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에 도적들을 막기 위한 엄중한 형벌을 중외에 효유할 것을 명하다
상참(常參)을 받고 정사를 보았다. 세자(世子)와 의창군(義昌君) 이공(李玒)·영의정(領議政) 정인지(鄭麟趾)·형조 판서(刑曹判書) 성봉조(成奉祖)·병조 참판(兵曹參判) 구치관(具致寬)·우승지(右承旨) 윤자운(尹子雲)·우부승지(右副承旨) 한계미(韓繼美)·동부승지(同副承旨) 김질(金礩)이 모시었다. 임금이 말하기를,
"옛날에 야율 초재(耶律楚材)201) 가 말하기를, ‘당(唐)나라가 법을 쓰는 것은 신(神)과 같아서 범할 수가 없었으니, 법을 쓰는 것은 모름지기 이와 같이 해야 한다.’고 했다. 도적을 그치게 하는 법은 이를 의논하기를 지극히 정밀(精密)하게 하고, 이를 쓰기를 신(神)과 같이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하고는 어찰(御札)202) 로 교지(敎旨)를 내렸는데, 교지는 이러하였다.
"내가 생각하건대, 도적이 날로 성하여 평민(平民)이 해를 받으니 차마 하지 못하는 정사(政事)가 자주 내려졌는데도 양선(良善)의 풍습(風習)은 일어나지 않았었다. 관대한 형벌(刑罰)이 호생지덕(好生之德) 같지마는, 엄중한 형벌이 실제로 나라를 편안하게 하는 계책인 것이다. 대저 천리(千里)에 행군(行軍)하면 하늘에 가득한 적(敵)을 평정할 수가 있고, 문을 막고 지게문을 지킨다면 어찌 몰래 다니는 도적을 두려워하겠는가? 다만 포치(布置)가 방법에 어긋나고 법을 씀이 신용이 없기 때문인 것이다. 마땅히 행할 만한 사건(事件)을 그대들 정부(政府)에서 중외(中外)에 효유(曉諭)하라.
1. 초범(初犯)한 절도(竊盜)가 1관(貫) 이상이 되면 얼굴에 자자(刺字)하게 한다.
1. 경수(警守)203) 를 소리가 서로 들리는 곳에 배치하여, 강도(强盜)가 인가(人家) 및 거리를 겁략(劫掠)하여 인물(人物)을 구타 상해했는데도 경수(警守)와 절린(切隣)204) 으로 구원하지 않는 자는 지정불수율(知情不首律)205) 로써 1등급을 내려 논죄(論罪)하게 한다.
1. 빈 집에 들어가 거처한 황당(荒唐)한 사람은 형조(刑曹)와 한성부(漢城府)의 오부(五部)206) 에서 추쇄(推刷)한 후에, 만약 들어가 거처한 자가 있으면 관령(管領)이 지정불수율(知情不首律)로써 1등급을 내려 논죄하게 한다.
1. 2경(更) 1점(點)에서 4경(更)이 마칠 때까지는 비록 평민(平民)이라도 모두 가두게 한다. 그 중에 만약 질병(疾病)이나 사상(死喪)이나 고병(告病)이 있어 일체 긴급한 사정과 부득이한 일이 있으면 순관(巡官)이든지 또는 경수(警守)에게 고하여서 압송(押送)하여 이튿날엔 그 진위(眞僞)를 상고하게 하다.
1. 표신(標信)을 가진 사람 이외의 대소 인원(大小人員)은 나와 다니지 못하게 한다. 만약 범한 자는 3품 이하의 관원은 모두 가두고, 당상관(堂上官) 이상의 관원은 근수(根隨)207) 를 가두게 한다.
1. 외방(外方)에 나누어 둔 도적(盜賊) 등이 도망하면, 이르는 곳의 인리(隣里) 색장(色掌) 등으로서 고발하지 않는 자는 지정장익죄인율(知情藏匿罪人律)208) 로써 논죄(論罪)하되, 1인을 고발하면 면포(綿布) 10필을 주고, 매 1인마다 2필을 더 주고, 10인 이상을 고발하면 면포 50필을 주게 한다.
1. 강도(强盜)는 비록 1인을 잡더라도 관직이 없는 사람은 관직을 상주고, 본래 관직이 있는 사람은 가자(加資)하여 서용(敍用)하도록 하고, 만약 도(到)를 받기를 자원(自願)하는 사람이 있으면 절도(竊盜)는 매 1인마다 30을 주고, 강도(强盜)는 매 1인마다 1백을 주고, 벼슬하는 일을 감내하지 못할 사람은 면포 50필을 준다.
포악하고 한독(悍毒)하여 무리를 만들어 여러 해 동안 환해(患害)된 자를 잡은 사람은 인원의 수효에 구애하지 않고서 3등급을 뛰어올려 관직을 상주고, 천구(賤口)는 역(役)을 면하게 하고, 사천(私賤)은 도관(都官)209) 과 전농시(典農寺)의 노비(奴婢)로써 바꾸어 주고, 모두 범인의 가산(家産)을 주게 한다.
1. 도적이 자수(自首)했는데도 그들 중에서 잡아 고발한 것이 9인 이하는 면포 50필을 주고, 10인 이상은 면포 1백 필을 주고, 포악하고 한독(悍毒)하여 무리를 만들어 여러 해 동안 환해(患害)된 자를 잡아 고발한 사람은 제 6조에 의거하여 논공행상(論功行賞)하도록 한다.
1. 병조(兵曹)에서 순작(巡綽)하는 외에 의금부(義禁府)와 형조(刑曹)의 낭청(郞廳)210) 은 영사(令史)·장수(杖首)·나장(螺匠)·백호(百戶)를 거느리고 일정한 때가 없이 돌아다니면서 순찰(巡察)하도록 한다.
1. 외방(外方)의 한량(閑良)과 인리(人吏)211) 내에서 포도패(捕盜碑)를 골라 정하여 밤중을 이용하여 여러 곳으로 돌아다니면서 능히 도적을 잡은 사람은 논공행상(論功行賞)하도록 한다.
1. 향리(鄕吏)로서 능히 강도(强盜)를 잡은 것이 세 번이나 되는 사람 중 우두머리가 되는 사람은 자기 몸의 역(役)을 면하게 한다.
1. 도적을 잡은 해당 관리는 차례를 밟지 않고서 포상(褒賞)하도록 하고, 도적을 잡지 못한 자는 파출(罷黜)하도록 한다.
1. 임금이 거둥하거나 조하(朝賀)하는 등의 날에는 통행 표기(通行標旗)212) 를 순청(巡廳)에 세우고, 이날에는 밤이 새도록 금하지 않는다."
- 【태백산사고본】 3책 6권 30장 A면【국편영인본】 7책 178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행행(行幸) / 역사-고사(故事) / 인사-관리(管理) / 사법-법제(法制) / 사법-치안(治安) / 군사-중앙군(中央軍)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재정-역(役)
- [註 201]야율 초재(耶律楚材) : 중국 원(元)나라 때 명신.
- [註 202]
어찰(御札) : 임금의 서찰(書札).- [註 203]
경수(警守) : 경계하여 지키는 사람.- [註 204]
절린(切隣) : 이웃에 사는 사람.- [註 205]
지정불수율(知情不首律) : 《대명률(大明律)》 형률(刑律)의 하나. 정상을 알고도 죄인을 숨겨 주고 자수하지 않는 자는 연좌(連坐)시키며, 자수하면 1등을 감하며, 정상을 알지 못하고 죄인을 숨겨 주면 논죄하지 않는다고 하였음.- [註 206]
오부(五部) : 서울의 동부(東部)·서부(西部)·북부(北部)·중부(中部). 서울의 행정 구역이었음.- [註 207]
근수(根隨) : 관아의 구종(驅從).- [註 208]
지정장익죄인율(知情藏匿罪人律) : 《대명률(大明律)》 형률(刑律)의 하나. 지정불수율(知情不首律).- [註 209]
도관(都官) : 형조에 속하던 낭청(郞廳)의 하나. 노비의 부적(簿籍)과 소송에 관한 일을 맡아 보았음.- [註 210]
낭청(郞廳) : 낭관(郞官).- [註 211]
인리(人吏) : 아전(衙前).- [註 212]
통행 표기(通行標旗) : 임금이 거둥하거나 조하(朝賀)가 있는 날 순청(巡廳)에 세우던 깃발. 일반인의 통행을 허락한다는 표시였음.○丙辰/受常參, 視事。 世子與義昌君 玒、領議政鄭麟趾、刑曹判書成奉祖、兵曹參判具致寬、右承旨尹子雲、右副承旨韓繼美、同副承旨金礩侍。 上曰: "昔耶律楚材曰, ‘唐之用法如神, 不可犯矣, 用法要須如此。’ 弭盜之法, 議之至精, 用之如神可也。" 御札下敎曰:
予惟盜賊日熾, 平民受害, 不忍之政數降, 而良善之風莫興。 寬典似好生之德, 重典實安邦之策。 夫千里行師, 可芟彌天之敵, 杜門守戶, 何畏竊行之盜? 但布置乖方, 用法無信故耳。 所宜合行事件, 惟爾政府曉諭中外。 一, 初犯竊盜一貫以上黥面。 一, 列警守於聲相聞處, 强盜刦掠人家及街巷歐傷人物, 而警守切隣不救者, 以知情不首律, 降一等論。 一, 空家入處荒唐人, 刑曹、漢城府、五部推刷後, 若有入處者, 管領以知情不首律, 降一等論。 一, 自二更一點, 至四更終, 雖平民皆囚。 其中如有疾病死喪告病, 一應緊情不得已事, 則告于巡官若警守押送, 翌日考其眞僞。 一, 持標信者外大小人員, 毋得出行。 若犯者三品以下皆囚, 堂上官以上囚根隨。 一, 外方分置盜賊等逃亡, 所至之處隣里色掌等不告者, 以知情藏匿罪人律論, 告一人則給綿布十匹, 每一人加二匹, 告十人以上, 給綿布五十匹。 一, 强盜則雖捕一人, 無職者賞職, 元有職者加資敍用, 如有自願受到者, 竊盜每一人給三十, 强盜每一人給一百, 不堪從仕者, 給綿布五十匹。 獷悍成黨, 爲積年患害者, 不拘人數, 超三等賞職, 賤口免役, 私賤則以都官、典農寺奴婢換給, 俱給犯人家産。 一, 盜賊自首而自中捕告者九人以下, 給綿布五十匹, 十人以上百匹, 獷悍成倘, 爲積年患害者, 依第六條論賞。 一, 兵曹巡綽外, 義禁府、刑曹郞廳, 率令史、杖首、螺匠、百戶, 無時行巡。 一, 外方閑良人吏內, 擇定捕盜牌, 乘夜巡行, 能捕獲者論賞。 一, 鄕吏能捕强盜三度者, 爲首人己身免役。 一, 能捕盜賊, 當該官吏, 不次褒賞, 不能者罷黜。 一, 行幸、朝賀等日, 則建通行標旗于巡廳, 是日通霄無禁。
- 【태백산사고본】 3책 6권 30장 A면【국편영인본】 7책 178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왕실-행행(行幸) / 역사-고사(故事) / 인사-관리(管理) / 사법-법제(法制) / 사법-치안(治安) / 군사-중앙군(中央軍)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재정-역(役)
- [註 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