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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실록8권, 세조 3년 6월 5일 정유 3번째기사 1457년 명 천순(天順) 1년

사신들이 알성례를 마치고, 의제를 내어 성균관 유생들에게 제술하게 하다

명(明)나라 사신(史臣)이 성균관(成均館)에 가서 알성례(謁聖禮)583) 를 끝마치고 명륜당(明倫堂)에 앉으니, 생원(生員)·진사(進士)·유학(幼學) 4백여 인이 동서로 나누어 차례대로 서서 재배례(再拜禮)를 행하였다. 명나라 사신이 동서의 행두(行頭)584) 생원을 불러서 신선한 생선 두 쟁반과 기장쌀 한 쟁반을 주었다. 관반(館伴)585) 호조 판서 박원형(朴元亨)·예조 참판 노숙동(盧叔仝)과 좌찬성(左贊成) 신숙주(申叔舟)·예조 판서 홍윤성(洪允成)·겸 성균 사성(兼成均司成) 김구(金鉤)·김말(金末) 등이 들어가서 보고 예(禮)를 행하였다. 신숙주가 명나라 사신에게 고하기를,

"전하께서 대인(大人)들의 알성(謁聖)하신다는 소문을 듣고 신(臣)들을 보내어 왔습니다."

하고, 함께 각각 자리에 나아갔다. 다례(茶禮)를 행하여 이를 끝마치자, 고윤(高閏)이 붓[筆]을 잡아 출제(出題)하였다. 의제(義題)586) 가 셋이었는데, 첫째는, ‘천승지국(千乘之國)을 다스릴 때에는 일을 경건히 행하여 신(信)을 지킬 것이요, 용도를 절약하여 백성들을 사랑할 것이요, 백성들을 부릴 적에는 때를 맞추어야한다.’[道千乘之國 敬事而信 節用而愛人 使民以時]587) 이고, 둘째는, ‘공자(孔子)는 우리가 미쳐 따르지 못할 분이니, 마치 하늘에 사다리를 놓고 올라갈 수 없는 것과 같다.’[夫子之不可及也 如天之不可階而升也]588) 이고, 세째는, ‘학문에 있어서는 나도 남만 못하겠는가? 그러나 군자(君子)답게 실행하는 데는 아직도 충분치 못하다.’[文莫吾猶人也 躬行君子 則吾未之有得]589) 이었다. 시제(詩題)는, ‘선성(先聖)590) 의 문묘(文廟)를 배알(拜謁)하였다.[謁先聖廟]’이고, 대구(對句)는, ‘우거진 송백(松柏)이 하늘 높이 솟아 무성하다.[森森松柏參天茂]’이고, 또 ‘비와 이슬로 재배(栽培)한다.[雨露栽培]’이고, 〈대구는〉 ‘천상(天上)에서 은혜의 물결이 넓도다.[天上恩波闊]’이었다. 이리하여 여러 생도들로 하여금 제술(製述)하게 하여 이튿날 태평관으로 보냈다. 임금이 좌승지 조석문(曹錫文)에게 명하여 선온(宣醞)과 육물(肉物)591) 을 가지고 가서 진감(陳鑑) 등에게 주고 드디어 술자리를 베풀었다.

진감 등이 시(詩)를 짓기를,

"이른 새벽에 재계(齋戒)하고 문묘(文廟)의 뜰에 절하니

몇길 담장이 높아 엿보기 쉽지 않네.

근래 이러한 때에 상고(上古)를 되새기니

바로 중국에서 변이(邊夷)에 이르렀다오.

서로 오고 가고 한 것이 처음 어느 때부터였던고?

옥경(玉磬)을 치고 금성(金聲)을 내니 다시 무엇이 더 있으리오?

항차 이곳은 우리 조정의 문교(文敎)가 먼 곳이련만

또한 곳곳마다 종사(宗師)592) 아님이 없네."

하였다.

진감 등이 태평관에 돌아가니, 임금이 명하여 황서 모필(黃鼠毛筆) 1백 40매(枚)와 용매(龍煤)593) 10홀(笏)과 동로구 자석현(銅鑪具紫石硯) 2벌과 백마골지(白麻骨紙)594) 2천 폭(幅)과 자소주(紫燒酒) 2병[壜]과 청귤(靑橘) 2궤(櫃)를 나누어 주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책 8권 3장 A면【국편영인본】 7책 202면
  • 【분류】
    외교-명(明)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왕실-사급(賜給) / 왕실-의식(儀式) / 어문학-문학(文學) / 무역(貿易)

  • [註 583]
    알성례(謁聖禮) : 성균관 문묘(文廟)의 공자(孔子) 신위(神位)에 참배하는 예.
  • [註 584]
    행두(行頭) : 행렬의 첫머리에 선 사람.
  • [註 585]
    관반(館伴) : 외국의 사신을 접대하기 위하여 태평관(太平館)이나 동평관(東平館)에 임시로 파견하던 관원.
  • [註 586]
    의제(義題) : 과거의 글 제[題]의 하나. 경전(經典)의 뜻을 석의(釋義)하는 내용의 글제를 말함.
  • [註 587]
    [道千乘之國 敬事而信 節用而愛人 使民以時] : 《논어(論語)》 학이편(學而篇).
  • [註 588]
    [夫子之不可及也 如天之不可階而升也] : 《논어(論語)》 자장편(子張篇).
  • [註 589]
    [文莫吾猶人也 躬行君子 則吾未之有得] : 《논어(論語)》 술이편(述而篇).
  • [註 590]
    선성(先聖) : 공자(孔子).
  • [註 591]
    육물(肉物) : 육미(肉味).
  • [註 592]
    종사(宗師) : 우러러 받드는 스승.
  • [註 593]
    용매(龍煤) : 먹의 일종.
  • [註 594]
    백마골지(白麻骨紙) : 책지(冊紙)의 하나. 겨릅대(껍질을 벗긴 삼대)를 원료로 하여 만드는 종이인데, 충청도에서 많이 났음.

使詣成均館謁聖。 禮訖, 坐明倫堂, 生員、進士、幼學四百餘人, 分東西序立, 行再拜禮。 使呼東西行頭生員, 贈以鮮魚二盤、黍米一盤。 館伴戶曹判書朴元亨、禮曹參判盧叔仝及左贊成申叔舟、禮曹判書洪允成、兼成均司成金鉤金末等入謁行禮。 叔舟使曰: "殿下聞大人謁聖, 遣臣輩來耳。" 俱各就坐。 行茶禮畢, 高閏執筆出題。 義題三, 一曰, "道千乘之國, 敬事而信, 節用而愛人, 使民以時。" 二曰, "夫子之不可及也, 如天之不可階而升也。" 三曰, "文莫吾猶人也? 躬行君子則吾未之有得。" 詩題曰, "謁先聖廟。" 對句曰, "森森松栢參天茂, 雨露栽培", "天上恩波闊。" 乃令諸生製述, 明日送館。 命左承旨曺錫文, 賚宣醞肉物贈陳鑑等, 遂設酌。 作詩曰:

凌晨齋潔拜彤墀, 數仞墻高未易窺。 近向此時追上古, 直從中國到邊夷。 開來繼往初何自? 振玉聲金更有誰? 況是我朝文敎遠, 也應無處不宗師。

等還太平館, 命以黃鼠毛筆一百四十枚、龍煤十笏、銅鑪具紫石硯二事、白麻骨紙二千幅、紫燒酒二壜、靑橘二櫃分贈之。


  • 【태백산사고본】 3책 8권 3장 A면【국편영인본】 7책 202면
  • 【분류】
    외교-명(明) / 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왕실-사급(賜給) / 왕실-의식(儀式) / 어문학-문학(文學) / 무역(貿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