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도안무사에게 감귤 공납의 민폐를 줄일 것을 명하다
제주 도안무사(濟州都安撫使)에게 유시(諭示)하기를,
"감귤(柑橘)은 종묘(宗廟)에 천신(薦神)601) 하고, 빈객(賓客)을 대접하므로, 그 쓰임이 매우 절실하다. 헌의(獻議)하는 자가 말하기를, ‘여러 과실 중에서 금귤(金橘)과 유감(乳柑)과 동정귤(洞庭橘)이 상품이고, 감자(柑子)와 청귤(靑橘)이 다음이며, 유자(柚子)와 산귤(山橘)이 그 다음인데, 근래에는 배양(培養)을 잘못하고, 또 바람과 추위의 해를 입어 예전에 심은 것은 거의 없어지고, 새로 심은 것은 무성하지 못하며, 또 성질이 바람과 추위를 타서, 인가(人家)의 양지바른 울타리 안의 사람이 밟고 다니는 곳에는 뿌리를 튼튼하게 박아서 일찍 열매를 맺고 번성하나, 공가(公家)602) 에서는 비록 과원(菓園)을 가졌다 할지라도, 많이 심어서 뿌리가 빽빽하고 무성하여 벌레가 쉽게 생기므로, 공은 갑절 들어도 도리어 사가(私家)에서 기른 것에 미치지 못하고 이로 인하여 민호(民戶)에 부과하여 공물(貢物)을 채우는데 나무를 심는 집에 겨우 열매가 맺으면 억지로 간수(看守)하게 하고, 낱수를 헤아려서 표지를 달고, 조금이라도 축이 나면 곧 징속(徵贖)하게 하고, 또 주호(主戶)로 하여금 관부(官府)까지 운반해 오게 하며, 만일 기한에 미치지 못하면, 형벌을 엄하게 하여 용서하지 아니하기 때문에, 백성들이 나무를 심기를 즐겨하지 아니하고, 심한 자는 혹 뽑아 버리기까지 하니, 이 뒤로는 잘 재배하여 기르는 자가 있으면, 부역을 면제하여 완휼(完恤)하고 또 따로 간수(看守)하는 사람을 두고, 관에서 스스로 운반하여, 주호(主戶)에게 번거롭게 하지 말 것이며, 또 귤(橘)과 유자(柚子)는 3월에 열매를 맺어 9월에 익기 시작하여 겨울에 따는데, 반쯤 익었을 때에 씨를 받아 심으면, 유감(乳柑)이 감자(柑子)가 되고, 감자가 유자[柚]가 되고, 유자가 탱자[枳]가 되며, 명년 3·4월 무르익을 때를 기다려서 씨를 받아 심으면, 반은 본 나무가 되고, 반은 다른 종자가 되니, 이제부터 법대로 씨를 받게 할 것이며, 또 금귤(金橘)은 오직 중 법련(法連)의 집에 한 그루가 있을 뿐인데, 그 집에 불이 나서 말라 죽은 뒤에, 다시 싹이 나서 예전처럼 열매를 맺는데, 만약 다시 마르면 절종(絶種)이 될까 두려우니, 〈제주·대정(大靜)·정의(旌義)〉 세 고을로 하여금 법대로 접을 붙이고, 본 그루는 침해하지 말게 하고, 공·사처(公私處)의 양달쪽 땅에 널리 펴서 심을 것이며, 또 감자(柑子)를 처음 따서 껍질이 두껍고 몸이 단단한 것을 골라 저장하면, 비록 4·5월에 이를지라도 빛깔과 맛이 변하지 아니하니, 마땅히 골라 담아서 단단히 봉하고 거듭 싸서, 별도로 진상(進上)하는 것을 시험하소서. 또 유감(乳柑)을 심어 감자(柑子)가 된 것은, 몸이 작고 껍질이 연하고, 잘 터지며, 그 맛이 보통 것보다 갑절 좋으나, 봉하여 진상할 때에 부드럽고 연함으로 인하여 쉽게 물러 허물어지므로, 다방(茶房)에서 퇴각(退却)하고, 논핵(論劾)이 뒤따라 일어나니, 수령들이 책임을 두려워하여 드디어 맛이 좋은 물건을 공상(貢上)하지 않게 되었으니, 이제부터는 별도로 그릇을 만들어 담고, 사이에 다른 물건을 끼워서 부딪쳐 깨어지지 않게 하고, 표를 싸서 특별히 올리게 하소서.’라고 하였다. 의논하는 자의 말이 이와 같으니, 세 고을 수령은 적당하게 포치(布置)하여, 위로는 국용(國用)을 족하게 하고 아래로는 민폐(民弊)가 없도록 힘쓰며, 또 미편한 사건(事件)이 있거든 다시 잘 생각하여 계달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53장 A면【국편영인본】 7책 102면
- 【분류】농업-과수원예(果樹園藝) / 재정-진상(進上)
○丙寅/諭濟州都按撫使曰: "柑橘薦宗廟、供賓客, 其用甚切。 獻議者以爲, ‘諸菓之中, 金橘、乳柑、洞庭橘爲上, 柑子、靑橘次之, 柚子、山橘又次之。 近來培養失宜, 又爲風寒所害, 舊種幾絶, 新株未盛, 且性忌風寒, 多於人家向陽藩籬之內, 人跡踐踏之處, 托根盤固, 早實而蕃, 公家則雖占菓園, 務廣栽種, 根柢鬱茂, 蟲蠧易生, 功倍而反不及私家所養。 因此科斂民戶, 乃足充貢, 但於種樹之家, 纔至結實, 勒令看守, 計數懸籤, 稍有欠損, 卽行徵贖, 又使主戶, 輸來官府, 如不及期, 嚴刑不饒, 故民不樂種樹, 甚者或至拔去, 今後有能培養者, 復役完恤, 且別置看守之人, 官自轉輸, 不煩主戶。 又橘柚, 大抵三月結實, 九月始熟, 至冬乃成, 半熟時取子種之, 則乳柑爲柑, 柑爲柚, 柚爲枳, 待明年三四月爛熟, 取子種之, 則半成本色, 半成他種, 自今依法取子。 又金橘, 唯僧法連家有一株, 其家失火枯死, 後復生萌蘖, 結實如舊, 若復枯槁, 恐致絶種, 令三邑依法接換, 勿侵本株, 且於公私處向陽之地, 廣布栽植。 又柑子初摘, 便擇皮厚體堅者藏儲, 則雖至四五月, 色味不變, 宜擇取盛頓堅封重襲, 別進試之。 又種乳柑爲柑者, 體小皮軟烈, 其味品倍常, 封進之際, 因柔軟易致毁爛, 茶房却退, 論劾隨之, 守令畏責, 遂使美味終不入貢, 自今擇取別器盛頓, 間以他物, 不令觸破, 題標別進。’ 議者之言如此, 三邑守令, 便宜布置, 務要上足國用, 下無民弊, 具有未便事件, 更加商度以啓。"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53장 A면【국편영인본】 7책 102면
- 【분류】농업-과수원예(果樹園藝) / 재정-진상(進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