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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실록 2권, 세조 1년 8월 18일 신유 1번째기사 1455년 명 경태(景泰) 6년

사정전에서 상참을 받고, 잔치를 베풀다

사정전(思政殿)에 임어하여 상참(常參)332) 을 받고, 이어서 조그마한 술자리를 베풀고 나인(內人)으로 하여금 음악을 연주하게 하였다. 임금이 입시(入侍)한 여러 신하들에게 친히 술을 내리고 세자(世子)의 행주(行酒)도 또한 이와 같이 하였다. 환관(宦官) 전균(田畇)에게 명하여 대신(大臣) 등에게 전교하기를,

"지난날 경들과 더불어 매일 상종(相從)하다가 깊은 궁궐(宮闕) 속에 거처하면서부터 서로 만나는 것이 자못 드물어졌는데, 오늘은 즐거움이 지극히 흡족하니, 따로 잔치를 베풀 것 없이 마음껏 취하도록 하라."

하고, 임금이 세자에게 이르기를,

"매사(每事)에 네 장인의 말을 따르면 실수가 적을 것이다."

하니, 장인은 곧 좌의정(左議政) 한확(韓確)이었다. 한확이 아뢰기를,

"신은 동궁(東宮)을 위하여 미희(美姬)를 바쳐서 모시게 하고자 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의정(議政)의 말은 진정 세자를 아끼는 소리이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종사우 선선혜(螽斯羽詵詵兮)333) 라 하였으니, 모시는 계집이 비록 많다 하더라도 또한 해로울 것이 없다. 내 일찍이 세자에게 이르기를 ‘복인(福人)이 네 장인만한 사람이 없다. 옛사람 중에서 구하여도 역시 쉽게 얻지는 못할 것이다.’라고 하였다."

하고, 임금이 사신(史臣) 김수견(金水堅)에게 이르기를,

"옛부터 이제까지 군신(君臣) 간에 서로 만남이 오늘 같은 적은 없었을 것이다. 마땅히 상세히 기록하여 뒷사람들에게 보이도록 하라.

하고, 또 재상(宰相)들에게 이르기를,

"조정(朝廷)의 대신(大臣)들이 경들과 같았을 적은 없었을 것이다. 나는 어진이를 구하는 데는 수고로왔지만 사람을 임용(任用)하는 데는 수월했다."

하였다. 임금이 술이 취하여 비파(琵琶)를 잡고 일어나 춤을 추니, 대신도 또한 모두 일어나 춤추었다.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10장 A면【국편영인본】 7책 80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註 332]
    상참(常參) : 나라에서 보통 날마다 행하던 소규모의 조회. 대개 당상관(堂上官) 이상의 대신들만이 참여하였음.
  • [註 333]
    종사우 선선혜(螽斯羽詵詵兮) : 《시경(詩經)》 국풍(國風) 주남(周南)의 동사(冬斯) 편에, ‘여치 날개 소리가 많이 울린다.’ 하여, 자기집의 자손(子孫)이 번성하기를 기원한 노래임.

○辛酉/御思政殿, 受常參, 仍設小酌, 令內人作樂。 上親賜入侍諸臣酒, 世子行酒亦如之。 命宦官田畇, 傳于大臣等曰: "往者與卿輩日日相從, 自居深宮, 相見頗踈, 今日歡洽至矣, 不必設宴, 其各盡醉。" 上謂世子曰: "事事當從汝婦翁之言, 鮮有失矣。" 婦翁卽左議政韓確也。 啓曰: "臣爲東宮, 欲進姬侍。" 上曰: "議政之言, 誠愛世子也。 古人云: ‘螽斯羽詵詵兮’, 姬侍雖多, 亦未嘗害也。 予嘗謂世子曰: ‘福人無如汝婦翁。 求之古人, 亦未易得。’" 上謂史臣金水堅曰: "自古以來, 君臣相遇, 未有如今日。 當詳書以示後來。" 又謂宰相曰: "朝廷大臣, 無如卿等。 予則勞於求賢, 逸於任人耳。" 上酒酣, 御琵琶起舞, 大臣亦皆起舞。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10장 A면【국편영인본】 7책 80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