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충 위사 협찬 정난 공신 정인지에게 하교하다
수충 위사 협찬 정난 공신(輸忠衛社協贊靖難功臣) 대광 보국 숭록 대부(大匡輔國崇祿大夫) 하동 부원군(河東府院君) 정인지(鄭麟趾)에게 하교(下敎)하기를,
"왕자(王者)가 막대한 업(業)을 보전하려면, 반드시 보필의 어짐을 힘입어야 하고, 인신(人臣)이 세상에 드문 공을 세우면 마땅히 포숭(褒崇)하는 법전을 거행하여야 한다. 스스로 이루어진 법이 있으니, 사사 은혜에서 나온 것이 아니다. 경(卿)은 기질이 맑고 화하고, 성품이 밝고 민첩하였다. 시(詩)와 문(文)은 한유(韓愈)034) ·두보(杜甫)035) 를 능가하고 뜻과 학문은 이윤(伊尹)036) ·안연(顔淵)037) 과 부합한다. 지식이 넓고 크니 당당한 군자의 도량이요, 흉금이 활달하니 낙락(落落)한 장부의 풍도로다. 거듭 금방(金榜)의 수위를 차지했고 높이 옥당(玉堂)의 위에 올랐다. 사림(士林)이 우러러보기를 태산 북두(泰山北斗)같이 하고 조정의 의논이 의지하여 서귀(筮龜)038) 로 삼았다. 한 도(道)에 고삐를 잡으니 아전은 두려워하고 백성은 복종하였으며, 다섯 조(曹)에 판서(判書)가 되니 정사가 닦아지고 폐단이 제거되었다. 묘당(廟堂)의 논의(論議)를 참찬(參贊)하고 한 시대 문장(文章)의 사명(司命)이 되었다. 건건(蹇蹇)하여 몸을 돌아보지 않는 충절로 단단(斷斷)히 다름 없는 생각을 품었다. 4 조정에서 능히 그 수고를 다하였고 한결같은 절개로써 험난함에도 변함이 없었다.
나, 어린 사람이 집의 불행함을 만났다. 정권(政權)이 조정에 있으면 다스려지고 국사를 대신에게 맡기면 귀 밝다고 생각하였다. 뜻밖에 지친(至親) 이용(李瑢)이 내가 어리고 외로운 것을 다행으로 여기어 나의 사직(社稷)을 도모하였고, 이에 간신 황보인(皇甫仁)·김종서(金宗瑞)·이양(李穰)·민신(閔伸)·조극관(趙克寬) 등과 더불어 밖으로는 번장(藩將)과 결탁하고, 안으로는 환관과 상통하여 몰래 감사(敢死)039) 의 장사를 길러서 당여(黨與)를 안팎에 나누어 웅거하게 하니 화기(禍機)는 잠깐 사이에 발하게 되었다. 이때 숙부 수양 대군(首陽大君) 【휘(諱).】 이 기선(幾先)040) 를 밝게 알아서 맨처음 대의(大義)를 부르짖으니, 경(卿)이 능히 계획을 협조하여 명분을 바르고 죄역을 토벌하였다. 역적 무리는 단숨에 무찌르고, 나라 운수는 발 한번 드는 사이에 편안하여졌다. 내가 사직을 보전함을 생각하니, 네 큰 공이 가상하여 태부(台府)041) 에 자리하게 하고 간곡하게 특이한 은혜를 가한다. 이에 공훈(功勳)을 책정하여 1등을 삼고, 그 부모와 아내에게 관작을 주고 사유(赦宥)가 영구한 세대에 미치게 하며, 인하여 전지 2백 결(結)·노비(奴婢) 25구(口)·안구마(鞍咬馬) 1필·백은(白銀) 50냥(兩)·표리(表裏) 1단(段)을 주노니, 이르거든 영수하라. 아아! 아름다운 서업(緖業)을 이어받았으나, 영성(盈成)을 감당하지 못할까 두려우니, 길이 네 마음에 맡기어 더욱 보좌를 다하기를 기약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책 13권 5장 B면【국편영인본】 7책 3면
- 【분류】왕실-사급(賜給) / 인사-관리(管理) / 변란(變亂) / 신분(身分) / 농업(農業)
- [註 034]한유(韓愈) : 당대의 유명한 시인.
- [註 035]
두보(杜甫) : 당대의 유명한 시인.- [註 036]
이윤(伊尹) : 은(殷)나라의 명상.- [註 037]
안연(顔淵) : 공자(孔子)의 제자.- [註 038]
서귀(筮龜) : 나라의 일을 결정하는 데 중추되는 역할을 하는 사람을 말함. 원래 점을 치는 데 사용하는 거북의 등껍질을 이름.- [註 039]
○敎輸忠衛社協贊靖難功臣大匡輔國崇祿大夫河東府院君 鄭麟趾曰:
王者保莫大之業, 必賴輔弼之良, 人臣建不世之功, 當擧褒崇之典。 自有成憲, 匪出私恩。 惟卿氣淸而和, 性明且敏。 詩文陵轢韓、杜, 志學符契伊、顔。 智識恢弘, 堂堂君子之量, 胸襟豁達, 落落丈夫之風。 重捷金榜之魁, 高步玉堂之上。 士林仰之如山斗, 朝論倚以爲筮龜。 攬轡一道而吏畏民懷, 判書五曹而政修弊祛。 參贊廟堂之論議, 司命一代之文章。 以蹇蹇匪躬之節, 懷斷斷無他之念。 四朝能盡其勞瘁, 一節不變於夷險。 故予沖人遭家不造, 謂政權在朝廷則治, 凡國事委大臣而聽。 不意至親瑢幸我幼孤, 圖我社稷, 乃與姦臣皇甫仁、金宗瑞、李穰、閔伸、趙克寬等外結藩將, 內要寺人, 陰養死士, 黨與分據於中外, 禍機垂發於須叟。 于時叔父首陽大君 【諱】 明炳幾先, 首擧大義, 卿能協謀, 正名討罪。 逆儔就戮於呼吸之頃, 國步底寧於跬步之間。 予惟仰成, 嘉乃丕績, 俾位台府, 曲加異恩。 爰策勳爲一等, 爵其父母及妻, 宥及永世, 仍賜田二百結、奴婢二十五口、鞍具馬一匹、白銀五十兩、表裏一段, 至可領也。 於戲! 嗣有令緖, 恐未堪於盈成, 永肩乃心, 期益殫於弼亮。
- 【태백산사고본】 5책 13권 5장 B면【국편영인본】 7책 3면
- 【분류】왕실-사급(賜給) / 인사-관리(管理) / 변란(變亂) / 신분(身分) / 농업(農業)
- [註 0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