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승지 박중손에게 명하여 정분을 교외에서 전송하게 하다
도승지(都承旨) 박중손(朴仲孫)에게 명하여 정분(鄭笨)을 교외(郊外)에서 전송하게 하였다. 이때 노산군(魯山君)이 어려서, 일의 대소가 없이 모두 의정부에 자문(咨問)하였는데, 정분이 멀리 나가기를 자청하니, 이때의 논의는 이를 비난하기도 하고, 혹은 그가 황보인과 김종서의 집권(執權)을 피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기도 하였다. 이때 조정 안 사대부(士大夫)들의 전송하는 자의 수레와 말이 도성의 문에서 한강까지 꽉 찼고, 이정(離亭)의 주석(酒席)에서는 돌아보아 술을 받지 못한 자도 많았었다. 처음에 세종께서 황보인과 김종서에게 명하여 제도(諸道)의 성보(城堡) 수축하는 일을 맡겼는데, 그 종사관(從事官)이 성보를 감독해 쌓아서 5년을 지나도 허물어지지 않는 자에게는 품계(品階)를 더해 주었었다. 정이한(鄭而漢)·김승규(金承珪)·김순(金淳)의 무리가 모두 이로써 통하여 현달(顯達)하게 되니, 사림(士林)에서는 이것을 매진(媒進)704) 하는 길이라고 다투어 흠모하였는데, 이에 이르러 황보인의 사위 사재 주부(司宰主簿) 윤당(尹塘)은 젖비린내나고 몽매(蒙昧)한 자로서 어떤 일로 파면되었는데, 이때 정분이 장차 길을 떠나려 할 제, 황보인이 윤당을 정분에게 부탁하니 정분이 황보인의 청탁을 중하게 여겨서, 맏사위 종부 판관(宗簿判官) 홍원숙(洪元淑)을 가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책 7권 14장 A면【국편영인본】 6책 610면
- 【분류】인사-관리(管理) / 군사-관방(關防)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 [註 704]매진(媒進) : 승진.
○庚寅/命都承旨朴仲孫餞鄭苯于郊外。 時, 魯山幼沖, 事無大小, 皆咨政府, 而苯自請遠出, 時議非之。 或疑其避皇甫仁、金宗瑞之當權也。 時, 朝中士大夫餞行者, 自都門至漢江, 車馬塡咽, 離亭酒席, 有不被顧眄者多矣。 初, 世宗命皇甫仁、鄭苯掌諸道城堡修築事, 其從事官, 監築城堡經五年不毁者, 加階。 鄭而漢、金承珪、金淳輩, 俱以是通顯, 士林爭慕之, 以爲媒進之路。 至是, 皇甫仁壻司宰主簿尹塘, 乳臭蒙暗者也, 以事罷。 時, 苯將行, 仁囑塘於苯, 苯重仁請, 以長壻宗簿判官洪元淑行。
- 【태백산사고본】 3책 7권 14장 A면【국편영인본】 6책 610면
- 【분류】인사-관리(管理) / 군사-관방(關防)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