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에서 아뢰기를,

"제사(諸司)의 노자(奴子)로서 외방(外方)에 거주하는 자는 매년(每年) 윤차(輪次)로 선상(選上)⁷¹¹⁾ 되어 경중(京中)에서 기식(寄食)하므로 고생[艱苦]이 배(倍)나 더하여, 거개(擧皆)가 사람을 사서 대신 입역(立役)시키고, 대신 입역한 자는 자기가 사는 고향으로 돌아가서 그 값을 독촉하여 받아 내므로, 가난한 자는 가산(家産)을 모두 팔아 그 값을 갚게 되니, 이로 인하여 생업(生業)을 잃고 떠돌아 다니[流亡]게 되어 공천(公賤)이 날로 줄게 됩니다. 또 제사(諸司)의 노자(奴子)가 많으면 3, 4년 혹은 5, 6년에 교대되어 선상(選上)되고, 적으면 매년(每年), 혹은 한 해 걸러서 교대되어 그 더디고 빠름이 같지 아니하며, 신공(身貢)⁷¹²⁾ 을 바치는 노비(奴婢)는 1년에 다만 정포(正布) 한 필(匹)만 바치면 되니, 선상 노자(選上奴子)의 고통이 납공 노비(納貢奴婢)에 비하여 10배나 더합니다. 제사(諸司)의 경중(京中)에 사는 노비(奴婢)와 선상 노자(選上奴子)의 다과(多寡)가 같지 아니하고, 역(役)의 고(苦)되고 헐(歇)함이 고르지 아니하니, 충청도·전라도·경상도·황해도·강원도 등에 사는 노자(奴子)의 원액(元額)을 장약(壯弱)⁷¹³⁾ 으로 나누어 경중(京中) 제사(諸司)에 균일(均一)하게 정하여 올려보내되, 5년에 한 번씩 교대하게 하고, 그 원래에 정한 수[元定數]와 가감(加減)한 수를 제도(諸道)에 이문(移文)하여 관찰사(觀察使)로 하여금 〈액수(額數)를〉 정하게 하되, 도회관(都會官)이 마감(磨勘)하여 뽑아 정해 올려보내게 하고, 경기도는 요역(徭役)이 타도(他道)에 비하여 배나 더하니 6년에 한 번씩 교대하게 하고, 평안도는 방어(防禦)가 가장 중하고, 또 본조(本朝)의 사신(使臣)과 중국의 사신에 대한 지대(支待)⁷¹⁴⁾ 의 폐가 작지 않으니, 노비를 선상(選上)하지 말게 하소서. 수령(守令)이 만일 〈이 일을〉 대단치 않은 일[餘事]로 여기고 아전(衙前)의 손에 위임하여 뇌물(賂物)을 몰래 받고, 마음대로 옮겨 바꾸어 고되고 편한 것을 고르지 못하게 하면, 서장(書狀)으로 고발하게 허락하여 관찰사(觀察使)가 핵실(覈實)하게 하되, 〈부정이〉 2인[口]이면 《대명률(大明律)》의 ‘부역(賦役)을 고르게 하지 아니한 조(條)’에 의하여 장(杖) 1백 대에 처하고, 3, 4인이면 《속형전(續刑典)》의 ‘원악 향리(元惡鄕吏)⁷¹⁵⁾ 가 도죄(徒罪)를 범한 것’에 의하여 도내(道內)의 황폐한 역[殘驛]의 역리(驛吏)로 정하고, 5인 이상이면 《속형전》의 ‘원악 향리가 유죄(流罪)를 범한 것’에 의하여 타도(他道)의 황폐한 역의 역리로 영속(永屬)시키며, 수령(守令)도 역시 율문(律文)에 의하여 죄를 과(科)하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4책 12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6책 712면
• 【분류】
  신분-천인(賤人) / 사법-법제(法制) / 재정-역(役)

• [註 711]
  선상(選上) : 중앙에서 필요로 하는 노자(奴子)를 각 지방에서 뽑아서 서울로 올려보내던 일.
• [註 712]
  신공(身貢) : 외거 노비(外居奴婢)가 몸값으로 바치는 포물(布物).
• [註 713]
  장약(壯弱) : 장건(壯健)한 자와 약소(弱小)한 자.
• [註 714]
  지대(支待) : 먹을 것과 쓸 물건을 공급하고 이바지하는 일.
• [註 715]
  원악 향리(元惡鄕吏) : 각 고을에서 온갖 나쁜 짓을 하던 향리(鄕吏)를 말함. 《경국대전(經國大典)》에 보면 수령을 농락하고 권력을 마음대로 하여 폐단을 일으키는 자, 몰래 뇌물을 받은 자, 부역(賦役)을 고르게 부과하지 않는 자 등을 일컫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