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세조실록 3권, 세조 2년 3월 9일 무인 2번째기사 1456년 명 경태(景泰) 7년

사인 이극감이 영의정 정인지의 도적을 그치게 하는 법에 관한 의논을을 아뢰다

사인(舍人) 이극감(李克堪)이 영의정 정인지(鄭麟趾)미도(弭盜)115) 의 의논을 가지고 아뢰기를,

"미도(弭盜)의 법에, ‘사람이 밀고함을 허락하는 조항[許人告密之條]’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강도(强盜)·절도(竊盜)가 중외(中外)에 충만하여 도성(都城) 가운데에서 약탈(掠奪)을 자행(恣行)하여도 한 사람의 고발자가 없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관서는 이름만 가지고 있어 그 보복(報復)을 두려워함이니, 마땅히 임시의 법을 세워서 복심(腹心)의 고질을 제거하소서.

신은 원컨대 구법(舊法)을 거듭 밝혀 피도자(被盜者)116) 로 하여금 상세히 물명(物名)과 형표(形標)를 써서 각기 소재한 관서에 신고하여 입안(立案)하고, 또 경중(京中)은 의금부(義禁府)·한성부(漢城府)·형조(刑曹)에서, 외방(外方)은 수령(守令)으로 하여금 옛것을 모방하여 항통(缿筩)117) 을 만들어, 넣기는 하되 꺼내지는 못하게 하여 사람이 익명 투고(匿名投告)하게 하고, 모인(某人)이 모가(某家)의 물건을 훔쳤다, 모처(某處)에 숨겼다고 상세히 쓰게 하면, 관사(官司)는 즉시 가서 엄포(掩捕)하되 그 정장(正藏)이 드러난 자는 치죄(治罪)하고 드러나지 않은 자는 내버려두고 묻지 말아서 소요(騷擾)하게 하지 말고, 도적이 쇠(衰)하여 그치기를 기다렸다가 그 투고(投告)를 파(罷)하게 하며, 도적의 일에 관계된 것이 아니면 《육전(六典)》에 의하여 즉시 분소(焚燒)하여 전설(傳說)하지 못하게 하소서.

또 강도는 반드시 삼복(三覆)118) 하게 하고 절도의 교형(絞刑)에 해당한 자도 또한 삼복(三覆)하게 하며 대시(待時)하여 처치하는 까닭에, 진실로 세월(歲月)만 연장하고 혹은 천주(天誅)를 모면하니, 원컨대 이제부터는 강도·절도의 사죄(死罪)에 해당하는 자는 삼복하고 대시하지 말고, 잡는 대로 즉시 능지 처사(凌遲處死)하게 하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이제 만약 익명 투고(匿名投告)의 문(門)을 열어 준다면 원한을 품고 거짓으로 화란(禍亂)을 몰래 꾸미어서, 박수량(朴遂良)의 무리 같은 것이 분운(紛紜)하게 계속 일어날 것이니, 이 법은 행할 수 없는 것이다. 또 ‘삼복(三覆)의 법’은 죽을 사람에게 삶을 구하게 하는 길이요, ‘대시(待時)의 법(法)’119) 은 천시(天時)에 순종하는 소이(所以)이니 모두 선왕(先王)이 성헌(成憲)한 아름다운 뜻이다. 당(唐)나라 때에는 오복(五覆)까지 이르게 하였는데 본조(本朝)는 내려서 삼복(三覆)으로 하였으며, 또 초복(初覆)은 반드시 근신(謹愼)하여 하다가 두 번 세 번에 이르면 점점 소홀해 지는 것이나, 그러나 경솔하게 폐할 수 없는 것은 또한 내가 예법을 사랑하는 뜻이다."

하고, 모두 윤허하지 아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책 3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7책 119면
  • 【분류】
    사법-치안(治安)

  • [註 115]
    미도(弭盜) : 도적을 그치게 함.
  • [註 116]
    피도자(被盜者) : 도둑을 맞은 자.
  • [註 117]
    항통(缿筩) : 관아에 두고서 백성의 투서(投書)를 받는 통.
  • [註 118]
    삼복(三覆) : 사형(死刑)에 해당되는 죄인에게 억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하여 세 번 거듭 심사를 하던 것.
  • [註 119]
    ‘대시(待時)의 법(法)’ : 봄과 여름철에는 사형 집행을 중지하고 가을철 추분(秋分) 때까지 기다리던 일. 춘분(春分)에서 추분까지는 만물이 생장(生長)하는 철이므로 이때 사형을 시키면 자연의 화기(和氣)를 손상시킨다고 믿었음.

○舍人李克堪將領議政鄭麟趾弭盜之議啓曰: "弭盜之法, 有許人告密之條。 然今强竊盜中外充斥, 至於都城之中, 恣行掠奪, 而無有一人告者, 無他以有署名畏其報復也, 宜立權時之法, 以除腹心之痼。 臣願申明舊法, 令被盜者, 詳書物名形標, 各於所在申官立案, 又令京中義禁府、漢城府、刑曹, 外方守令倣古作缿筩, 令可納而不可出, 許人匿名投告, 詳書某人偸某家物, 藏某處官司, 卽行掩捕, 其現有正藏者治罪, 不現者置而勿問, 勿致騷擾, 待盜賊衰止, 乃罷其投, 告非關盜賊事, 依《六典》, 卽時焚燒, 不得傳說。 且强盜必令三覆, 竊盜之應絞者, 亦令三覆, 待時而處之, 故苟延歲月, 或逭天誅, 願自今强竊盜之當死者, 勿令三覆待時, 隨卽處死。" 傳曰: "今若開匿名投告之門, 則挾怨懷詐, 陰構禍亂, 有如朴遂良之徒, 紛紜繼起, 此法不可行也。 且三覆之法, 爲死人求生道也, 待時之法, 所以順天時也, 皆先王成憲美意。 時至令五覆, 本朝降爲三覆, 且初覆則必致謹愼, 至再三, 則漸至忽略, 然不可輕廢, 亦我愛禮之意。" 皆不允。


  • 【태백산사고본】 2책 3권 19장 B면【국편영인본】 7책 119면
  • 【분류】
    사법-치안(治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