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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종실록 10권, 문종 1년 11월 11일 을사 2번째기사 1451년 명 경태(景泰) 2년

집현전 부제학 신석조가 관례를 정하고 전임 당상관에게 반빙하도록 청하다

윤대(輪對)하였다. 집현전 부제학(集賢殿副提學) 신석조(辛碩祖)가 아뢰기를,

"지금 예제(禮制)가 다 갖추어졌으나 단지 관례(冠禮)를 행하지 못하는 것이 실로 궐전(闕典)1542) 이라 하겠습니다. 빌건대, 예관(禮官)에게 명하여 상세히 정하도록 하소서. 또 반빙(頒氷)1543) 은 왕정(王政)의 중요한 일인데, 대체로 백사(百司)와 현임 당상관의 집은 상사(喪事)와 제사(祭祀)에 이르기까지 두루 사용하지 않음이 없으나, 전임(前任) 당상관은 모두 늙고 병든 옛 신하인데도 오로지 미치지 못합니다. 빌건대, 특별히 반사(頒賜)하도록 명하여 늙은이를 우대하는 은혜를 보여 주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관례(冠禮)는 선왕께서도 뜻이 있었으나 이루지 못하였으니, 마침내 마땅히 그것을 행하여야 한다. 전임(前任)의 당상관에게 반빙(頒氷)하는 것은 실로 아름다운 법이다. 그러나, 용도(用度)가 어떠한지 아직 알지 못하겠다."

하였다. 또 아뢰기를,

"고신(告身)을 추탈(追奪)1544) 당한 자가 만약 은사(恩赦)를 만나더라도 죽었으면 주지 아니합니다. 가령 두 사람이 하나의 죄를 같이 범하였어도 한 사람은 살아 있으면 돌려 받고, 한 사람은 죽었으면 받지 못하니 일이 매우 고르지 못합니다. 직첩의 있고 없음이 비록 죽은 사람에게는 관계가 없는 듯하지만, 자손은 이로 인하여 선조(先祖)의 음덕(蔭德)을 이어받고, 또 신주(神主)에도 쓰므로 관계되는 바가 매우 중합니다. 옛날 문왕(文王)의 은혜는 고골(枯骨)1545) 에 미치게 내렸습니다. 빌건대, 생사에 관계하지 말고 한 가지로 시행하여서 죽은 사람이나 산 사람으로 하여금 유감이 없게 하소서. 또 고신을 추탈당한 자가 1년이 차지 않으면 취지(取旨)1546) 의 예에 있지 못하는 것도 또한 편하지 못합니다. 다만 죄의 가볍고 중한 것만을 논하고 연수(年數)의 오래고 가까움을 한정하지 말고 자신(自新)1547) 의 길을 넓혀 주는 것이 마땅합니다. 사복시(司僕寺)와 내금위(內禁衛)는 근시(近侍)의 직임이니, 다만 그 무예(武藝)만을 취하지 말고 반드시 의관(衣冠)의 자제로서 성품과 행실이 단정하고 근신하는 자를 취하여 충당하여야 합니다. 청컨대 향화인(向化人)1548) 에게는 사복(司僕)을 겸하지 말게 하소서. 또 들으니, 공사(公私)의 노예 등 무뢰(無賴)한 무리들이 본래의 역(役)을 피하여 도망하여 도봉산(道峯山)과 삼각산(三角山) 속에 숨어 혹은 거지질을 하거나 혹은 도적질을 하여서 생업(生業)을 삼는다고 합니다. 그 중의 심한 자는 아내를 얻고 자식을 키우고 여러 거지 아이를 부리면서 영웅으로 여기는 데 이릅니다. 이런 것을 금하지 아니하고 그들로 하여금 산속에서 번성하게 한다면 후세에 초절(草竊)1549) 의 환난(患難)이 될까 두렵습니다. 근자에 대성산(大城山)의 도둑도 또한 가히 경계해야 합니다. 빌건대, 유사(有司)로 하여금 제때에 군사를 발(發)하여 끝까지 수색하여 체포를 더하게 하고, 아울러 원적(元籍)으로 돌려보내어서 그 폐단을 없애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고신(告身)을 생사(生死)에 관여하지 않고 죄를 헤아려 도로 주는 것은 내가 마땅히 다시 생각하여 처리하겠다. 향화인(向化人)에게 어쩔 수 없이 은혜를 더하여 주는 자에게 사복을 겸임하게 하는 것은 외방 사람이 없다는 것을 보이려는 것인데, 끝내는 또 이런 일이 없을 것이다. 거지들은 일찍이 추쇄(推刷)하여도 많이 찾지 못하였다. 국가에서 본래부터 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책 10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6책 452면
  • 【분류】
    풍속-예속(禮俗) / 인사-관리(管理) / 신분-천인(賤人) / 사법-치안(治安) / 재정(財政) / 정론(政論)

  • [註 1542]
    궐전(闕典) : 빠진 예(禮)가 있는 문전(文典).
  • [註 1543]
    반빙(頒氷) : 나라에서 여름철에 조관(朝官)들에게 얼음을 내려 주던 일.
  • [註 1544]
    추탈(追奪) : 죽은 뒤에 그 사람 생전의 직위와 훈작을 깎아 없애는 것.
  • [註 1545]
    고골(枯骨) : 죽은 뒤에 살이 썩어 없어진 뼈. 즉 사망자.
  • [註 1546]
    취지(取旨) : 임금의 허락을 받음.
  • [註 1547]
    자신(自新) : 마음을 고쳐 새롭게 함.
  • [註 1548]
    향화인(向化人) : 귀화한 사람.
  • [註 1549]
    초절(草竊) : 좀도둑.

○輪對。 集賢殿副提學辛碩祖啓: "方今禮制極備, 但冠禮未行, 實爲闕典。 乞命禮官詳定。 且頒氷, 王政所重, 凡百司及見任堂上官之家, 以至喪祭, 用無不周, 而前銜堂上官, 皆是老病舊臣, 獨未及焉。 乞特命頒賜, 以示優老之恩。" 上曰: "冠禮, 先王有志而未就, 終當行之。 前銜堂上官頒氷, 實是美法。 但未知用度如何耳。" 又啓曰: "告身追奪者, 若遇恩赦, 身死則不之給。 假如二人, 同犯一罪, 一人生則還受, 一人死則否, 事甚不均。 職之有無, 雖若無關於死者, 子孫因以承蔭, 且書神主, 所係甚重。 昔文王之恩, 下及枯骨。 乞勿拘生歿, 一體施行, 使死生無憾。 且告身追奪者, 未滿一歲, 則不在取旨之例, 亦未便。 但當論罪之輕重, 勿限年之久近, 以廣自新之路。 司僕及內禁衛, 近侍之任, 不特取其武藝, 必須以衣冠子弟, 性行端謹者充之。 請向化人, 勿兼司僕。 且聞公私奴隷等, 無賴之徒, 逃避本役, 竄伏道峯三角山間, 或丐乞或竊盜, 以爲生業。 其劇者以至娶妻育子, 奴使諸乞兒以爲雄。 此而不禁, 使之蕃息山間, 則恐爲後世草竊之患。 近者大城山之賊, 亦可戒也。 乞令有司, 以時發卒, 窮加搜捕, 竝還元籍, 以除其弊。" 上曰: "告身不拘生歿, 量罪還給, 予當更思而處之。 向化人不得已加恩者, 使兼司僕, 以示無外, 終亦無此事矣。 丐乞人, 已曾推刷, 亦不多得。 國家固非不爲也。"


  • 【태백산사고본】 5책 10권 21장 A면【국편영인본】 6책 452면
  • 【분류】
    풍속-예속(禮俗) / 인사-관리(管理) / 신분-천인(賤人) / 사법-치안(治安) / 재정(財政) / 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