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참찬 안숭선이 사직하였으나 윤허하지 않다
좌참찬(左參贊) 안숭선(安崇善)이 상서(上書)하여 사직(辭職)하여 말하기를,
"신은 품성(稟性)과 자질(資質)이 용렬(庸劣)하고 낮아서 중임(重任)에 맞지 아니하므로 두렵게 생각합니다. 우러러 천총(天聰)을 어지럽게 하였으나, 아직 윤허(允許)를 받지 못하니, 더욱 더 황송(惶悚)합니다. 그윽이 엎드려 생각하건대, 신은 초췌(憔悴)한 여생을 스스로 기꺼이 회적(晦迹)1507) 하여, 분수에 따라 한가하게 살면서 세월[晨夕]을 보내려고 하였는데, 특별히 건곤(乾坤)1508) 이 재조(再造)하시는 은혜를 더하여 외람되게 정부(政府)에 참여하게 하고, 또 화요(華要)1509) 의 자리를 겸하게 하시니, 성상의 권애(眷愛)가 거듭 이르게 되어 생사골육(生死骨肉)1510) 입니다. 신이 목석(木石)이 아니니 어찌 알고 느끼는 것이 없겠습니까? 한 번씩 생각이 이를 때마다 눈물과 콧물이 뒤섞여서 흐릅니다. 망극한 은혜는 신이 능히 보답할 수 있는 바가 아니므로, 살아서는 마땅히 목숨을 바치고 죽어서는 마땅히 결초보은(結草報恩)하는 것이 신의 분수이요 소원입니다. 그러나, 상유(桑楡)1511) 에 또 이르러 쇠약하고 피로함이 날로 깊어가고 정신이 혼미하고 잘 잊어버립니다. 일에 임하면 눈이 어지러우니, 천록(天祿)을 시소(尸素)1512) 하므로, 두렵고 무서울 뿐입니다. 기밀(機密)의 중대한 임무가 모두 병조(兵曹)에 모이는데, 힘이 모자라는 자가 감당할 바가 아닙니다. 신은 이 직임에 대하여 바로 모기가 등에다 산을 진 것과 같이 멀리 가지 못하고 쓰러질 것은 의심할 것이 없습니다. 하물며 앞에 가던 수레가 전복하면 마땅히 경계하여야 하는 바입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신이 쇠약하고 늙음을 가련하게 여기시고 신의 지극한 심정을 생각하시어 내리신 명령을 도로 거두시고 어질고 재능이 있는 자로 대신하게 하시며, 전리(田里)로 놓아 보내어 여생(餘生)을 보전하게 하신다면, 거의 뱁새[鷦鷯]와 같이 자기 분수를 지키고 항상 구릉(丘陵)1513) 과 같이 수(壽)하시기를 축원하겠습니다."
하였으나, 윤허하지 아니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책 10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6책 450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註 1507]회적(晦迹) : 자취를 감춤.
- [註 1508]
건곤(乾坤) : 임금.- [註 1509]
화요(華要) : 높은 벼슬.- [註 1510]
생사골육(生死骨肉) : 죽은 사람을 살려서 그 백골에 살을 붙이는 것. 즉, 은혜가 매우 깊음.- [註 1511]
상유(桑楡) : 저녁해가 뽕나무나 느릅나무 위에 걸려 있다는 뜻으로 인생이 노년에 이름을 말함.- [註 1512]
시소(尸素) : 직책을 다하지 못하고 자리만 차지하여 녹(祿)만 먹는 것.- [註 1513]
구릉(丘陵) : 언덕이나 작은 산.○左參贊安崇善上書辭職曰:
臣稟資庸下, 以不稱重任爲懼。 仰瀆天聰, 未蒙允許, 益增惶悚。 竊伏惟念, 臣憔悴餘生, 自甘晦迹, 隨分閑居, 欲度晨夕, 特荷乾坤再造之恩, 叨參政府, 又兼華要, 聖眷稠疊, 生死肉骨。 臣非石木, 寧無知感? 每一思至, 涕泗交流。 罔極之私, 非臣所能上報, 生當隕首, 死當結草, 臣之分願也。 但桑楡且至, 衰憊日深, 神昏健忘。 臨事昡然, 尸素天祿, 慄慄危懼。 機密重務, 悉萃兵曹, 非綿力者, 所堪當也。 臣於是任, 正猶蚊背負山, 未遠而蹶者, 無疑矣。 況前車覆轍, 宜所當戒。 伏望, 憐臣衰老, 諒臣至情, 還收成命, 代以賢能, 放歸田里, 俾保餘齡, 庶守鷦鷯之分, 恒祝岡陵之壽。
不允。
- 【태백산사고본】 5책 10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6책 450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註 15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