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왕의 사자 중 승전 등이 토산물을 바치다
근정전(勤政殿)에 나아가 조하(朝賀)를 받으니, 일본 국왕(日本國王)의 사자(使者) 중 승전(承傳) 등이 수반(隨班)하여 토물(土物)을 바치므로 임금이 인견(引見)하고, 명하여 빈청(賓廳)에서 공궤(供饋)하게 하였다. 그 국왕(國王)의 글[書]에 말하기를,
"일본국 원의정(源義政)은 조선 국왕 전하에게 단숙(端肅)하게 배복(拜覆)합니다. 해천(海天)이 멀리 끊어져서 소식[音耗]이 희소(稀疎)하여 능히 자주 인호(隣好)를 닦지 못하였으나 고명(高明)하신 임금께서 서찰(恕察)하시기를 복망합니다. 이제 사자(使者) 승전(承傳)과 수좌(首座) 범준장주(梵準藏主)로 하여금 저으기 경하(慶賀)하는 서신(書信)을 통하고 겸하여 조절(阻絶)한 허물을 사죄합니다."
하고, 이어서 고(告)하기를,
"우리 나라 동도(東道)에 일주(一州)가 있는데, 이르기를, ‘농주(濃州)’라 하고, 새로 한 절[寺]을 창건하였는데, 이르기를, ‘승국(承國)’이라 합니다. 생각하건대 식복(殖福)의 도량(道場)으로 여기니, 간절히 바라건대 대방(大邦)에 나아가서 대장경(大藏經) 7천여 권(卷)을 얻어, 누속(陋俗)의 목족(目足)123) 에 이바지함으로써, 복을 증식하고 지혜를 기르게 하시면 대왕께서 인화(仁化)하시는 깊고 큰 은혜가 어찌 흡족하지 않겠습니까? 변변치 못한 토의(土宜)를 별폭(別幅)과 같이 갖추었습니다."
하였다. 그 별폭에는 말하기를,
"잡화병(雜畫屛) 2장(張), 홍칠완 대소(紅漆椀大小) 1백 벌[事], 홍칠반 대소(紅漆盤大小) 20편(片), 연위(練緯)124) 10필(匹), 조자(銚子) 10병(柄), 제자(提子) 10개, 장도(長刀) 2병(柄), 장렴(粧奩)125) 1부(副)입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책 3권 20장 B면【국편영인본】 7책 119면
- 【분류】외교-왜(倭) / 왕실-의식(儀式) / 무역(貿易)
- [註 123]
○甲申/御勤政殿, 受朝賀, 日本國王使者僧承傳等, 隨班獻土物, 上引見, 命饋于賓廳。 其國王書曰:
日本國 源義政, 端肅拜覆朝鮮國王殿下。 海天夐絶, 音耗稀踈, 弗克屢修隣好宓, 望高明恕察。 今俾使者承傳首座梵準藏主, 聊通慶賀之信, 兼謝阻絶之辜。
仍告:
吾邦東道一州, 曰濃新, 創一寺, 曰承國, 以爲殖福之道場, 切望就大邦, 獲《大藏經》七千餘卷, 以資陋俗之目足, 而增福長智, 則大王仁化之攸覃, 豈不洽耶? 不腆土宜具如別幅。
別幅曰:
雜畫屛二張、紅漆椀大小百事、紅漆盤大小二十片、練緯十匹、銚子十柄、提子十介、長刀二柄、粧奩一副。
- 【태백산사고본】 2책 3권 20장 B면【국편영인본】 7책 119면
- 【분류】외교-왜(倭) / 왕실-의식(儀式) / 무역(貿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