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헌부와 사간원이 순수의 부당함을 아뢰는 상언을 올리다
지평(持平) 김기(金琦)·좌정언(左正言) 오응(吳凝) 등이 본사(本司)의 의논을 가지고 아뢰기를,
"어제 교지(敎旨)를 내려서 언로(言路)를 열겠다고 하셨으니, 신 등은 감격(感激)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금년에는 일찍 가물어서 백성들이 파종(播種)하지 못하고, 그 가운데 혹시 파종하였더라도 또한 말라 죽었습니다. 더구나 부산포(富山浦)·제포(薺浦)에는 왜인(倭人)들이 모여 사는데, 순행(巡幸)하는데 수종(隨從)하는 시위(侍衛)를 간략히 한다면 시위(示威)하는 뜻이 없어지고, 많이한다면 두려워하여 소동할까 염려됩니다. 또 궐내(闕內)를 비워둘 수가 없으니, 때가 지나거든 멀리 가고, 청컨대 순수(巡狩)를 정지하소서."
하니, 전지하기를,
"교지(敎旨)를 내려서 순수(巡狩)하는 일을 말하지 못하게 하였다. 왜인(倭人)을 너희들은 두려워하는가? 나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하였다. 오응이 다시 아뢰기를,
"순수(巡狩)하시는데 신 등은 그 뜻을 알지 못하겠습니다. 거가(車駕)에 그 수종(隨從)하는 호위(護衛)를 간략히 한다면 왜로(倭虜) 같은 것이 이를 어떻게 보겠습니까?
하니, 전지하기를,
"병혁(兵革)의 일은 유자(儒者)가 참여할 바가 아니고, 순수(巡狩)의 뜻은 너희들이 능히 알 바가 아니다. 반드시 깊은 뜻이 있으니, 다시 말하지 말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책 8권 18장 B면【국편영인본】 7책 209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군사-중앙군(中央軍) / 정론(政論) / 외교-왜(倭) / 과학-천기(天氣) / 농업(農業)
○癸酉/持平金琦、左正言吳凝等將本司議啓: "昨日下旨開言路, 臣等不勝感激。 今年早旱, 民未播種, 其或播種, 則亦焦槁, 況富山浦、薺浦, 倭人所聚, 巡幸從衛簡則無以示威, 多則慮致恐動。 且不可虛內, 經時遠行, 請停巡狩。" 傳曰: "下旨, 非爲言巡狩事也。 倭人汝等畏之乎? 我不畏也。" 凝更啓曰: "巡狩, 臣等未知其意。 車駕約其從衛, 如倭虜視瞻何?" 傳曰: "兵革之事, 非儒者所與, 巡狩之意, 非汝等所能知。 必有深意, 勿復言。"
- 【태백산사고본】 3책 8권 18장 B면【국편영인본】 7책 20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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