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조가 홍원용의 제수 문제로 피혐하기를 청하다
세조(世祖)가 정부(政府) 당상(堂上)과 함께 빈청(賓廳)에 나아가 좌승지 신숙주(申叔舟)를 시켜 아뢰기를,
"사헌부에서 신들이 홍원용(洪元用)을 제수한 데 대하여 성상을 속이고 사(私)을 행하였다 하며, 또 권세를 부리는 조짐이라 하였으니, 신들이 안연(安然)하게 직사(職事)에 나아갈 수 없습니다, 청컨대 피혐(避嫌)하게 하소서."
하고, 세조가 아뢰기를,
"상피(相避)의 사연(辭緣)을 계달(啓達)하여야 된다는 예(例)를 신은 처음에 미처 알지 못하여 아뢰지 못했을 따름입니다. 정창손(鄭昌孫) 등은 신들이 계달해야만 되는 예(例)를 알지 못해서가 아니라, 다만 공신(功臣)은 으레 제수(除授)하는 것으로 여기어 아뢰지 않았을 뿐이로니, 정실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만약에 정실이 있었다면 마땅히 계달하였을 것이지, 어찌 이와 같이 미봉책을 썼겠습니까?"
하였다. 세조가 다시 아뢰기를,
"법사(法司)에서 대신(大臣)의 허물을 직언(直言)하는 것은 비록 아름다운 뜻이오나, 이와 같은 말은 인정에 너무 지나칩니다. 그리고, 또 공신과 종실과 대신을 이간하는 조짐이 있으니, 매우 옳지 못합니다."
하니, 전교하기를,
"내가 이미 알고 있으니 혐의하지 말고 직사에 나가도록 하라. 사헌부의 말이 사실보다 지나치니 내가 이를 국문하겠다."
하였다. 세조가 아뢰기를,
"비록 국문하시더라도 언관(言官)을 죄 주는 것은 옳지 않사오니, 책망만 하시어 이 뜻을 알게 하소서."
하니, 장령 김지경(金之慶)을 불러 전교하기를,
"홍원용의 관작은 내가 알고 제수한 것이다. 너희들이 그 실정을 알지 못하고 지나치게 말함은 옳지 않다. 지금 영의정은 종실(宗室)의 장(長)이고, 또 훈신(勳臣)이며 대신(大臣)이다. 너희들의 말이 이간(離間)을 하는 것 같아서 내가 장차 국문하여 죄를 주려고 하였으나, 언관(言官)이기 때문에 너그러이 용서하여 묻지 않겠다. 금후로는 다시는 이같이 하지 말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책 9권 23장 B면【국편영인본】 6책 647면
- 【분류】인사-관리(管理) / 사법-행형(行刑) / 왕실-국왕(國王)
○戊寅/世祖與政府堂上詣賓廳, 使左承旨申叔舟啓曰: "憲府以臣等除授洪元用爲誣上、行私, 且以爲弄權之漸, 臣等不可安然就職。 請避嫌。" 世祖啓曰: "相避辭緣啓達之例, 臣初未及知, 未得啓耳。 鄭昌孫等以爲: ‘臣等非不知啓達之例, 但以爲功臣例授而未啓耳, 非有情也。 若有情, 則當啓達, 豈可如是彌縫。’" 世祖又啓曰: "法司直言大臣之過, 是雖美意, 然如此之言, 太過情, 又有離間功臣、宗室、大臣之漸, 甚爲未可。" 傳曰: "予已知之, 勿嫌就職。 但司憲府言過其實, 予欲鞫之。" 世祖啓曰: "雖鞫之, 不可罪言官, 但責之, 使知此意。" 召掌令金之慶, 傳曰: "洪元用之爵, 予知而授之, 若等不知其實而過言之, 不可也。 今領議政, 宗室之長, 且勳臣也, 大臣也。 若等之言, 似欲離間, 予將鞫問抵罪, 以言官, 優容不問, 今後勿復如是。"
- 【태백산사고본】 3책 9권 23장 B면【국편영인본】 6책 647면
- 【분류】인사-관리(管理) / 사법-행형(行刑) / 왕실-국왕(國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