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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실록8권, 세조 3년 6월 10일 임인 3번째기사 1457년 명 천순(天順) 1년

예조 좌랑 우계번이 술에 취해 영접 도감사 조숙생의 처를 때리다

예조 정랑 우계번(禹繼蕃)이 술을 먹고 잘못 취하게 되면 정신이 혼미(昏迷)하여 깨닫지를 못하는데, 이날 명(明)나라 사신의 연향(宴享)을 감독하였기 때문에 술에 취하여 집으로 돌아가다가, 길에서 영접 도감사(迎接都監使) 조숙생(趙肅生)의 처(妻)가 말을 타고 지나가는 것을 만났다. 그는 기생(妓生)이라고 생각하여 조례(皂隷)를 시켜 끌어 내리게 하니, 조례(皂隷)가 말하기를,

"기생이 아닙니다. 양가집 부인(婦人)입니다."

하였으나, 우계번이 꾸짖기를,

"저 말군(襪裙)도 없이 말을 탄 자가 어찌 기생이 아니겠느냐? 기생이 어찌 예관(禮官)에게 무례(無禮)하게 굴 수가 있느냐?"

하고, 급히 머리채를 꺼두리고서 채찍질을 하게 하였다.

조숙생이 아뢰니, 임금이 의금부(義禁府)에 명하여 이를 국문(鞫問)하게 하였다. 그때 조숙생의 처가 매를 맞게되자 정신을 잃어버리고 오랫동안 기절하였다가 깨어났다. 임금이 내의(內醫)와 여의(女醫)를 보내어 간호하고 보살펴주라고 명하였다. 사신이 말하기를,

"옛날 풍속에 부인(婦人)들이 나갈 때는 도자(兜子)를 타고 바깥으로 휘장과 장막을 드리워서 바깥 사람들로 하여금 감히 엿보지 못하게 하였다. 그 말을 타는 자도 또한 면사(面紗)를 드리우고 말군(襪裙)을 묶었는데, 지금의 사람들은 으레 간략한 예법에 따라서 종종 옷을 간편하게 하고 면사(面紗)를 말아 올리고도 뻔뻔스럽게 부끄러워하지 않으니, 유속(流俗)의 폐단이 하나같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조숙생의 처를 욕보인 것이 우계번이 술에 취하였기 때문만은 아니고, 실은 조숙생의 집에서 스스로 욕을 부른 것이다."

하였다. 우계번이 일찍이 문송수(文松壽)와 더불어 실세(失勢)하는 모양이 서로 엇비슷하여, 하나가 서용(敍用)되면 하나는 파출(罷黜)되었다. 이보다 앞서 문송수가 벼슬에 등용되니, 우계번이 말하기를,

"문송수가 나왔으니, 나는 마땅히 조심해야겠다."

하였으나, 얼마 아니되어 이러한 일이 있으니, 사림(士林)에서 비웃었다.


  • 【태백산사고본】 3책 8권 4장 A면【국편영인본】 7책 202면
  • 【분류】
    사법(司法) / 윤리(倫理) / 외교-명(明) / 왕실-사급(賜給) / 역사-편사(編史) / 풍속-풍속(風俗) / 인사-임면(任免)

    ○禮曹正郞禹繼蕃有酒失醉, 則昏而不省, 是日因監使宴享, 醉酒還家, 路逢迎接都監使趙肅生妻騎馬過行。 以爲妓也, 令皂隷曳下, 皂隷曰: "非妓也, 乃良家婦人也。" 繼蕃叱曰: "彼無襪裙而乘者, 非妓耶? 妓安得無禮於禮官耶?" 亟令捽髮鞭之。 肅生以啓, 命義禁府鞫之。 時肅生妻遭箠失魂, 絶久乃甦。 命遣內醫及女醫護視。

    【史臣曰: "舊俗, 婦人出, 則乘兜子, 外施帷帳, 使外人莫敢窺。 其乘馬者, 亦施面紗, 束以襪裙, 今人例從苟簡, 往往便衣卷面紗, 恬不爲怪, 流俗之弊, 一至於此。 然則辱妻者, 非繼蕃使酒而已, 實家自辱也。"】

    繼蕃嘗與文松壽蹭蹬相埒, 一敍則一罷。 先是松壽得敍, 繼蕃曰: "松壽出, 吾當省矣。" 未幾有是事, 士林笑之。


    • 【태백산사고본】 3책 8권 4장 A면【국편영인본】 7책 202면
    • 【분류】
      사법(司法) / 윤리(倫理) / 외교-명(明) / 왕실-사급(賜給) / 역사-편사(編史) / 풍속-풍속(風俗) /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