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조실록4권, 세조 2년 6월 2일 경자 3번째기사
1456년 명 경태(景泰) 7년
집현전 직제학 양성지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죄줄 수 없다고 하다
어떤 사람이 고(告)하기를,
"집현전(集賢殿) 직제학(直提學) 양성지(梁誠之)가 두려워하는 빛이 있으니, 반드시 음모한 일이 있을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런 때에 어느 사람인들 두려워하지 않겠느냐? 더구나 양성지로 말하면 온 관사(官司)311) 의 사람들이 잡혀 갔으니, 어찌 두려운 마음이 없겠느냐? 양성지는 나를 따른 지 오래이니, 반드시 그런 일이 없을 것이다."
하였다. 구치관(具致寬)이 말하기를,
"양성지에게 만약 다른 마음이 있었다면, 근일에 윤대(輪對)할 적에 그가 어찌 밀책(密策)을 즐겨 올렸겠습니까?"
하니, 신숙주(申叔舟) 등이 말하기를,
"양성지가 유성원(柳誠源) 등과 혐의가 져 있는 것은 온 나라 사람이 알고 있는 터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나도 또한 알고 있다."
하고, 또 말하기를,
"이 일에 대하여서는 내 이미 실정을 알았다. 옛날에 방현령(房玄齡)312) 이 태종(太宗)을 배반하였다고 고발한 자가 있었을 때에 즉시 고발한 자의 목을 베었었다. 지금은 말하는 자를 막을까 염려하여 다만 〈그 말을〉 물리칠 뿐이요, 죄줄 수는 없다."
하고, 드디어 구치관을 시켜 양성지를 불러 천천히 그 일을 말해 주고 두려워하지 말게 하니, 양성지가 명을 받고 감격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책 4권 11장 B면【국편영인본】 7책 135면
- 【분류】변란-정변(政變) / 인물(人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