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이 여흥에서 아내의 장사는 근심하지 않고 이현로·이의산 등과 놀다
이용(李瑢)이 장차 아내를 여흥(驪興)에 장사하려 할 때에, 이현로(李賢老)가 강음(江陰)으로 간다고 드러내어 말하니, 이몽가(李蒙哥)가 권남(權擥)에게 고하기를,
"정자제(鄭自濟)가 내게 청하기를, 여흥에 같이 가자고 하였으나, 나는 이현로를 따라 강음으로 가고자 한다. 지난번에 내가 이현로를 두 번 보았는데, 서로 속을 열어서 그 사람됨을 살펴보았다. 마음이 얕고 가벼워서 반드시 그 자취를 숨기지 못할 것이니, 이제 만약 같이 놀면 며칠이 아니되어 정상(情狀)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니, 권남이 말하기를,
"안평이 여흥(驪興)으로 향하는데, 이현로가 강음으로 향한다고 하였으나, 그럴 일이 만무하다. 반드시 가탁한 말일 것이니, 여흥에 가서 보라."
하므로 이몽가가 정자제를 따라가니, 이현로가 과연 여흥에 있었다. 용(瑢)이 여흥 공관(公館)에 있으면서 장사는 근심하지 않고, 이현로·이의산(李義山)·박하(朴夏) 등 여러 소인배와 더불어 혹은 활을 쏘기도 하고 혹은 바둑을 두기도 하며 종일토록 술을 마시고 잔치하며, 혹은 기생을 끌고 방주(方舟)를 강에 띄워 오르내리면서 뱃놀이하고 희롱하여 법도가 없었다. 이미 국상(國喪)을 당하고 또 집에 상사가 있는데, 함부로 놀기를 예사로 하며 밤마다 사람이 고요할 때를 엿보아, 이현로의 자는 곳에 이르러 새벽까지 이야기하였다. 용(瑢)이 정자양(鄭自洋)을 시켜 충청도 관찰사(忠淸道觀察使) 안완경(安完慶)을 부르게 하니, 정자양이 안완경에게 통지하기를,
"대군(大君)이 꼭 만나 보고 일을 의논하려고 하며, 또 궤유(饋遺)754) 하는 바가 있을 것이니, 모름지기 빨리 오도록 하라."
하였다. 안완경이 충주(忠州) 경상(境上)에 와서 용(瑢)을 맞이하여 잔치를 베풀고 극진히 환대하였다. 용은 여흥으로 돌아오고, 이현로는 안완경과 같이 갔다. 이때에 여흥 부사(驪興府使) 노회신(盧懷愼)과 이현로·이의산·정자제·이몽가·박하·강희안(姜希顔)·조완규(趙完圭) 등은 같은 배에서 달구경 하고 혹은 하룻밤에 두 번씩이나 잔치하기도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책 7권 19장 A면【국편영인본】 6책 612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왕실-의식(儀式) / 변란-정변(政變)
- [註 754]궤유(饋遺) : 선물을 주는 것.
○瑢之將葬妻于驪興也, 李賢老聲言往江陰。 李蒙哥告權擥曰: "鄭自濟請我偕往驪興, 然我則欲隨賢老往江陰。 向者, 我再見賢老, 相與開懷, 審其爲人, 膚淺輕躁, 必不能秘其跡。 今若同遊, 不日而情狀可得。" 擥曰: "安平向驪興, 而賢老向江陰, 萬無此事, 必是托言也。 第往驪興觀之。" 蒙哥隨自濟以往, 賢老果在驪興矣。 瑢在驪興公館, 不恤葬事, 與賢老、李義山、朴夏等群小輩, 或射侯、或博奕, 酣讌終日, 或携妓方舟, 泛江沿沂, 游戲無度。 旣有國恤, 又有家戚, 而縱恣自若。 每夜伺人寂, 抵賢老寢處, 談論達曉。 瑢使鄭自洋招忠淸道觀察使安完慶。 自洋通曰: "大君必欲面見議事。 且將有所饋遺, 須促來。" 完慶來忠州境上, 邀瑢設宴盡歡。 瑢還驪興, 賢老同完慶而行。 時, 與驪興府使盧懷愼及賢老、義山、自濟、蒙哥、朴夏、姜希顔、趙完圭等同舟翫月, 或至一夜再宴。
- 【태백산사고본】 3책 7권 19장 A면【국편영인본】 6책 612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왕실-의식(儀式) / 변란-정변(政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