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정분·조수량 등 이용의 당을 처벌하다
상호군(上護軍) 이효지(李孝智)·선공감 정(繕工監正) 최중겸(崔仲謙)·부지통례문사(副知通禮門事) 송처검(宋處儉)·사선서 령(司膳署令) 홍연(洪演)을 의금부(義禁府) 가정 낭관(加定郞官)으로 삼고, 지정(池淨)을 영암(靈岩)에, 정분(鄭苯)을 낙안(樂安)에, 조수량(趙遂良)을 고성(固城)에, 이석정(李石貞)을 영일(迎日)에, 안완경(安完慶)을 양산(梁山)에 안치(安置)하고, 또 백호(百戶)를 보내어 한숭(韓崧)을 여연(閭延)에, 황귀존(黃貴存)을 강계(江界)에 압송(押送)하여 종으로 만들었으니, 모두 이용(李瑢)의 당(黨)이었다. 그때에 정분(鄭苯)은 하삼도 도체찰사(下三道都體察使)로 충청도에 이르고, 지정(池淨)은 새로 충청도 절제사(忠淸道節制使)를 제수하여 부임하지 않았는데, 이때에 이르러 도망하여 숨고 나타나지 않았다. 또 사복 소윤(司僕小尹) 구치관(具致寬)을 의금부 지사(義禁府知事)로 삼아 가서 경성 도호부사(鏡城都護府使) 이경유(李耕㽥)를 베게 하고, 상호군(上護軍) 송취(宋翠)를 의금부 진무(義禁府鎭撫)로 삼아 함길도 도절제사(咸吉道都節制使) 이징옥(李澄玉)을 압령하여 평해(平海)에 안치하게 하였다. 평안우도 도절제사(平安右道都節制使) 박호문(朴好問)이 마침 아내의 병으로 유시(諭示)를 받고 서울에 왔는데, 박호문을 자헌 대부(資憲大夫)에 승진시켜 이징옥(李澄玉)을 대신하여 함길도 도절제사로 삼아 곧 떠나게 하였다. 좌사간(左司諫) 정양(鄭穰)·우사간(右司諫) 김길통(金吉通)·지사간(知司諫) 정식(鄭軾)·좌헌납(左獻納) 최효남(崔孝男)·좌정언(左正言) 강미수(姜眉壽) 등이 아뢰기를,
"간사한 무리가 이미 죄를 받았는데, 용(瑢)은 수악(首惡)으로서 불공대천(不共戴天)의 원수이니, 어찌 함께 한 나라에 거처하여 하루의 삶이라도 연장할 수가 있겠습니까? 청컨대 죄에 의하여 주살(誅殺)하소서. 또 정분·조수량·안완경 등을 마땅히 아울러 추국(推鞫)하되, 만일 참여하여 들은 사실이 있으면 가볍게 논할 것이 아닙니다. 무릇 강도도 수범(首犯)·종범(從犯)을 모두 논하지 않는데, 하물며 이러한 대역(大逆)이겠습니까?"
하였다. 전교하기를,
"이미 대신과 더불어 함께 의논하여 시행하였으니, 더할 수 없다."
하였다. 정양(鄭穰) 등이 다시 아뢰기를,
"이것이 비록 친친(親親)931) 의 은혜이기는 하나 천하의 공의(公議)는 아닙니다. 용(瑢)이 이미 종사(宗社)에 득죄하였으니 가볍게 논할 수 없습니다. 홀로 신 등의 통분일 뿐만 아니라, 일국의 신민으로 놀라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청컨대 꼭 주살하소서."
하니, 전교하기를,
"이미 대신과 의논하였으니, 다시 죄를 더할 수 없다."
하였다. 정양 등이 또다시 아뢰기를,
"이와 같은 악역(惡逆)은 지체할 수가 없습니다. 옛적에 주공(周公)932) 이 관숙(管叔)933) ·채숙(蔡叔)934) 을 베었으니, 관숙·채숙은 무경(武庚)935) 에게 협박되어 난을 일으킨 데에 불과하였으나, 그러나 대벽(大辟)936) 에 처하였습니다. 우리 태종조(太宗朝)에 방간(芳幹)을 베지 않은 것은 특히 잠저(潛邸)937) 때의 일이어서 한 몸에 그치고 종사에 관계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종이 오히려 그 아들 이맹종(李孟宗)938) 을 죄주었으니, 하물며 이와 같은 역적을 베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모름지기 신 등의 청을 따르소서."
하였으나, 윤허하지 않았다. 대사헌(大司憲) 박중림(朴仲林), 집의(執義) 이세문(李世門), 장령(掌令) 김종순(金從舜), 지평(持平) 김계희(金係熙)·박건순(朴健順) 등이 또한 아뢰기를,
"용(瑢)의 죄가 하늘에 닿았는데 다만 외지(外地)에 두시니, 이것은 실로 사사로운 은혜요 공의(公義)는 아닙니다. 관숙(管叔)·채숙(蔡叔)은 지친이지마는 은혜는 경하고 의리는 중하기 때문에 대벽(大辟)에 처치한 것입니다. 용(瑢)은 죄가 주살(誅殺)을 용서할 수 없으니, 청컨대 극형으로 처치하소서."
하였으나, 윤허하지 않았다. 박중림 등이 다시 아뢰기를,
"예전 사람이 말하기를, ‘악을 제거하는 데는 근본부터 힘쓰라.’ 하였는데, 지금 당여(黨與)는 비록 제거하였으나, 수악(首惡)이 아직도 있으니, 어찌 대의에 합당하겠습니까? 청컨대 대법(大法)으로서 처치하소서."
하였으나, 윤허하지 않았다. 정양(鄭穰) 등이 상소하기를,
"신 등은 가만히 생각건대, 난역(亂逆)의 적은 천지가 용납하지 않는 것이고 사람 마다 함께 벨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 적신(賊臣) 용(瑢)이 왕실의 지친으로서 불궤(不軌)한 짓을 음모하여 사직(社稷)을 위태하게 하려다가, 다행히 조종의 위령(威靈)과 천지의 도움을 힘입어서 흉악한 음모가 패로(敗露)하여 그 당(黨)인 황보인·김종서·이양·민신·조극관 등이 이미 천주(天誅)를 받았으니, 종사의 복을 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용(瑢)이 수악으로서 법으로 처치되지 않고 다만 외지에 출척이 되어서 머리를 보전하여 일국의 신민과 함께 한 하늘 밑에 살고 있으니, 경각(頃刻)이나 편안히 잘 수가 있겠습니까? 하늘에 계신 조종의 신령이 어찌 분하고 미워하지 않겠습니까? 이것은 신 등의 청을 기다린 뒤에 결단할 것이 아니고, 원래 전하께서 사사로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급히 명하여 대벽에 처하여 신민(臣民)의 바라는 것을 쾌하게 하고, 조종의 분함을 위로하소서. 또 명하여 정분 등을 유사(攸司)에 내려 밝게 그 죄를 바로잡으신다면, 종사가 심히 다행하겠습니다."
하였고, 박중림(朴仲林) 등이 또한 상소하기를,
"법이란 천하의 대방(大防)939) 입니다. 인주는 법을 지키어 아래를 통어하고 인신은 법을 받들어 위를 섬긴 연후에야 상하가 서로 보전하고 국가가 태평하게 다스려지는 것입니다. 법이 혹 한 번 허물어져서 간사한 도적이 용사(用事)하면 나라의 근본이 흔들리기 쉬운 것입니다. 지금 용(瑢)이 왕실의 지친으로서 널리 당여(黨與)를 심고 가만히 불궤(不軌)를 도모하여 큰 법을 범하였으니, 천지 신인(神人)이 함께 베어서 의리가 마땅히 대벽(大辟)에 처하여야 하겠는데, 전하께서 차마 못하는 마음으로 다만 당여만 베고 용(瑢)은 외지에 출척하시니, 이것은 특히 전하의 사사로운 은혜이고 천하의 공의(公議)는 아닙니다. 사사로운 은혜로 공의를 폐하면 완악(頑惡)940) 한 자가 징계될 리 없고 변란(變亂)이 쉴 때가 없을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대의로 결단하시어 용을 법으로 처치하시면 종사가 다행하고 국가가 다행할 것입니다."
하였으나, 모두 윤허하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3책 8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6책 624면
- 【분류】변란-정변(政變) / 인사-임면(任免) / 사법-재판(裁判) / 신분-신분변동(身分變動) / 정론-정론(政論)
- [註 931]친친(親親) : 친척을 친하게 함.
- [註 932]
주공(周公) : 주 문왕의 아들.- [註 933]
관숙(管叔) : 주공(周公)의 아우.- [註 934]
채숙(蔡叔) : 주공(周公)의 아우.- [註 935]
무경(武庚) : 은(殷)나라 주왕(紂王)의 아들.- [註 936]
대벽(大辟) : 사형.- [註 937]
잠저(潛邸) : 임금의 왕위에 오르기 전의 살던 집.- [註 938]
○以上護軍李孝智繕工監正, 崔仲謙副知通禮門事, 宋處儉司膳署令, 洪演爲義禁府加定郞官。 安置池淨于靈巖, 鄭苯于樂安, 趙遂良于固城, 李石貞于迎日, 安完慶于梁山。 又遣百戶, 押送韓崧于閭延, 黃貴存于江界, 爲奴, 皆瑢黨也。 苯, 時以下三道都體察使, 至忠淸道, 淨新除忠淸道節制使, 未赴, 至是逃匿不現。 又以司僕少尹具致寬爲義禁府知事, 往斬鏡城都護府使李耕㽥, 上護軍宋翠爲義禁府鎭撫, 押咸吉道都節制使李澄玉, 安置于平海。 平安右道都節制使朴好問, 適以妻病, 承諭來京, 陞好問資憲, 代澄玉, 爲咸吉道都節制使, 卽令發行。 左司諫鄭穰、右司諫金吉通、知司諫鄭軾、左獻納崔孝男、左正言姜眉壽等啓曰: "姦黨旣伏辜, 瑢, 首惡, 不共戴天之讎也。 豈可同處一國而稽一日之生乎? 請按罪誅之。 且苯、遂良、完慶等, 宜竝推輷, 苟有與聞之實, 不宜輕論。 凡强盜, 皆不論首從, 況此大逆乎?" 傳曰: "旣與大臣共議施行, 不可加焉。" 穰等更啓曰: "是雖親親之恩, 非天下之公議也。 瑢旣得罪於宗社, 不可輕論。 非獨臣等之痛憤, 一國臣民, 莫不驚駭。 請須誅之。" 傳曰: "已與大臣議之, 不可更加。" 穰等復啓曰: "如此惡逆, 不可稽滯。 昔周公誅管、蔡, 夫管、蔡, 不過脅武庚爲亂耳, 然致大辟。 我太宗朝, 不誅芳幹, 此特潛邸時事, 止於一身, 不關宗社故耳。 然世宗尙罪其子孟宗, 況如此逆賊, 其可不誅乎? 須從臣等之請。" 不允。 大司憲朴仲林、執義李世門、掌令金從舜、持平金係熙ㆍ朴健順等亦啓曰: "瑢罪滔天, 只置於外, 此實私恩, 非公義也。 管、蔡, 至親也, 恩輕義重, 故置之大辟。 夫瑢罪不容誅, 請置極刑。" 不允。 仲林等復啓曰: "古人云: ‘除惡務本。’ 今黨與雖除, 首惡尙在, 豈合大義? 請置大法。" 不允。 穰等上疏曰:
臣等竊惟, 亂逆之賊, 天地所不容, 人人所共誅也。 今賊臣瑢, 以王室至親, 陰謀不軌, 欲危社稷。 幸賴祖宗之靈、天地之佑, 兇謀敗露, 其黨皇甫仁、金宗瑞、李穰、閔伸、趙克寬等已伏天誅, 宗社之福, 可勝言哉? 然瑢以首惡, 不置於法, 只黜于外, 得全首領, 一國臣民共戴一天, 其可頃刻安寢乎? 祖宗在天之靈, 豈不憤疾乎? 此不待臣等之請而後決也, 固非殿下所得而私也。 伏望亟命致辟, 以快臣民之望, 以慰祖宗之憤。 且鄭苯等, 命下攸司, 明正其罪, 宗社幸甚。
仲林等亦上疏曰:
法者, 天下之大防, 人主守法以御下, 人臣奉法以事上, 然後上下相保而國家治平矣。 法或一毁, 奸寇用事, 邦本易搖矣。 今瑢以王室至親, 廣植黨與, 潛圖不軌, 以干大法, 天地神人所共誅, 義當致辟。 殿下以不忍之心, 只誅黨與, 黜瑢于外, 此特殿下之私恩, 非天下之公義也。 以私恩廢公義, 頑惡無所懲艾, 變亂無時焉可息矣。 殿下斷以大義, 置瑢于法, 宗社幸甚, 國家幸甚。
皆不允。
- 【태백산사고본】 3책 8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6책 624면
- 【분류】변란-정변(政變) / 인사-임면(任免) / 사법-재판(裁判) / 신분-신분변동(身分變動) / 정론-정론(政論)
- [註 9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