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실록 2권, 단종 즉위년 8월 10일 경오 5번째기사
1452년 명 경태(景泰) 3년
세조가 신숙주를 불러 그 마음을 떠보다
정수충(鄭守忠)이 세조의 집에 가니, 세조가 그와 더불어 서서 이야기를 하는데, 마침 집현전 직제학 신숙주(申叔舟)가 문 앞으로 지나갔다. 세조가 부르기를,
"신 수찬(申修撰)!"
하니, 신숙주가 곧 말에서 내려 뵈었다. 세조가 웃으면서 말하기를,
"어찌 과문불입(過門不入)345) 하는가?"
하고, 이끌고 들어가서 함께 술을 마시면서 농담으로 말하기를,
"옛 친구를 어찌 찾아와 보지 않는가? 이야기하고 싶은 지 오래였다. 사람이 비록 죽지 않을지라도 사직에는 죽을 일이다."
하니, 신숙주가 대답하기를,
"장부가 편안히 아녀자(兒女子)의 수중(手中)에서 죽는다면 그것은 ‘재가부지(在家不知)346) ’라고 할 만하겠습니다."
하므로, 세조가 즉시 말하기를,
"그렇다면 중국으로나 가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16장 B면【국편영인본】 6책 524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인물(人物) / 변란(變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