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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실록 8권, 세조 3년 6월 3일 을미 2번째기사 1457년 명 천순(天順) 1년

조칙을 갖고 온 명의 사신을 맞이하고, 경복궁에서 복위 조서를 반포하다

명(明)나라 사신인 한림원 수찬(翰林院修撰) 진감(陳鑑)과 태상시 박사(太常寺博士) 고윤(高閏)이 조칙(詔勅)을 가지고 오니, 임금이 면복(冕服)을 갖추고 백관(百官)들을 거느리고 나가서, 모화관(慕華館)에서 맞이하기를 의식과 같이 하고, 경복궁(景福宮)에 이르러 조서(詔書)를 반포하였다. 그 복위(復位) 조서(詔書)는 이러하였다.

"짐(朕)이 일찍이 천명(天命)에 공손히 응(膺)하여 대통(大統)을 이어받은 지 15년에 백성들이 평안하고 물건이 풍부하였으나, 북로(北虜)의 변(變)이 평안치 못하였으므로, 오로지 종사(宗社)·생민(生民)을 생각하였기 때문에 친히 육사(六師)561) 를 거느리고 이를 방어하였는데, 서제(庶弟) 성왕(郕王)562) 으로써 감국(監國)563) 하게 하였다. 불의에 병률(兵律)을 어거하는 법을 그르쳐서 승여(乘輿)가 사로잡히게 되었는데, 그때 문무 군신들이 이미 황태자(皇太子)를 세워서 이를 받들었으니, 어찌 감국(監國)하는 사람이 갑자기 임금의 자리에 오르리라고 기대하였겠는가? 이윽고 황천(皇天)께서 화(禍)를 뉘우치시고 오랑캐 추장의 마음을 바르게 하여, 짐(朕)을 받들어 남쪽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러나 이미 복벽(復辟)564) 의 정성이 없고 도리어 유폐(幽閉)할 계획을 세우더니, 곧 황태자를 바꾸어서 자기 아들을 세웠다. 오로지 하늘이 도우지 아니하여 오래지 않아서 망하였는데, 간쟁(諫諍)을 막아서 없애고 더욱더 미욱한 고집을 부리었으며, 더구나 실덕(失德)이 매우 많고 중병(重病)으로 치료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러 조정(朝政)에 친림(親臨)하지 않으니, 인심(人心)이 이에 격분하였다.

금년 정월 17일에 이르러, 짐(朕)이 공후(公侯)·부마백(駙馬伯)과 문무 군신(文武群臣)·육군(六軍)과 만백성들의 추대(推戴)를 받아서, 드디어 성모(聖母) 황태후(皇太后)에게 명(命)을 청(請)하고, 삼가 천지(天地)·사직(社稷)·종묘(宗廟)에 고하고, 다시 황제의 자리에 즉위하여, 몸소 기무(幾務)를 다스리고 방가(邦家)를 보호하여 튼튼히 하며, 경태(景泰) 8년565)천순(天順) 원년으로 고치고 천하에 대사(大赦)하여 다함께 혁신(革新)하게 한다. 아아! 어려움이 많고서야 나라가 흥하고, 고제(高帝)566) 께서는 평성(平城)567) 에서 탈출하여 한나라를 열으셨고, 깊이 근심하고서야 성명(聖明)이 열리게 되니, 문왕께서 유리(羑里)568) 를 탈출하여 주(周)나라를 열으셨다. 천자의 자리가 이미 그 바른 데로 다시 돌아가니, 인심(人心)이 이로 말미암아 다 평안하다. 아! 너희 만방(萬邦)의 신민들은 함께 충성심을 가지고 황극(皇極)569) 에 귀의(歸依)하여 나의 정사를 도와서 길이 태평을 누리도록 하라. 중외(中外)에 포고(布告)하여 모두 듣고 알도록 하라."

황태자(皇太子)를 세우는 조서(詔書)는 이러하였다.

"짐(朕)이 제왕(帝王)의 자리를 전(傳)함은 곧 국가의 대경(大經)이요, 원량(元良)570) 을 세우는 것은 종묘(宗廟)를 높이고 사직(社稷)을 중하게 여기는 까닭이요, 여러 자손을 봉(封)하는 것은 번병(藩屛)을 튼튼히 하고 본지(本支)를 융성하게 하려는 까닭이다. 지금 옛날과 같은 전장(典章)을 갖추고, 이에 짐(朕)이 몸소 천명의거듭 내리심에 응하여 다시 대보(大寶)의 자리에 올랐다. 돌이켜 생각하건대 내가 훌륭하지 못하여 일하는 데에도 오히려 겨를이 없지만, 그러나 공후(公侯)·부마백(駙馬伯)과 문무(文武)의 여러 신하들이 모두 ‘짐(朕)의 원량(元良)이 다시 동궁(東宮)에 자리하여야 마땅하고, 그 다음의 여러 아들을 모두 번국(藩國)에 봉(封)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하므로, 짐(朕)이 이를 청하였더니, 성모(聖母) 황태후(皇太后)께서 윤허(允許)하여 여러 사람들의 의논에 따르셨다. 성대한 예(禮)를 거행하여, 이에 천순(天順) 원년(元年) 3월 초6일에 원자(元子) 견유(見濡)를 황태자로 삼고, 제 2자 견린(見潾)덕왕(德王)으로 삼고, 제3자 견전(見湔)수왕(秀王)으로 삼고, 제4자 견택(見澤)숭왕(崇王)으로 삼고, 제5자 견준(見浚)길왕(吉王)으로 삼았다.

아아! 종묘(宗廟)를 받들어 제사를 주장하는 데 그 적당한 사람을 얻는다면, 나라의 근본이 바로잡아지고 만방(萬邦)이 이로써 맑아질 것이다. 조토(胙土)571) 와 분봉(分封)에서 그 대(代)를 지킨다면, 번방(藩邦)의 도움이 완전하여져 대통(大統)이 이로써 안정(安定)되고, 천하의 마음이 이에 매이게 되어 종사(宗社)의 대계(大計)가 길이 평안함에 이를 것이다. 그러므로 이에 조서(詔書)로 통고하여 모두 듣고 알도록 하라."

칙서는 이러하였다.

"짐이 공손히 상천(上天)에서 거듭 내리시는 천명에 응하여 다시 대보(大寶)의 자리에 올라, 이에 황태자[皇儲]를 세우고 그 기쁨을 여러 지방과 함께 하니, 마땅히 은택(恩澤)을 펴야 하겠다. 더구나 그대 왕국(王國)은 대대로 충성을 돈독히 하였으니, 물건을 가지고 가서 사여(賜與)하는 의례(儀禮)를 더욱 후(厚)하게 하여야 마땅한 바이므로, 특별히 정사(正使) 한림원 수찬(翰林院修撰) 진감(陳鑑)·부사(副使) 태상시 박사(太常寺博士) 고윤(高閏)을 보내어 조칙(詔勅)을 가지고 가서 왕에게 유시(諭示)하고 아울러 왕(王)과 왕비(王妃)에게 금폐(錦幣)의 표리(表裏)를 하사(下賜)하니, 이르거든 수령(受領)하도록 하라. 왕(王)은 마땅히 짐(朕)의 지극한 생각을 몸받아 예(禮)를 지키고 의(義)에 복종하여 더욱 번병(藩屛)의 충성을 굳건히 하여 태평(太平)한 복(福)을 함께 누리도록 하라. 그러므로 칙유한다. 국왕에게 하사하는 것은 저사 골타운 대홍(紵絲骨朶雲大紅) 1필(匹), 골타운 흑록(骨朶雲黑綠) 1필(匹), 세화 대홍(細花大紅) 1필(匹), 소반홍(素礬紅) 1필(匹), 소백지록(素栢枝綠) 2필(匹), 골타운 심청(骨朶雲深靑) 1필(匹), 골타운 취람(骨朶雲翠藍) 1필(匹), 세화 심청(細花深靑) 1필(匹), 소심청(素深靑) 1필(匹), 금구문보상화 심청(錦毬文寶相花深靑) 1단(段), 구문화 백지록(毬文花栢枝綠) 1단(段), 연승보상화 심청(連勝寶相花深靑) 1단(段), 수대보상화 대홍(壽帶寶相花大紅) 1단(段), 채견홍(彩絹紅) 5필(匹), 남(藍) 5필(匹)이고, 왕비(王妃)에게 하사하는 것은 저사 세화 대홍(紵絲細花大紅) 1필(匹), 세화 심청(細花深靑) 1필(匹), 소심청(素深靑) 1필(匹), 세화 심도홍(細花深桃紅) 1필(匹), 세화 취람(細花翠藍) 1필(匹), 소백지록(素栢枝綠) 1필(匹), 금구문보상화 대홍(錦毬文寶相花大紅) 1단(段) 연승보상화 심청홍(連勝寶相花深靑紅) 1단(段), 채견홍(彩絹紅) 3필(匹), 남(藍) 3필(匹)이다."

진감(陳鑑) 등이 태평관에 가니, 임금이 도승지 한명회(韓明澮)·예조 판서 홍윤성(洪允成)에게 명하여 문안(問安)하게 하고, 명하여 나라 안에 사유(赦宥)하였다. 그 교서(敎書)에 이르기를,

"삼가 생각하건대 황제 폐하(皇帝陛下)께서 천명(天命)에 응하고 인심(人心)에 쫓아서 다시 제위(帝位)에 자리하시고, 또 황태자(皇太子)를 세우고 은사(恩赦)를 사방 여러 지역에 반포하시니, 마땅히 지극한 어지심을 몸받아 너그러운 은전(恩典)을 펴야 하겠다. 천순(天順) 원년 6월 초3일 새벽녘 이전에 모반(謀反)·대역(大逆)·모반(謀叛)과 자손(子孫)으로서 조부모(祖父母)·부모(父母)를 모살(謀殺)하거나 구매(歐罵)572) 한 것, 처첩(妻妾)으로서 지아비를 모살(謀殺)한것, 노비로서 주인을 모살(謀殺)한 것, 고독(蠱毒)573) ·염매(魘魅)574) 한것, 고의적으로 살인(殺人)을 꾀한 것, 다만 강도(强盜)를 범한 것을 제외하고, 이미 발각되었거나 발각되지 않았거나, 이미 결정되었거나 결정되지 않았거나 모두 용서하여 죄를 면제한다. 감히 유지(宥旨) 전의 일을 가지고 서로 고(告)하여 말하는 자는 그 죄로써 죄를 주겠다.

아아! 천심을 받들어 만물을 무육(撫育)하는 것은 영원한 터전을 굳건히 하는 것이요, 황제의 말씀을 펴서 은혜를 입게 하면 거의 태평스러운 경사(慶事)를 널리 이룰 것이다. 그러므로 이에 교시(敎示)하니, 생각하건대 마땅히 모두 알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책 8권 1장 A면【국편영인본】 7책 201면
  • 【분류】
    외교-명(明) / 왕실-의식(儀式) / 사법-행형(行刑) / 사법-치안(治安) / 윤리(倫理) / 무역(貿易) / 어문학(語文學)

  • [註 561]
    육사(六師) : 황제가 거느리는 군대를 말함. 1사(師)는 1만 2천 5백 명이니, 6사(師)는 7만 5천 명임.
  • [註 562]
    성왕(郕王) : 경제(景帝).
  • [註 563]
    감국(監國) : 임금이 일시적으로 멀리 행행(行幸)할 때 세자가 도성(都城)에 남아 대신 정치를 보살피던 일.
  • [註 564]
    복벽(復辟) : 물러났던 임금이 다시 왕위에 오름.
  • [註 565]
    경태(景泰) 8년 : 1457 세조 3년.
  • [註 566]
    고제(高帝) : 한(漢)나라 고조(高祖) 유방(劉邦).
  • [註 567]
    평성(平城) : 한(漢)나라 고조(高祖)가 흉노(凶奴)를 치다가 7일간 포위된 곳. 산서성(山西省) 대동현(大同縣) 동쪽에 있음.
  • [註 568]
    유리(羑里) : 은(殷)나라 주왕(紂王)이 주(周)나라 문왕을 가둔 곳.
  • [註 569]
    황극(皇極) : 황제(皇帝).
  • [註 570]
    원량(元良) : 황태자.
  • [註 571]
    조토(胙土) : 녹전(祿田).
  • [註 572]
    구매(歐罵) : 때리거나 욕하는 것.
  • [註 573]
    고독(蠱毒) : 독(毒)으로써 남을 헤치는 것.
  • [註 574]
    염매(魘魅) : 저주하여 남을 해치는 것.

使翰林院修撰陳鑑、太常寺博士高閏齎詔勑來, 上具冕服, 率百官出迎于慕華館如儀。 至景福宮頒詔, 其復位詔曰:

朕昔恭膺天命, 嗣承大統十有五年, 民物康阜, 不虞北虜之變。 惟以宗社生民之故, 親率六師禦之, 而以庶弟郕王監國。 不意兵律失御, 乘輿被遮。 時文武群臣旣立皇太子而奉之, 豈期監國之人, 遽攘當宁之位? 旣而皇天悔禍, 虜酋格心, 奉朕南還。 旣無復辟之誠, 反爲幽閉之計, 旋易皇儲而立己子。 惟天不祐, 未久而亡, 杜絶諫諍, 愈益執迷, 矧失德之良多, 致沈疾之難療, 朝政不臨, 人心斯憤。 迺今年正月十七日, 朕爲公侯駙馬伯及文武群臣六軍萬姓之所擁戴, 遂請命于聖母皇太后, 祗告天地、社稷宗廟, 復卽皇帝位, 躬理幾務, 保固邦家, 其改景泰八年爲天順元年, 大赦天下, 咸與惟新。 於戲! 多難興邦, 高帝平城而肇, 憂啓聖, 文王羑里以開。 天位旣復於其正, 人心由是以咸安。 咨爾萬邦臣民, 同秉忠誠, 會歸皇極, 弼予政理, 永享太平。 布告中外, 咸使聞知。

建儲詔曰:

朕惟帝王之傳序, 乃國家之大經, 建元良, 所以尊宗廟而重社稷, 封群胤, 所以壯藩屛而隆本支。 今古攸同典章斯具, 玆朕躬膺天命之申復, 登大寶之位。 顧惟不腆, 事猶未遑, 而公侯駙馬伯及文武群臣僉謂 "朕之元良, 當復正于東宮, 其次諸子宜悉封于藩國", 朕以請之聖母皇太后, 允從衆議。 擧行盛禮, 乃於天順元年三月初六日, 冊元子見濡爲皇太子, 及封第二子見潾德王, 第三子見湔秀王, 第四子見澤崇王, 第五子見浚吉王。 於戲! 承祧主器得其人, 則國本正而萬邦以貞。 胙土疏封守其世, 則藩輔完而大統以定, 天下之心, 斯有所繫, 宗社之計, 永底于安。 故玆詔告, 咸使聞知

勑曰:

朕恭膺上天申命, 復登大寶, 爰建皇儲, 嘉與多方, 宜敷恩澤。 矧爾王國, 世篤忠誠, 賚與之儀, 尤所當厚, 特遣正使翰林院脩撰陳鑑、副使太常寺博士高閏, 齎詔勑諭王, 竝賜王及妃錦幣表裏, 至可領受。 王當體朕至懷, 秉禮服義, 益堅藩屛之誠, 共享太平之福, 故諭。 賜國王紵絲骨朶雲大紅一匹、骨朶雲黑綠一匹、細花大紅一匹、素礬紅一匹、素栢枝綠二匹、骨朶雲深靑一匹、骨朶雲翠藍一匹、細花深靑一匹、素深靑一匹、錦毬文寶相花深靑一段、毬文花栢枝綠一段、連勝寶相花深靑一段、壽帶寶相花大紅一段、綵絹紅五匹、藍五匹; 王妃紵絲細花大紅一(匠)〔匹〕 、細花深靑一匹、素深靑一匹、細花深桃紅一匹、細花翠藍一匹、素栢枝綠一匹、錦毬文寶相花大紅一段、連勝寶相花深靑紅一段、彩絹紅三匹、藍三匹。

等往太平館, 命都承旨韓明澮、禮曹判書洪允成問安, 命赦境內。 其敎曰:

欽惟皇帝陛下應天順人, 復正帝位, 又立皇儲, 頒恩四域, 宜體至仁, 用布寬典。 自天順元年六月初三日昧爽以前, 除謀反、大逆、謀叛、子孫謀殺歐罵祖父母ㆍ父母、妻妾謀殺夫、奴婢謀殺主、蠱毒、魘魅、謀故殺人、但犯强盜外, 已發覺未發覺, 已結正未結正, 咸宥除之。 敢以宥旨前事相告言者, 以其罪罪之。 於戲! 奉天心而育物, 式固永遠之基, 敷皇訓以推恩, 庶廣太平之慶。 故玆敎示, 想宜知悉。


  • 【태백산사고본】 3책 8권 1장 A면【국편영인본】 7책 201면
  • 【분류】
    외교-명(明) / 왕실-의식(儀式) / 사법-행형(行刑) / 사법-치안(治安) / 윤리(倫理) / 무역(貿易) / 어문학(語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