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실록 3권, 단종 즉위년 윤9월 19일 무인 4번째기사
1452년 명 경태(景泰) 3년
환관 전균과 허후가 세조를 알현하다
환관(宦官) 전균(田畇)이 술과 안주를 가지고 가서 세조(世祖)를 알현(謁見)하였는데, 허후(許詡)가 이르렀다. 세조와 전균이 술을 권하니 허후가 취해 의경 세자(懿敬世子)664) 를 안고 또 세조의 귀에 대고 말하기를,
"청컨대 군사를 일으켜 안평 대군(安平大君)을 치소서."
하고, 또 말하기를,
"청컨대 형제가 화목(和睦)하소서."
하면서 전균에게 눈짓하며 말하기를,
"피(避)하라, 너의 알바가 아니다."
하였다. 문에 이르러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세조를 끌어안고 두세 번 되풀이해서 말하기를,
"나는 나라를 위해 죽겠습니다."
하고, 또 말하기를,
"청컨대 나를 구해 주소서."
하고, 또 말하기를,
"세종의 아드님으로 어찌 대군과 같은 이가 있겠습니까?"
하고, 또 전균을 눈짓해 말하기를,
"너의 알 바가 아니다."
하니, 전균이 노하여 말하기를,
"충(忠)은 충이나 대신의 체통이 없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3권 22장 B면【국편영인본】 6책 544면
- 【분류】변란(變亂) / 왕실(王室)
- [註 664]이경 세자(懿敬世子) : 세조의 제1자 이숭(李崇), 즉 덕종(德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