동해의 남쪽 3만 리에 있다는 산, 천하에서 큰 것은 동해의 옥초(沃焦)이니, 물을 갖다 부으면 끝이 없다고 함.
  • [註 710]
    치중(輜重) : 가벼운 짐과 무거운 짐.
  • [註 711]
    추속(芻粟) : 꼴과 양식.

○乙亥/司諫院左司諫金從舜等上疏曰:

臣等近將巡狩不便事宜, 仰瀆天聽, 未蒙兪允, 復爲書以聞。 臣等竊謂, 我國家近年以來, 饑饉相仍, 去年早旱晩水, 禾稼不登, 南方尤甚, 民失生業, 流離餓莩, 能繼饘粥者百無一二。 拾草實剝松皮, 以延朝夕之命, 雖遣使賑恤, 官無蓄積, 未能周急。 今年自春徂夏, 連月不雨, 民無麥食, 趁時播種者亦寡。 近日雖有小雨, 如沃焦釜, 無復有西成之望。 臣等竊恐來歲凶歉, 有甚於今年也。 是宜停冗務省浮費, 靜以鎭之, 專務賑恤, 猶恐不贍。 乃於此時, 有此大擧, 雖曰略車徒省供費, 弊不及民, 然大駕所至, 士卒糇糧之費、州郡奔走之弊、館宇道路之修、輜重芻粟之轉, 其餘弊端, 豈可一二盡除乎? 萬一有執事之臣, 不體上意, 絲毫分寸, 擾及於民, 則非殿下恤民祛弊之盛心也。 臣等又謂擧動, 人君之大節, 不可不愼也。 今若離宗廟社稷之所在, 移旬易月巡幸邊徼道路, 御橛之虞, 亦不可不慮。 此臣等所深憂, 反復連達而不能自已也。 願殿下試加三思, 不以臣等腐迂廢其言也。

不允。


  • 【태백산사고본】 3책 8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7책 210면
  • 【분류】
    왕실-행행(行幸)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정론(政論) / 과학-천기(天氣) / 구휼(救恤) / 농업-농작(農作) / 농업-권농(勸農) / 교통-육운(陸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