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서·정분·이양·허후 등에게 자문을 만들기를 의논케 하다
명하여 김종서(金宗瑞)·정분(鄭苯)·이양(李穰)·허후(許詡) 등을 불러서 자문(咨文)을 만들기를 의논하게 하고, 이내 말하기를,
"지금 심부름 가는 사람은 이인손(李仁孫)·이사평(李士平)·이흥덕(李興德) 등 3품관을 들여 보내려고 견주고 있는데, 내 생각으로는 주문(奏聞)은 재상(宰相)이 아니면 아마 옳지 못할 듯하다."
하니, 여러 사람들이 아뢰기를,
"맡아서 가는 일은 경하므로 반드시 대신(大臣)이 아니라도 될 수 있으니, 이흥덕(李興德)도 갈 만합니다만, 다만 중국에서도 모두 이흥덕이 통사(通事)가 된 것을 알고 있으니, 중국 조정의 비난이 있을까 염려됩니다."
하였다. 허후(許詡)가 말하기를,
"신숙주(申叔舟)의 말에, ‘당몽현(唐夢賢)이 사운 압마(四運押馬)의 직책으로서 북경(北京)에 가니, 윤봉(尹鳳)이 말하기를, 「우리 나라에 어찌 재상(宰相)이 없어서 통사(通事)를 시켜서 보내는가?」 하였다.’고 하니, 이런 비난이 혹시 있을 듯합니다."
하고는, 이에 이조 참의(吏曹參議) 이축(李蓄) 등 6인을 천거(薦擧)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지금 주문(奏聞)은 안완경(安完慶)의 행차보다 다른 것이 없는데, 똑 같은 일을 가지고 먼저는 재상(宰相)을 보내고, 뒤에는 비관(卑官)340) 을 보내니, 혹시 미안(未安)한 일이 없겠는가? 또 무슨 사신(使臣)이라 이름지어 부르겠는가?"
하니, 여러 사람들이 아뢰기를,
"마땅히 주문사(奏聞使)라고 불러야 할 것입니다. 다만 안완경이 주달(奏達)하러 간 일은, 발명(發明)341) 과 사은(謝恩) 등류의 일도 겸해 있고 해서 방물(方物)을 가지고 갔으니, 그런 까닭으로 대신(大臣)을 보내지 않을 수가 없었지마는, 지금은 다만 회주(回奏)하는 일뿐이니, 먼저는 대신을 보내고, 뒤에는 비관(卑官)을 보내는 것도 또한 무방(無妨)합니다. 또 이번 행차는 해동청(海東靑)까지 바치게 되었으니, 만약 대신을 시켜 해동청을 가져다 바친다면 중국 조정의 비난도 또한 두려우니 마땅히 3품관을 보내어야 할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그렇다면 마땅히 이축(李蓄)을 보내야 하겠다."
하고는, 이내 말하기를,
"해동청(海東靑)을 현재 기르는 사람이 4련(連)을 다 바치려고 하지만, 다만 도중(途中)에서 먹이를 주어야 하는 폐단이 염려된다."
하니, 여러 사람들이 아뢰기를,
"도중(途中)의 폐단은 논할 것이 못됩니다. 해동청은 본래 잡기가 어려운 새인데 근년에는 진헌(進獻)이 드물었던 까닭으로 그 수효가 이렇게 많은 데까지 이르렀습니다. 지금 만약 한꺼번에 많이 바친다면 중국에서는 반드시 우리 나라에서 잡기가 쉽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전일의 의논에 의거하여 3련(連)만 바치게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6책 12권 38장 B면【국편영인본】 6책 478면
- 【분류】외교-명(明) / 재정(財政)
○命召金宗瑞、鄭苯、李穰、許詡等, 議修咨文, 仍曰: "今差去人, 以李仁孫、李士平、李興德等三品官擬入, 予意以爲, 奏聞非宰相, 恐不可也。" 僉曰: "委去事輕, 不必大臣, 興德可往, 但中國皆知興德爲通事, 恐有朝廷之議耳。" 許詡曰: "申叔舟云: ‘唐夢賢以四運押馬赴京, 尹鳳曰: 「我國豈無宰相, 而差遣通事乎?」’ 此議恐或有之。" 乃薦吏曹參議李蓄等六人, 上曰: "今奏聞, 無異於安完慶之行, 以一體之事, 而先差宰相, 後差卑官, 無乃未安乎? 且號稱何使乎?" 僉曰: "當號奏聞使。 但完慶奏去事, 兼有發明謝恩等事, 齎方物以行, 故不得不差大臣, 今則但回奏而已, 先差大臣, 後差卑官, 亦無妨也。 且此行竝獻海靑, 若差大臣齎進海靑, 朝廷之議, 亦可畏也, 宜差三品官。" 上曰: "然則宜遣李蓄。" 仍曰: "海靑時養者, 四連欲盡獻, 但慮路次供飼之弊。" 僉曰: "路次之弊, 不足論也。 海靑本是難得之禽, 近年進獻稀少, 故其數得至於此。 今若一時多獻, 則中國必謂我國易捕。" 上曰: "依前議進三連。"
- 【태백산사고본】 6책 12권 38장 B면【국편영인본】 6책 478면
- 【분류】외교-명(明) / 재정(財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