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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실록 10권, 단종 2년 1월 7일 기미 2번째기사 1454년 명 경태(景泰) 5년

이개·유성원 등이 불당 철거를 청하다

집의(執義) 이개(李塏), 장령(掌令) 유성원(柳誠源), 지평(持平) 윤기견(尹起畎)·이극감(李克堪) 등이 아뢰기를,

"불당(佛堂)을 헐어버리는 일에 대하여 혹은 말씀을 드리기도 하고 혹은 상소를 올렸으나, 아직 윤허(允許)를 받지 못하였습니다. 신 등이 물러나서 생각하니, 술사(術士)의 말이 비록 증험이 없다고 하더라도 신자(臣子)의 임금[君父]을 위하는 마음에 오히려 또 이를 삼가는데, 하물며 그 말이 증험이 있지 않습니까? 이미 지나간 증험이 이미 이와 같았으니, 장차의 일도 또한 알 수가 없습니다."

하니, 임금이 전지(傳旨)하기를,

"따를 수가 없다."

하였다. 이개 등이 다시 아뢰기를,

"옛사람이 이르기를, ‘천금(千金)040) 의 자식은 마루 끝에 앉게 할 수 없다.’ 하였는데, 하물며 전하께서는 종묘·사직(社稷)의 주인이 아니십니까? 또 이번 춘향 대제(春享大祭)를 처음에 9일로 날을 받았다가 뒤에 성수(聖壽)의 길신(吉辰)으로써 10일로 고쳐 정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음양 화복(陰陽禍福)의 설(說)을 또한 쓰지 않는 것도 아닌데, 어찌 오로지 신 등의 말씀에만 윤허하지 않으십니까?"

하니, 임금이 전지(傳旨)하기를,

"너희들의 말을 내가 모조리 알고 있다."

하였다. 이개 등이 말하기를,

"전하께서 차마 헐어버리지 못하시는 것은 조종(祖宗)께서 하신 바이기 때문인데, 신 등이 말씀드리는 바는 종묘·사직과 생민(生民)을 위한 계책이니, 전하 한 몸의 조그마한 혐의를 가지고 종묘·사직과 생민을 위하는 대계(大計)와 비교한다면 가볍고 무거운 것은 판연(判然)한 것입니다. 만약 세종(世宗)·문종(文宗)께서 아직도 살아 계시다면, 금일의 우환(憂患)은 반드시 빨리 헐어 없앴을 것입니다. 신민(臣民)들이 녹(祿)이 없고, 세종·문종께서도 모두 이미 빈천(賓天)041) 하셨는데, 만약 사신(使臣) 등도 또한 녹이 없다면 천만세의 우환을 이루 다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니, 명하여 정부에 의논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책 10권 5장 B면【국편영인본】 6책 658면
  • 【분류】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사상-불교(佛敎) / 왕실-의식(儀式) / 정론(政論)

  • [註 040]
    천금(千金) : 부자 또는 고귀한 집.
  • [註 041]
    빈천(賓天) : 임금의 죽음.

○執義李塏、掌令柳誠源、持平尹起畎李克堪等啓: "毁佛堂事, 或言或疏, 皆未蒙允。 臣等退而思之, 術士之言雖無驗, 臣子爲君父之心, 尙且愼之, 況其言有驗乎? 已往之驗旣如是, 則將來之事亦未可知也。" 傳曰: "不可從也。" 等更啓: "古人云: ‘千金之子, 坐不垂堂。’ 況殿下宗廟社稷之主乎? 且今春享大祭, 初卜九日, 後以聖算元辰, 改諏十日。 然則陰陽禍福之說, 亦非不用也, 何獨於臣等之言而不允乎?" 傳曰: "若等之言, 予悉知之。" 等曰: "殿下之不忍毁, 以祖宗之所爲也; 臣等所言, 爲宗社生民之計也。 以殿下一身之小嫌, 比宗社生民之大計, 輕重判然矣。 若世宗文宗尙在, 見今日憂患, 則必亟毁之矣。 臣民無祿, 世宗文宗皆已賓天, 若使臣等亦且無祿, 千萬世之痛憫, 可勝道哉?" 命議于政府。


  • 【태백산사고본】 4책 10권 5장 B면【국편영인본】 6책 658면
  • 【분류】
    사상-토속신앙(土俗信仰) / 사상-불교(佛敎) / 왕실-의식(儀式) / 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