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승지 신숙주를 보내어 사신에게 문안하다
도승지(都承旨) 신숙주(申叔舟)를 보내어 사신에게 문안하고, 세조(世祖)도 또한 사신에게 문안하니, 사신이 상대례(相對禮)452) 를 강권(强勸)하여, 세조는 동벽(東壁)에 앉고, 관반(館伴)453) 박중손(朴仲孫)과 권준(權蹲) 및 신숙주는 서벽(西壁)에 앉아 다례(茶禮)를 행하였다. 세조가 다례를 마치고 나오니 사신이 신숙주에게 말하기를,
"수양군(首陽君)은 천하가 다 아는 바이니, 내가 내일 그 집에 가서 보려고 하는데 어떻겠습니까?"
하므로, 신숙주가 말하기를,
"어찌 감히 마음대로 하십니까? 전하께 아뢰는 것이 가합니다."
하니, 사신이 말하기를,
"청컨대 전하께 아뢰어 주십시요."
하였다. 세조가 관반(館伴)과 승지(承旨)에게 이르기를,
"주상께서 만약 승락하시면, 내가 마땅히 〈사신이 아직〉 왕궁(王宮)에 가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사양할 것이다."
하고, 승지와 더불어 예궐(詣闕)하여 아뢰었다. 신숙주가 다시 사신관(使臣館)에 가서 선전(宣傳)454) 하기를,
"수양의 댁(宅)에 가셔도 가합니다."
하였다. 세조가 바로 다음에 〈사신관에〉 들어가 그 오고자 하는 뜻을 사례하니, 고보(高黼)가 말하기를,
"수양 대인(首陽大人)의 현명하신 이름을 천하가 일컬으는데, 내가 가보려 하는 것이 오히려 늦었습니다. 이제 이미 전하를 뵈었으니 가고자 하는 것입니다."
하였다. 세조가 말하기를,
"전하께서 반드시 대인(大人)을 청하실 것입니다. 대인께서 왕궁에 가시지 않고, 먼저 제 집에 오시려 하심은 실로 미안(未安)합니다."
하니, 고보가 말하기를,
"옳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책 14권 15장 B면【국편영인본】 7책 36면
- 【분류】외교-명(明) / 왕실-종친(宗親) / 왕실-의식(儀式)
- [註 452]상대례(相對禮) : 서로 마주앉아 다례(茶禮)를 행하던 예(禮).
- [註 453]
관반(館伴) : 사신(使臣)을 접대하기 위하여 사신관(使臣館)에 파견되던 정3품 이상의 관원.- [註 454]
선전(宣傳) : 임금의 명령을 전함.○戊戌/遣都承旨申叔舟, 問安于使臣, 世祖亦問安, 使臣强相對禮, 坐之東壁, 館伴朴仲孫、權蹲及申叔舟坐西壁, 行茶禮。 世祖旣出, 使臣謂叔舟曰: "首陽君, 天下所共知, 吾欲來日往見于其第, 何如?" 叔舟曰: "何敢擅便? 可啓殿下。" 使臣曰: "請啓殿下。" 世祖謂館伴、承旨曰: "上若諾之, 吾當辭以未詣王宮。" 乃與承旨詣闕啓之。 叔舟還使臣館, 宣傳曰: "可往首陽宅。" 世祖次入, 謝欲來之意, 高黼曰: "首陽大人賢明之名, 天下稱之, 吾之往見猶晩也。 今旣謁殿下, 故欲往。" 世祖曰: "殿下必請大人矣。 大人未詣王宮, 先來吾家, 心實未安。" 黼曰: "是。"
- 【태백산사고본】 5책 14권 15장 B면【국편영인본】 7책 36면
- 【분류】외교-명(明) / 왕실-종친(宗親) / 왕실-의식(儀式)
- [註 4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