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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실록 12권, 단종 2년 12월 17일 계사 1번째기사 1454년 명 경태(景泰) 5년

임금이 청계산에서 사냥하다

임금이 도통사(都統使)에게 명하여 청계산(淸溪山)에서 사냥하게 하였는데, 동속로첩목아(童速魯帖木兒)낭발아한(浪孛兒罕)·이귀야(李貴也) 등이 따라갔다. 좌상(左廂)·우상(右廂)의 대군(大軍)이 먼저 떠나고, 겸사복(兼司僕) 사자위(獅子衛)·사대(射隊)·총통위(銃筒衛)는 도통부(都統府)에 모여 뒤를 따랐는데, 사장(射場)738) 에 이르러 동속로첩목아 등에게 주식(酒食)을 베풀어 대접하니, 동속로첩목아 등이 좋아하면서도 한편 두려워하며 이내 말하기를,

"우리들은 태상왕(太上王)께서 다시 나오신 줄 알고 내알(來謁)한 것입니다. 【태상왕은 태조(太祖)를 가리킨 것이다.】 "

하였다. 이날 사냥하여 잡은 짐승이 매우 많았고, 야인(野人)들은 군용(軍容)의 정숙(整肅)한 것을 보고 탄복하여 마지 않았다. 군진(軍陣)을 파(罷)하고 회군하여 한강변(漢江邊)에 이르니, 도승지(都承旨) 신숙주(申叔舟)선온(宣醞)739) 을 받들고 이르렀다. 술기운이 거나하니, 동속로첩목아(童速魯帖木兒)낭발아한(浪孛兒罕) 등이 번갈아 일어나 춤을 추고 극히 즐기다가 연회를 파하였다. 동속로첩목아가 노상(路上)에서 청하기를,

"나의 생사(生死)가 도통사(都統使)에게 달렸습니다. 아들 청주(靑周)는 곧 도통사의 종[奴]이니, 자라면 바치겠습니다."

하고, 또 말하기를,

"이만주(李滿住)동창(童倉)은 모두 나의 인족(姻族)이니, 사람을 보내어 부르면 올 것입니다."

하니, 도통사가 말하기를,

"이만주세종(世宗)께 득죄(得罪)하였으므로, 그가 만약 비위(非違)가 있으면 내가 정토(征討)하여 멸(滅)할 것이니, 오면 오고, 오지 않으면 부를 것 없다. 동창은 내가 본래 잘 알고 있으며, 또 일찍이 중국(中國)에서 본 적이 있는데, 처음에는 사장(射場)에 있었다."

하였다. 동속로첩목아낭발아한 등이 청하기를,

"요동(遼東) 사람들로서 요역(徭役)을 도피(逃避)하여 우리 땅에 온 자들이 간혹 첩(妾)을 얻어 사는 자가 있는데, 이들이 도망하여 조선(朝鮮)에 오면 모두 중국으로 보내니, 우리들은 매우 민망(憫惘)합니다."

하니, 도통사가 웃으며 말하기를,

"조선(朝鮮)에서 너희 집 사람들을 추쇄(推刷)740) 하여 중국에 보내면 너희들이 마땅히 민망해 할 것이다. 네가 너의 첩을 잘 간수하지 못하고, 네 첩도 또한 너를 배반하였는데, 너는 이를 미워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청한단 말이냐?"

하니, 낭발아한 등이 크게 웃으며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났다. 낭발아한이 또 그 아들 낭아아가두(浪阿兒哥豆)를 데리고 돌아가겠다고 청하니, 도통사가 말하기를,

"낭이승가(浪伊升哥)가 이미 이곳에 머물러 있고, 너도 이제 늙어서 부호(扶護)할 자가 없을 수 없으니 데리고 가거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책 12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6책 714면
  • 【분류】
    외교-야(野) / 외교-명(明) / 왕실-행행(行幸)

  • [註 738]
    사장(射場) : 임금이 사냥하는 강무장(講武場) 안에 활을 쏘는 곳. 표(標)를 세우고, 이 곳으로 짐승을 몰이하였음.
  • [註 739]
    선온(宣醞) : 임금이 내려준 술.
  • [註 740]
    추쇄(推刷) : 샅샅이 조사하여 찾아냄.

○癸巳/命都統使獵于淸溪山, 童速魯帖木兒浪孛兒罕李貴也等從焉。 左右廂大軍先行, 兼司僕獅子衛、射隊、銃筒衛會都統府以從, 到射場, 饋速魯帖木兒等酒食, 速魯帖木兒等愛而畏之, 乃曰: "我等以爲, 太上王復出, 故來謁。" 【太上王, 指太祖。】 是日, 獲禽多, 野人見軍容整肅, 歎服不已。 旣罷陣, 回至漢江邊, 都承旨申叔舟奉宣醞而至。 酒酣, 速魯帖木兒孛兒罕等迭起而舞, 極歡而罷。 速魯帖木兒於路上請曰: "吾之死生, 係於都統使。 子靑周卽都統使奴也, 年長則獻焉。" 又曰: "李滿住童倉, 皆吾姻族, 使人招之, 便來。" 都統使曰: "滿住得罪世宗, 若有非違吾, 則征滅之, 來則來, 不來, 亦無求也。 童倉則吾所素知, 又曾見於中國。" 初在射場也, 速魯帖木兒孛兒罕等請曰: "遼東人逃避徭役而來吾土者, 或有作妾而居者。 逃來朝鮮, 則盡送中國, 我等甚悶。" 都統使笑曰: "朝鮮推刷汝家而送中國, 則汝等宜悶焉, 汝不能藏畜汝妾, 汝妾亦背汝, 汝不憎怒而反以爲請也。" 孛兒罕等大笑, 叩頭而退。 孛兒罕又請率其子阿兒哥豆而還, 都統使曰: "伊升哥旣留在此, 汝亦老人, 不可無扶護者, 可率還。"


  • 【태백산사고본】 4책 12권 24장 A면【국편영인본】 6책 714면
  • 【분류】
    외교-야(野) / 외교-명(明) / 왕실-행행(行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