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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실록 2권, 세조 1년 11월 7일 무인 1번째기사 1455년 명 경태(景泰) 6년

도승지에게 분대 어사 파견에 관한 어서를 주다

임금이 사정전(思政殿)에 나아가서 상참(常參)을 받고 정사를 보고, 도승지(都承旨)를 불러 어서(御書)510) 를 주면서 말하기를,

"내가 분대 어사(分臺御史)511) 를 파견하려고 그 행할 만한 일들을 여기에 조열(條列)해 놓았으니, 경들이 보고 행할 수 없는 것은 삭제하되, 되도록 간략하게 하라. 모든 일이 모름지기 간요(簡要)한 연후에야 봉행하여도 폐단이 없는 법이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고양이를 기르는 집에는 쥐가 함부로 다니지 않는다.’고 하였다. 어사(御史)가 비록 일일이 다 적발(摘發)하지는 못하더라도, 그 도내(道內)에 순행하게 되면, 이익을 탐욕하고 잔악한 무리들이 거의 조금은 저지(沮止)될 것이다. 《서경(書經)》512) 에 이르기를, ‘황제(皇帝)께서 청문(請問)하시니, 아래 백성이 또한 하정(下情)을 상달(上達)하려고 한다.’고 하였다. 부민(部民)의 고소(告訴)를 금지하는 법513) 을 세운 뒤로부터, 하정이 상달되지 않아서 그 폐단이 작지 않다. 그러나 고소하는 풍조가 행하게 되면, 풍속이 박하고 악해지니 행할 만한 것이 아니다. 내가 어사(御史)514) 로 하여금 백성들의 질고(疾苦)를 물으려고 하는데 어떻겠는가?"

하니, 모두 말하기를,

"윤당합니다. 그러나 자기의 원통하고 억울한 사정을 받아서 처리하는 일은 이미 조종(祖宗)이 이루어 놓은 법이 있어, 반드시 새 법을 세운 연후에 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36장 B면【국편영인본】 7책 93면
  • 【분류】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사법(司法)

  • [註 510]
    어서(御書) : 임금이 친필로 쓴 글.
  • [註 511]
    분대 어사(分臺御史) : 각 지방의 민정(民情)을 살피기 위하여 파견하던 사헌부(司憲府)의 관원. 분대 감찰(分臺監察).
  • [註 512]
    《서경(書經)》 : 주서(周書) 여형(呂刑)편.
  • [註 513]
    부민(部民)의 고소(告訴)를 금지하는 법 : 수령(守令)이 다스리는 관내(管內)의 백성들이 그 수령을 고소(告訴)하는 것을 금지하던 일. 존장(尊長)을 우대하는 풍속을 해치지 않기 위한 것이었음.
  • [註 514]
    어사(御史) : 임금의 명령을 받들고 지방에 내려가 민정(民情)을 살피던 사헌부(司憲府)의 관원. 분대 어사(分臺御史).

○戊寅/御思政殿, 受常參、視事, 召都承旨授御書曰: "予欲遣分臺御史可行之事, 條例於此, 卿等見之, 削其不可行者, 務要簡略。 凡事須簡要, 然後可以奉行而無弊。 古人云, ‘畜猫之家, 鼠不肆行。’ 御史雖不能一一發摘, 然巡行道內, 貪殘之徒, 庶可少沮矣。 且《書》曰, ‘皇帝淸問, 下民亦欲達下情也。’ 自部民告訴之禁立, 而下情不得上達, 其弊不貲。 然告訴之風行, 則風俗薄惡不可行。 予欲使御史問民疾苦何如?" 僉曰: "允當。 然自己冤抑受理事, 已有祖宗成憲, 不必立新法而後行也。"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36장 B면【국편영인본】 7책 93면
  • 【분류】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사법(司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