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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조실록1권, 세조 1년 7월 26일 기해 1번째기사 1455년 명 경태(景泰) 6년

원자 장을 왕세자로 삼고, 한씨를 왕세자빈으로 삼는 교서와 책문

근정전(勤政殿)에 임어하여 원자(元子) 이장(李暲)을 책봉(冊封)하여 왕세자(王世子)로 삼고, 한(韓)씨를 왕세자빈(王世子嬪)으로 삼았다. 그 세자(世子)로 봉하는 교서(敎書)는 이러하였다.

"예로부터 성왕(聖王)이 모두 저이(儲貳)212) 를 세웠으니, 대개 장차 신기(神器)213) 를 부탁하여 종조(宗祧)214) 를 받들려는 것이다. 이로써 《역경(易經)》이하(離下)·이상(離上)215) 의 괘상(卦象)을 드리웠고, 《예경(禮經)》원량(元良)216) 의 덕을 나타낸 것이다. 아! 너 원자(元子) 이장(李暲)은 그 몸이 적사(嫡嗣)217) 로 태어났으니, 춘궁(春宮)에 있어 합당하므로 이에 너에게 명하여 왕세자(王世子)로 삼으니, 너는 힘써 배우고 태만하지 말 것이며, 힘써 삼선(三善)218) 을 행하면서 군병을 무애(撫愛)하고 국사를 감시하여, 길이 큰 기업(基業)을 공고히 하기를 바라니 어찌 신중히 하지 않겠느냐?"

또 책문(冊文)은 이러하였다.

"임금이 명을 받으면 반드시 저사(儲嗣)219) 를 세우니, 이는 종묘(宗廟)와 사직(社稷)을 소중히 여기는 까닭이다. 아! 너 원자(元子) 이장(李暲)은 그 자리가 적장자(嫡長子)에 있으니, 이는 곧 종통(宗統)이 돌아가는 곳이므로, 이리하여 너를 책(冊)하여 왕세자(王世子)로 삼는다. 아! 너는 이 은총의 명을 받고 인주의 자리가 쉽지 않음을 생각하고, 오직 바른 사람을 가까이 하고 공경하는 덕을 힘쓰면 이 어찌 종사(宗社)의 경사가 되지 않겠느냐?"

그 빈(嬪)을 봉(封)하는 교서는 이러하였다.

"세자(世子)는 나라의 근본이므로 의당 어진 배필이 있어서 함께 종사(宗社)의 중책을 계승하여야 할 것이다. 아! 너 한(韓)씨원훈(元勳)220) 의 번성한 세족(世族)이며, 예의(禮義)로 이름난 가문으로서 일찍 총사(冢嗣)221) 의 배필이 되니, 유순(柔順)하고 온혜(溫惠)하였다. 이에 춘궁(春宮)을 세움에 즈음하여 마땅히 너의 위호(位號)도 바르게 하여야 할 것이므로, 명하여 왕세자빈(王世子嬪)으로 삼으니, 그 은총의 명을 영광되게 받고, 더욱 아름다운 경륜(經綸)에 힘써야 할 것이니, 공경하라."

그 책문(冊文)은 이러하였다.

"저부(儲副)222) 를 세우는 것은 나라의 근본을 공고히 하는 것이며, 배필을 바르게 하는 것은 인륜(人倫)을 중히 하는 것이다. 아! 너 한(韓)씨는 원훈(元勳)의 문벌(門閥)에서 태어나 일찍이 내 집으로 들어왔다. 이제 동궁(東宮)을 책봉(冊封)하였으니, 마땅히 너의 위호(位號)도 바르게 하여야 할 것이므로, 이에 명하여 왕세자빈(王世子嬪)으로 삼으니, 너는 공경히 이 은총의 명을 받고 더욱 아름다운 곤범(壼範)223) 에 힘써, 주야로 어김이 없이 하여 길이 복록(福祿)을 누려야 할 것이니, 공경하라."

백관과 여러 도(道)에서 전문(箋文)을 올려 하례(賀禮)하였다. 또 반사 교서(頒赦敎書)에 이르기를,

"군왕이 명을 받으니 반드시 먼저 그 배필을 세워 이로써 내치(內治)에 이바지하고, 저사(儲嗣)를 세워 이로써 종사(宗社)를 계승하게 하였다. 내 과덕(寡德)한 사람으로 외람되게 큰 기업(基業)을 이어받고 부탁의 중함을 생각하니, 능히 감당하지 못할 것이 두려워 주야로 이를 생각한 나머지 드디어 경태(景泰) 6년224) 7월 20일에 윤(尹)씨를 세워 왕비(王妃)로 삼았고, 26일에 원자(元子) 이장(李暲)을 세워 왕세자(王世子)로 삼았으며, 한(韓)씨를 왕세자빈(王世子嬪)으로 삼고, 책·보(冊寶)를 수여하여 그 명분(名分)을 바로 세우고, 국본(國本)의 두서(頭緖)를 잡았다.

이 엄숙한 행사에 즈음하여 마땅히 관대한 은전(恩典)을 베풀어야 할 것이다. 이에 경태(景泰) 6년 7월 26일 매상(昧爽)225) 이전에 있었던 일로, 모반(謀反)·대역(大逆)·모반(謀叛)을 범하였거나, 자손으로서 조부모(祖父母)나 부모를 모살(謀殺)226) 또는 구매(歐罵)227) 한 자, 처첩(妻妾)으로서 그 지아비를 모살한 자, 노비(奴婢)로서 주인을 모살한 자, 고독(蠱毒)228) 또는 염매(魘魅)229) 의 행위로 짐짓 살인을 꾀한 자, 또는 강도(强盜)를 범한 자 등을 제외하고는 이미 발각되었거나 아직 발각되지 않았거나, 또는 이미 결정(結正)을 보았거나 아직 보지 않았거나를 막론하고 모두 용서하여 면제하며 감히 유지(宥旨) 이전의 일로써 고하여 말하는 자가 있으면 그 죄로써 죄 줄 것이다. 아! 배필을 세우고 저사(儲嗣)를 세워 이미 그 경사를 국가에 폈으니, 허물을 용서하고 죄를 면제하여 그 복을 백성에게 고루 시행하는 바이다."

하였다. 이어서 임금이 경회루(慶會樓) 아래 임어하여 잔치를 베풀었는데, 세자(世子) 및 종친(宗親)·부마(駙馬), 그리고 정부(政府)·육조(六曹)·승지(承旨) 등이 배시(陪侍)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40장 B면【국편영인본】 7책 74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왕실-궁관(宮官) / 사법-행형(行刑) / 어문학(語文學)

  • [註 212]
    저이(儲貳) : 세자(世子)의 별칭.
  • [註 213]
    신기(神器) : 제왕의 자리를 말함.
  • [註 214]
    종조(宗祧) : 종묘.
  • [註 215]
    이하(離下)·이상(離上) : 《주역(周易)》의 이괘(離卦)로서, 이(離)를 불[火] 또는 해[日]라고 하는데 상하괘(上下卦)가 다 불이요 해이므로 광명(光明)이 중첩된 괘상(卦象)임. 즉 임금과 세자가 잇달아 그 덕(德)을 빛냄을 이르는 말임.
  • [註 216]
    원량(元良) : 원자(元子), 즉 태자.
  • [註 217]
    적사(嫡嗣) : 적자의 장자.
  • [註 218]
    삼선(三善) : 《예기(禮記)》 문왕 세자(文王世子)편에 나오는 말로서, 아들이 아버지를 섬기고 신하가 임금을 섬기고 나이 어린 사람이 어른을 섬기는 것을 말함.
  • [註 219]
    저사(儲嗣) : 세자를 이름이니 저이(儲貳)와 같음.
  • [註 220]
    원훈(元勳) : 훈신(勳臣).
  • [註 221]
    총사(冢嗣) : 장자.
  • [註 222]
    저부(儲副) : 저이(儲貳)와 같음.
  • [註 223]
    곤범(壼範) : 궁중의 규범.
  • [註 224]
    경태(景泰) 6년 : 1455 세조 원년.
  • [註 225]
    매상(昧爽) : 새벽.
  • [註 226]
    모살(謀殺) : 사전에 계획해 죽인 것.
  • [註 227]
    구매(歐罵) : 구타하고 욕하는 것.
  • [註 228]
    고독(蠱毒) : 몰래 음식에 독약을 타서 먹이는 것.
  • [註 229]
    염매(魘魅) : 요사한 주술(呪術).

○己亥/御勤政殿, 冊元子爲王世子, 韓氏爲王世子嬪。 其封世子敎曰:

自昔聖王, 咸建儲貳, 蓋將托神器, 奉宗祧也。 是以《易》垂重《離》之象, 《禮》著元良之德。 咨! 爾元子身爲嫡嗣, 合居春宮, 肆命爾爲王世子, 爾其力學不怠, 勉行三善, 庶幾撫軍監國, 永固丕基, 可不愼哉?

冊曰:

王者受命, 必建儲嗣, 所以重宗廟、社稷也。 咨! 爾元子地居嫡冢, 宗統攸歸, 是用冊爾爲王世子。噫! 爾其服玆寵命, 思主器之不易, 惟正人是近, 惟敬德是懋, 豈不爲宗社之慶也?

其封嬪敎曰:

世子國本, 宜有賢配, 以共承宗社之重。 咨! 爾韓氏元勳茂族, 禮義名家, 蚤配冢嗣, 柔順溫惠。 玆屬春宮之建, 庸正爾位, 號命爲王世子嬪, 其光膺寵命, 益懋徽猷, 敬哉。

冊曰:

建儲副, 所以固邦本, 正配匹, 所以重人倫也。 咨! 爾韓氏生從勳閥, 蚤歸我家。 今冊封東宮, 宜正爾位號, 爰命爲王世子嬪, 爾其祗服寵命, 益懋徽範, 夙夜無違, 永綏福履, 敬哉。

百官及諸道進箋賀。 頒赦敎曰:

王者受命, 必先立配, 以資內治, 建儲以承宗祀。 予以寡德叨承丕緖, 念惟付托之重, 恐不克負荷, 夙夜于懷, 乃於景泰六年七月二十日立尹氏爲王妃, 二十六日立元子爲王世子, 韓氏爲王世子嬪, 授以冊寶以正名分, 以端國本。 屬玆盛擧, 宜布寬條。 自景泰六年七月二十六日昧爽以前, 除謀反、大逆、謀叛、子孫謀殺歐罵祖父母ㆍ父母、妻妾謀殺夫、奴婢謀殺主、蠱毒、魘魅、謀故殺人、但犯强盜外, 已發覺、未發覺, 已結正、未結正, 咸宥除之。 敢以宥旨前事相告言者, 以其罪罪之。 於戲! 立配建儲, 旣衍慶於家國, 赦過宥罪, 用均福於黎元。

慶會樓下設宴, 世子及宗親、駙馬、政府、六曹、承旨等侍。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40장 B면【국편영인본】 7책 74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왕실-궁관(宮官) / 사법-행형(行刑) / 어문학(語文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