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정전에 나가 왕세자 및 백관의 하례를 받다
신시(申時)에 임금이 근정전(勤政殿)에 나아가 왕세자(王世子) 및 백관(百官)의 하례(賀禮)를 받았다. 그 의식은 이러하였다.
"고(鼓)가 이엄(二嚴)을 알리면, 종친(宗親)과 문무 백관(文武百官)들이 조복(朝服) 차림으로써 근정전(勤政殿) 문 밖에 나아간다. 【여러 지방의 객사(客使)도 또한 문 밖에 나아간다.】 고(鼓)가 삼엄(三嚴)을 알리면, 봉례랑(奉禮郞)이 3품 이하의 종친과 문무 백관들을 나누어 인도하여 자리[位]에 들어오고 음악이 시작되며, 전하(殿下)가 어좌(御座)에 올라가면 음악이 그친다. 부지통례(副知通禮)가 왕세자를 인도하는데, 왕세자가 면복(冕服)을 갖추고 들어와서 자리에 나아가면 음악이 시작되고, 전의(典儀)가 창(唱)하기를, ‘사배(四拜)하라.’고 하면 왕세자가 네 번 절하고 음악이 그친다. 선전관(宣箋官)이 서계(西階)로부터 올라가서 어전(御前)에 나아가 부복(俯伏)하고 꿇어앉는다. 전의가 창하기를, ‘궤(跪)하라.’ 하면 왕세자가 꿇어앉아 선전(宣箋)062) 하고, 이를 마치면 음악이 시작된다. 전의가 창하기를, ‘사배하라.’고 하면 왕세자가 네 번 절하고 음악이 그친다. 전의(典儀)가 창하기를, ‘궤(跪)·진규(搢圭)·삼고두(三叩頭)하라.’ 하면 왕세자가 〈꿇어앉아 홀을 대대(大帶)에 꽂고〉 머리를 세 번 조아린다. 전의가 창하기를, ‘산호(山呼)하라.’ 하면 왕세자는 ‘천세(千歲)라.’ 하고, 전의가 창하기를, ‘재산호(再山呼)하라.’ 하면 왕세자는 ‘천천세(千千歲)라.’ 하고 부복하였다가 일어나서 몸을 바로 한다. 음악이 시작되고 전의가 창하기를, ‘사배하라.’고 하면 왕세자가 네 번 절하고, 이를 마치면 음악이 그친다. 부지통례(副知通禮)가 왕세자를 인도하여 막차[次]에 나가고, 봉례랑(奉禮郞)이 종친과 문무(文武) 2품 이상을 나누어 인도하여 들어와서 자리에 나아가고, 객사(客使)를 인도하여 들어와서 자리에 나아가면 【왜인(倭人)은 동쪽에 있고 야인(野人)은 서쪽에 있다.】 음악이 시작된다. 전의가 창하기를, ‘사배하라.’고 하고 이를 마치면 백관(百官)의 전문(箋文)과 호천세(呼千歲)의 배례(拜禮) 절차를 알리는데 왕세자의 의식과 같다.
근시(近侍)가 교지(敎旨)가 있다고 일컫고, 전의가 창하기를, ‘궤(跪)하라.’ 하면 백관들이 꿇어앉는다. 교지(敎旨)를 반포(頒布)하고 이를 마치면 음악이 시작된다. 전의가 창하기를, ‘사배하라.’ 하면 백관(百官)들과 객사(客使)가 부복하였다가 일어나서 네 번 절하고, 이를 마치면 음악이 그친다. 객사를 인도하여 나가고, 판통례(判通禮)가 예(禮)를 마쳤음을 아뢰고 장차 제자리로 돌아가려고 하면 음악이 시작된다. 전하가 궁(宮)에 돌아가면, 봉례랑(奉禮郞)이 종친과 문무 백관들을 나누어 인도하여 나간다."
국초(國初)에 원단(圓壇)063) 을 서울 남쪽에 설치하여 하늘에 제사를 지냈는데, 세종(世宗)께서 제도를 정할 때 이를 혁파(革罷)하였다가 이때에 와서 비로소 회복시켰다.
왕세자(王世子)의 전문(箋文)은 이러하였다.
"건원(乾元)을 본받아 정위(正位)에 거처하니 바야흐로 태평의 터전을 열게 되었으며, 조선(祖先)을 높여 하늘에 배향(配享)하니 비로소 명인(明禋)064) 의 예절을 거행했습니다. 일은 간책(簡策)에 빛이 나고, 기쁨은 신민(臣民)들에게 넘쳤습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성경(聖敬)은 탕왕(湯王)처럼 오르시고 대효(大孝)는 순제(舜帝)와 같았습니다. 상제(上帝)를 밝게 섬기어 신명(神明)이 와 있는 듯한 정성을 능히 다했으며, 백신(百神)을 달래어 편안하게 하여 모두 성문(成文)이 없는 제사를 지내었습니다. 사방에서 와서 하례(賀禮)하니 만복(萬福)을 같이 한 바입니다. 엎드려 생각하간대, 외람되이 용렬한 자질로써 이런 성대한 의식(儀式)을 보게 되어, 종조(宗祧)를 계승하여 관창(祼鬯)065) 을 주관(主管)하니, 비록 원량(元良)066) 의 칭호는 부끄럽지마는, 모시고 먹으며 문안(問安)하게 되니, 강녕(康寧)한 축수(祝壽)를 배나 올리게 됩니다."
백관(百官)들의 전문(箋文)은 이러하였다.
"비기(秘記)를 받고 도참(圖讖)을 받아서 바야흐로 경운(景運)067) 을 열었으며, 근본을 보답하여 시초로 돌아가니 이에 명인(明禋)을 거행하게 되었습니다. 기쁨은 군신(群臣)·백관(百官)에 넘쳤으며, 경사(慶事)는 종묘(宗廟)·사직(社稷)에 미쳤습니다. 삼가 생각하건대, 온공 준철(溫恭濬哲)하고 강건 수정(剛健粹精)하였습니다. 성대한 예절을 비로소 마치었으니 상제(上帝)는 향사(享祀)하면서 황조(皇祖)068) 를 배향(配享)하였으며, 하늘의 칭찬이 많이 이르니 오복(五福)069) 을 수렴(收斂)하여 서민에게 내리셨습니다. 때마침 희사(熙事)070) 가 성공을 고(告)하니 동정(彤庭)071) 에서 하례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무릇 동물(動物)과 식물(植物)에 있어서도 대단히 기뻐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신(臣) 등은 외람되이 사전(祀典)에 빨리 달려 참여하게 되어, 훌륭하고 아름다운 일을 볼 수가 있었습니다. 향(享)을 가지고 제사(祭祀)하니 《주아(周雅)》072) 의 시(詩)를 화답하고, 다수(多壽)하고 다남(多男)하시라고 화봉(華封)의 축복(祝福)073) 를 늘어놓습니다."
그 교지(敎旨)는 이러하였다.
"내가 덕이 없는 몸으로서 이른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조심하고 두려워하는데, 이에 경태(景泰) 8년074) 정월 15일에 친히 천지(天地) 및 여러 백신(百神)을 환구(圜丘)에 제사지내고, 황증조고(皇曾祖考) 태조 강헌 대왕(太祖康獻大王)으로써 배향(配享)을 하였으니, 큰 일이 이미 이루어졌으므로 마땅히 큰 복이 널리 미쳐야 하겠다. 이에 마땅히 백성과 더불어 모든 것을 고쳐서 시작해야 하니, 어찌 아직도 전일의 저지른 죄악을 생각하겠는가? 경태(景泰) 8년 정월 15일 매상(昧爽)075) 이전에 모반 대역(謀反大逆)·모반(謀叛)한 것, 자손(子孫)이 조부모(祖父母)와 부모를 모살(謀殺)·구매(敺罵)한 것, 처첩(妻妾)이 남편을 모살한 것, 노비(奴婢)가 주인(主人)을 모살(謀殺)한 것, 모고 살인(謀故殺人)한 것, 고독(蠱毒)·염매(魘魅)076) 와, 다만 강도(强盜)·절도(竊盜)를 제외하고는 이미 발각되었거나 발각되지 않았거나, 이미 결정되었거나 결정되지 않았거나 모두 이를 유제(宥除)시키니, 감히 유지(宥旨) 전의 일을 가지고 서로 고언(告言)하는 자는 그 죄를 가지고 이를 죄주겠다. 그 합행(合行)할 사건은 뒤에 조목별로 열거한다.
아아, 영원히 천명(天命)에 부합(副合)하여 소사(昭事)077) 의 정성을 능히 다하고, 일시동인(一視同仁)하여 관대(寬大)한 은택(恩澤)을 널리 편다.
1. 경외(京外)의 문무 백관(文武百官)들에게 각기 한 자급(資級)을 더하고, 천제(天祭) 및 종묘(宗廟)의 춘향 대제(春香大祭)와 예고제(預告祭)에 제사지낸 여러 집사(執事)들에게는 또 한 자급을 더하며, 당상관(堂上官) 및 자궁인(資窮人)078) 에게는 〈다른 사람에게〉 대신 한 자급을 더하고, 종친(宗親)은 족친(族親) 중의 1인을 자원에 따라 한 자급을 더한다.
1. 노인(老人)은 또한 송도(松都)의 예(例)에 의거해서 한 자급을 더하고, 도성(都城)의 노인과 성균관(成均館)·사부 학당(四部學堂)의 학생에게는 포(酺)079) 를 내려 준다.
1. 고신(告身)080) 을 수취한 사람에게는 죄의 경중에 따라서 되돌려 주도록 한다."
- 【태백산사고본】 3책 6권 12장 B면【국편영인본】 7책 169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의식(儀式) / 왕실-사급(賜給) / 예술-음악(音樂) / 사법-행형(行刑) / 어문학(語文學) / 인사-관리(管理) / 변란(變亂) / 윤리(倫理) / 인사(人事)
- [註 062]선전(宣箋) : 전문(箋文)을 선포(宣布)함.
- [註 063]
원단(圓壇) : 임금이 원구제(圓丘祭)를 지내던 단(壇). 서울 교외(郊外) 1백 리 밖에 설치하였는데, 남쪽과 북쪽에 각각 있었음.- [註 064]
명인(明禋) : 밝고 정결하게 하여 제사를 지냄.- [註 065]
관창(祼鬯) : 울창주(鬱鬯酒)를 땅에 부어 강신(降神)하는 일.- [註 066]
원량(元良) : 왕세자를 이름.- [註 067]
경운(景運) : 큰 행운.- [註 068]
황조(皇祖) : 태조(太祖).- [註 069]
오복(五福) : 다섯 가지의 큰 복(福). 장수(長壽)·부유(富裕)·강녕(康寧)과 도덕(道德)을 즐기고, 천명(天命)을 대하는 것.- [註 070]
희사(熙事) : 빛나는 사업.- [註 071]
동정(彤庭) : 궁전(宮殿)의 뜰.- [註 072]
《주아(周雅)》 : 주(周)나라 소아(小雅)와 대아(大雅).- [註 073]
화봉(華封)의 축복(祝福) : 요(堯)임금이 화산(華山:화봉)을 순행할 때에 백성들이 임금의 덕을 찬양하여, "성인(聖人)은 수(壽)하시고, 성인은 부(富)하시고, 성인은 다남(多男)하시라."고 세 번 축복하였다는 고사(故事)에서 나온 말. 화봉 삼축(華封三祝).- [註 074]
경태(景泰) 8년 : 1457 세조 3년.- [註 075]
매상(昧爽) : 이른 새벽 동이 틀 무렵.- [註 076]
염매(魘魅) : 주문(呪文)이나 저술(詛術)로써 남을 죽게 만드는 일. 염(魘)은 사람의 형상을 만들어 놓고 심장을 찌르고 눈을 후벼파며 손발을 묶는 것이고, 매(魅)는 나무나 돌로 귀신을 만들어 놓고 저주를 비는 것임.- [註 077]
소사(昭事) : 밝게 하늘을 섬김.- [註 078]
자궁인(資窮人) : 한품(限品)된 사람으로서 자급(資級)이 더 이상 승진할 수 없는 자급에 있는 사람.- [註 079]
포(酺) : 임금이 내려주는 주식(酒食)을 말함.- [註 080]
고신(告身) : 직첩.○申時御勤政殿, 受王世子及百官賀。 其儀曰:
皷二嚴, 宗親、文武百官以朝服詣勤政門外。 【諸方客使亦詣門外。】 鼓三嚴, 奉禮郞分引三品以下宗親、文武百官入位樂作, 殿下陞座樂止。 副知通禮引王世子, 王世子具冕服入就位樂作, 典儀唱四拜, 王世子四拜樂止。 宣箋官升自西階進御前, 俯伏跪。 典儀唱跪, 王世子跪宣箋, 訖樂作。 典儀唱四拜, 王世子四拜, 樂止。 典儀唱 "跪、搢圭、三叩頭", 王世子三叩頭。 唱 "山呼", 王世子曰, "千歲", 唱 "山呼", 曰, "千歲", 唱 "再山呼", 曰, "千千歲", 俯伏、興、平身。 樂作, 唱 "四拜", 王世子四拜訖樂止。 副知通禮引王世子出次, 奉禮郞分引宗親文武二品以上入就位, 引客使入就位, 【倭東、野人西】 樂作。 典儀唱 "四拜" 訖, 宣百官箋及呼千歲拜禮節次, 與王世子儀同。 近侍稱有敎, 典儀唱 "跪。" 百官跪。 頒敎訖樂作, 典儀唱 "四拜", 百官客使俯伏、興、四拜訖樂止。 引客使出, 判通禮啓禮畢, 將復位樂作。 殿下還宮, 奉禮郞分引宗親文武百官出。
國初設圓壇於國南祀天, 世宗定制革之, 至是始復。 王世子箋曰:
體元居正, 方啓太平之基, 尊祖配天, 肇擧明禋之禮。 事光簡策, 喜溢臣民。 恭惟聖敬躋湯, 大孝協舜。 昭事上帝, 克盡如在之誠, 懷綏百神, 咸秩無文之祀。 四方來賀, 萬福攸同。 伏念猥以孱資, 覩玆盛典, 承祧主鬯, 雖愧元良之稱, 侍膳問安, 倍上康寧之祝。
百官箋曰:
受籙膺圖, 方開景運, 報本反始, 式擧明禋。 喜溢臣工, 慶延宗社。 恭惟溫恭濬哲, 剛健粹精。 殷禮肇稱, 享上帝而配皇祖, 天休滋至, 斂五福而錫庶民。 屬熙事之告成, 宜彤庭之展賀。 凡在動植莫不歡欣。 臣等叨參駿奔, 獲覩盛美。 以享以祀, 載賡《周雅》之詩, 多壽多男, 聊伸華封之祝。
其敎曰:
予以否德, 夙夜兢惕, 乃於景泰八年正月十五日, 親祀天地及諸百神于圜丘, 以皇曾祖考太祖康獻大王爲配, 大事旣成, 宜廣景福。 玆當與民更始, 豈宜尙念舊惡? 自景泰八年正月十五日昧爽以前, 除謀反大逆、謀叛、子孫謀殺毆罵祖父母ㆍ父母、妻妾謀殺夫、奴婢謀殺主、謀故殺人、蠱毒魘魅、但犯强竊盜外, 已發覺、未發覺, 已結正、未結正, 咸宥除之, 敢以宥旨前事相告言者, 以其罪罪之。 其合行事件條列于後。 於戲! 永言配命, 克盡昭事之誠, 一視同仁, 誕布寬大之澤。 一, 京外文武百官各加一資, 祀天祭及宗廟春享大祭預告祭諸執事又加一資, 堂上官及資窮人代加一資, 宗親則族親中一人, 從自願加一資。 一, 老人亦依松都例加一資, 都城老人及成均館、四部學堂學生賜酺。 一, 告身收取人, 隨罪輕重還給。
- 【태백산사고본】 3책 6권 12장 B면【국편영인본】 7책 169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왕실-의식(儀式) / 왕실-사급(賜給) / 예술-음악(音樂) / 사법-행형(行刑) / 어문학(語文學) / 인사-관리(管理) / 변란(變亂) / 윤리(倫理) / 인사(人事)
- [註 0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