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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종실록 12권, 문종 2년 3월 20일 계축 2번째기사 1452년 명 경태(景泰) 3년

장령 이보흠이 금·은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도록 청하다

장령(掌令) 이보흠(李甫欽)이 아뢰기를,

"금(金)·은(銀)은 우리 나라에서 생산되는 것이 아닌 까닭으로 중국의 공납(貢納)을 면하기를 청하였으니,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엄하게 제정하여 만약 범하는 사람이 있으면 제서유위율(制書有違律)로써 논죄(論罪)하여야 합니다. 지금 남휘(南暉)는 금물(禁物)을 거리낌없이 사용하여 불상(佛像)을 조성(造成)하였으니, 마땅히 죄를 다스려야 할 것인데도 전혀 거론(擧論)도 하지 않으며, 또 승인(僧人)의 범죄는 비록 태형죄(笞刑罪)일지라도 환속(還俗)시켜 차역(差役)에 복종시키는 것이 일찍이 기록된 법령이 있는데, 지금 중 상경(尙瓊)은 장형죄(杖刑罪)를 범했는데도 또한 죄를 다스리지 않으니, 미편(未便)한 일입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남휘(南暉)는 죄를 다스릴 수가 없으며, 또 상경(尙瓊)은 중의 신분으로서 불상(佛像)을 만들었으니 무슨 죄가 있겠는가?"

하였다. 이보흠이 아뢰기를,

"공장(工匠)도 오히려 죄를 다스리고서 금(金)·은(銀)을 징수했는데, 하물며 남휘(南暉)는 그 일을 주장한 사람이겠습니까? 만약 부마(駙馬) 공신(功臣)인 이유로써 죄를 다스리지 않는다면, 다른 종실(宗室)이 다투어 서로 좋지 못한 일을 흉내내어 이루 다 금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하였으나, 임금이 윤허하지 않았다. 이보흠이 아뢰기를,

"만약 중이 불상(佛像)을 제조하는 일로써 죄가 없다고 한다면, 머리털을 깎는 것도 또한 중의 일인데도 남의 머리털을 깎는 것은 반드시 법으로써 다스리게 되는데, 어찌 유독 금은에 대한 범죄에 있어서는 반드시 그 죄를 관대히 용서하겠습니까? 지금 만약 관대히 용서한다면 사람들이 모두 생각하기를, 성상께서 남휘(南暉)로 인하여 이 중[僧]도 말감(末減)322) 한다고 여길 것입니다. 대저 법은 모름지기 존귀(尊貴)하고 친근(親近)한 사람에게 먼저 시행해야만 하는데, 하물며 지금 처음 정사에서는 더욱 근신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옛날에 당(唐)나라 현종(玄宗)이 정사를 시작하는 초기에 요숭(姚崇)323) 이 말하기를, ‘법을 시행하기를 임금의 친근한 데서 시작하소서.’ 하니, 현종(玄宗)이 그대로 따라서 개원(開元)324) 의 치(治)가 성대하였었는데, 지금 만약 이와 같이 한다면 법은 스스로 존귀(尊貴)하고 친근(親近)한 데서 먼저 허물어져서 장차는 시행할 만한 곳도 없을 것이니, 아마 말류(末流)의 폐해를 제어할 수 없을 듯합니다. 청컨대 죄를 다스려서 신(臣) 등의 청에 부응(副應)하게 하소서."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남휘(南暉)는 나이 많아서 늙었으니, 죄를 가할 수가 없다."

하니, 이보흠이 아뢰기를,

"세종(世宗)께서는 본래 불교(佛敎)를 좋아하지 않으셨는데, 그의 만년(晩年)에 이르러 소헌 왕후(昭憲王后)께서 승하(昇遐)하신 때문에 잠시 불사(佛事)를 행하셨더니, 사방에서 따라 좋지 못한 일을 흉내내어 불상(佛像)을 주조(鑄造)하고 사탑(寺塔)을 세운 사람들이 자못 많아졌으니, 법은 위에서 먼저 무너뜨리고서 백성에게 법을 시행하려고 하여도 어려울 것입니다. 지금 죄를 다스리지 않는다면 금은을 함부로 사용하여 불상(佛像)을 만들고 절을 세우는 사람들이 반드시 장차 벌떼처럼 일어나서 금하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하였으나, 임금이 윤허하지 아니했다.


  • 【태백산사고본】 6책 12권 36장 A면【국편영인본】 6책 477면
  • 【분류】
    왕실-비빈(妃嬪) / 사법-법제(法制) / 사법-재판(裁判) / 사상-불교(佛敎) / 광업(鑛業) / 외교-명(明)

  • [註 322]
    말감(末減) : 가장 가벼운 죄에 처함.
  • [註 323]
    요숭(姚崇) : 당나라 현종(玄宗) 때의 현상(賢相).
  • [註 324]
    개원(開元) : 현종의 연호.

○掌令李甫欽啓曰: "金銀, 非我國所産, 故請免上國之貢, 嚴立禁用之法, 若有犯者, 論以制書有違之律。 今南暉敢用禁物, 造成佛像, 固當治罪, 而專不擧論, 且僧人所犯, 雖笞罪還俗當差, 曾有著令, 今僧尙瓊犯杖罪, 而亦不繩治, 未便。" 上曰: "南暉不可治罪, 且尙瓊以僧造佛 有何罪?" 甫欽曰: "工匠尙且治罪, 而徵金銀, 況主張其事者乎? 若以駙馬功臣而不治, 則他宗室爭相效, 尤不可勝禁。" 上不允。 甫欽曰: "若以僧造佛爲無罪, 則削髮亦僧之事, 而削人之髮, 必繩以法, 何獨於犯金銀, 而必寬其罪乎? 今若寬之, 則人皆謂, 上因而末減此僧也。 大抵法須先行於貴近, 矧今初政, 尤不可不謹。 昔 玄宗卽政之初, 姚崇曰: ‘法行自近。’ 玄宗從之, 蔚有開元之治, 今若如是, 則法自毁於貴近, 而將無可行之處, 恐末流之弊, 不可制矣。 請治罪, 以副臣等之請。" 上曰: "南暉年老, 不可加罪。" 甫欽曰: "世宗本不好佛, 至其晩年, 昭憲王后昇遐, 暫行佛事, 四方因而效, 尤鑄佛、建寺塔者頗多, 法先毁於上, 而欲民行法難矣。 今不治罪, 濫用金銀造佛、建寺者, 必將蜂起而難禁矣。" 上不允。


  • 【태백산사고본】 6책 12권 36장 A면【국편영인본】 6책 477면
  • 【분류】
    왕실-비빈(妃嬪) / 사법-법제(法制) / 사법-재판(裁判) / 사상-불교(佛敎) / 광업(鑛業) / 외교-명(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