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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종실록 9권, 단종 1년 12월 5일 정해 1번째기사 1453년 명 경태(景泰) 4년

권준·이개·유성원 등을 불러 출사하도록 하다

대사헌(大司憲) 권준(權蹲), 집의(執義) 이개(李塏), 장령(掌令) 유성원(柳誠源), 지평(持平) 윤기견(尹起畎)·이극감(李克堪)을 불러 출사(出仕)하도록 하였다. 권준 등이 아뢰기를,

"신 등이 집에서 대죄(待罪)하고 있는데 다시 출사하게 하시나, 무릇 헌사(憲司)는 일국(一國)의 이목(耳目)이요, 백관(百官)의 법도(法度)인데 지금 결단(決斷)하는 데 잘못하였으니, 헌사의 직임에 합당치 않습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다시 출사하라는 명령을 거두어 주소서."

하니, 전지하기를,

"혐의가 없으니 직임에 나오도록 하라."

하였다. 권준 등이 물러 나와 상서(上書)하여 사직(辭職)하기를,

"요사이 신 등이 율(律)을 적용하는 데 적당하지 못하게 하여 〈성상께서 신들에게〉 귀가(歸家)하여 대죄(待罪)하라고 명하셨습니다. 그러나, 성은(聖恩)을 입어 출사하도록 허락하시나, 본부(本府)는 모든 중외(中外)의 처결(處決)이 마땅한가 마땅하지 아니한가를 죄다 규찰(糾察)하는데, 어찌 먼저 스스로 이를 범하고 그 자리에 버젓이 있겠습니까? 신 등이 비록 마음 속으로 감격하고 있으나, 두렵고 부끄러워 사람들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만약에 또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직임에 나가게 되면, 신 등의 어리석고 미욱함으로 인하여 국가의 풍헌(風憲)을 욕되게 하여, 죄가 더욱 심하게 될 것이니, 엎드려 바라건대, 신 등의 직사(職事)를 파면하소서."

하니, 명하여 그 사장(辭狀)을 돌려주게 하였다. 권준 등이 다시 상서하기를,

"예로부터 언관(言官)이 언사(言事) 때문에 견책을 받았다가 다시 그 직임에 되돌아간 자가 간혹 있으나, 법률을 비부(比附)1198) 하는 데 이르러서 경중(輕重)을 용이(容易)하게 하여서는 안되므로, 경(輕)한 것이면 죄보다 가볍[失出]1199) 게 하고 중(重)한 것이면 죄보다 무겁[失入]1200) 게 하는 것이니, 만약 경하게 하거나 중하게 한 죄[出入人罪]1201) 가 있다면, 율(律)에 정죄(正罪)가 있으면 조금도 용납할 수 없는 것입니다. 신 등은 직책이 국법을 관장하여 무릇 중외(中外)의 모든 일을 규찰하여 다스리지 않는 것이 없는데, 옥송(獄訟)이 그 중에서 가장 중대한 것입니다. 지금 신 등이 정득훤(鄭得萱)강처휴(姜處休)의 죄를 율(律)에 비(比)하여 중하게 다스린 실수를 저질러서 집에서 견책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성은(聖恩)이 너그럽게 용서하시어 직임에 나오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풍헌(風憲)을 규찰하는 임무를 죄가 있는 몸으로서 그 자리에 함부로 앉아 조정의 기강을 욕되게 할 수 없으니, 엎드려 바라건대, 신 등의 직사(職事)를 파하도록 명하시어 풍헌의 체통을 보전하소서."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책 9권 32장 A면【국편영인본】 6책 651면
  • 【분류】
    인사-임면(任免) / 정론-정론(政論)

  • [註 1198]
    비부(比附) : 법률에 그 죄에 해당하는 정조(正條)가 없을 때 그 죄와 유사한 법률 조문을 적용하던 일.
  • [註 1199]
    가볍[失出] : 죄는 무거우나 벌은 가벼운 것을 말함.
  • [註 1200]
    무겁[失入] : 죄는 가벼우나 벌이 무거운 것을 말함.
  • [註 1201]
    중하게 한 죄[出入人罪] : 재판을 할 때 잘못하여 죄가 가벼운 사람에게 무거운 형벌을 적용하고, 죄가 무거운 사람에게 가벼운 형벌을 적용하는 죄.

○丁亥/召大司憲權蹲、執義李塏、掌令柳誠源、持平尹起畎李克堪, 令出仕。 等啓曰: "臣等在家待罪, 令還出仕。 夫憲司, 一國之耳目、百官之繩墨。 今乃失於斷罪, 不合憲司之任, 伏望, 請收還仕之命。" 傳曰: "無嫌就職。" 等退, 上書辭職曰:

今者以臣等擬律失當, 命歸家待罪, 伏蒙聖恩, 許令出仕。 然本府, 凡中外處決當否, 悉皆糾察, 豈可先自犯之而冒處其位乎? 臣等雖內懷感激, 兢惶慙赧, 無面目以示於人。 若又强顔就職, 則是以臣等庸暗之故, 辱國家風憲之地, 爲罪益深。 伏望, 罷臣職事。

命還給其狀。 等復上書曰:

自古, 言官以言事蒙譴, 復還其職者, 容或有之, 至於法律比附, 不可容易輕重, 輕則失於出, 重則失於入, 如有出入之, 則律有正罪, 不可以貸。 臣等職司邦憲, 凡中外庶事, 無不糾治, 獄訟, 乃其大者。 今鄭得萱姜處休之罪, 比律失之於重, 在家以俟譴責, 聖恩寬貸, 乃令就職。 然風憲糾察之任, 不可以有罪之身冒處, 以辱朝綱。 伏望, 命罷臣等職事, 以存風憲之體。


  • 【태백산사고본】 3책 9권 32장 A면【국편영인본】 6책 651면
  • 【분류】
    인사-임면(任免) / 정론-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