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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종실록9권, 문종 1년 9월 28일 계해 5번째기사 1451년 명 경태(景泰) 2년

황해도와 개성 및 경기의 각 고을에 행할 여제의 제문을 친히 지어 내리다

황해도(黃海道)의 각 고을과 개성(開城)경기(京畿)의 각 고을 각처에서 행할 여제(厲祭)의 제문(祭文)을 친히 지어 내리니, 이러하였다.

"왕(王)은 말하노라. 이치는 순양(純陽)1364) 만이 아니고 음(陰)이 있고, 만물은 길이 살지 못하고 죽음이 있으며, 오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가는 것이 있고, 신(神)이 있으면 반드시 귀(鬼)가 있는 법이다. 본시 물체의 체(體)가 되어 빠지지 않으니, 어찌 여기(厲氣)에 주(主)가 없으랴? 정(情)이 없는 것을 음양(陰陽)이라 이르고 정이 있는 귀신이라 이른다. 정이 없으면 더불어 말할 수 없고, 정이 있으면 이치로 효유(曉諭)1365) 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생각하건대, 수화(水火)는 본래 사람을 기르는 데 필요한 것이지만, 때로는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귀신은 사람을 돕는 것이지만 때로는 사람을 해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을 죽이는 자는 수화가 아니라 곧 사람인 것이며, 사람을 해치는 자도 귀신이 아니라 역시 사람 자신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서·우·양(寒暑雨暘)과 오미(五味)의 식품은 천지(天地)가 사람을 기르는 본연의 능사이나, 사람이 스스로 그 조화(調和)를 잃으면 병의 근원을 만들게 된다. 그러기에 귀신의 덕이 거룩하며, 이치가 하나인 천지임을 알게 한다. 지금의 여기(厲氣)는 실상 귀신이 해를 지음이 이나라, 도리어 사람이 스스로 그 재앙을 지은 것이다. 그러나 마침 한 사람이 지은 재앙으로 인하여 전염되고 널리 확장되어 해를 지나도 그치지 않아서 죄없이 마구 걸려 생명을 잃은 자가 그 몇이던가? 이 어찌 천명(天命)을 받들어 행하는 자가 그 덕을 잃어서 옥석(玉石)이 함께 타버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덕이 박한 사람으로 한 나라의 신인(神人)의 주인이 되어 한 물거이라도 그 있을 바를 얻지 못하는 일이 있지 않을까 항상 두려워하는데, 하물며 우리 백성들이 횡액에 걸려 젊어서 죽는 것을 어찌 차마 보겠는가? 이에 유사(有司)에게 명하여 그 여기(厲氣)가 있는 곳에서 정결한 땅을 가려서 단(壇)을 설치하게 하고, 조신(朝臣)을 나누어 파견하여 생례(牲醴)1366)반갱(飯羹)1367) 으로 제사하고, 정녕(丁寧)한 유고(諭告)를 거듭하여 너희들로 하여금 깨닫도록 하노니, 너희 귀신들은 선(善)으로써 선(善)을 이어가도록 괴분(乖憤)1368) 한 기운을 깨끗이 거두고 생생(生生)하는 본래의 덕을 포시(布施)하기 바라노라. 이런 까닭으로 이에 교시(敎示)하니, 의당 이를 다 알아야 할 것이다."

당초 응교(應敎) 이개(李塏)가 제문(祭文)을 지어 바쳤는데, 임금이 ‘내 마음에 합당치 않다.’고 말하고 드디어 손수 이 글을 초(草)해 낸 것이다.


  • 【태백산사고본】 5책 9권 48장 A면【국편영인본】 6책 440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보건(保健)

○御製黃海道各官, 及開城京畿各官各處, 行厲祭文: "王若曰。 理不純陽而有陰, 物不長生而有死, 有來必有往, 有神必有鬼。 固體物而不遺, 豈厲氣之無主? 無情之謂陰陽, 有情之謂鬼神。 無情則不可與言, 有情則可以理曉。 予惟水火養人, 而或有時殺人, 鬼神生人, 而或有時害人。 然殺人者非水火也, 人也, 害人者非鬼神也, 人也。 故寒、暑、雨、暘, 五味之食, 天地養人之能事, 而人自失其調和, 則病源作焉。 故知鬼神德盛, 理一天地。 今之厲氣, 實非鬼神之作慝, 抑亦人自作孽耳。 然適因一人之作孽, 傳染浸廣, 積年不止, 無辜橫罹, 殞歿性命, 不知其幾? 豈非天吏逸德, 玉石俱焚乎? 予以涼德, 忝一爲國, 神人之主, 常懼有一物之不獲其所者, 況忍視吾民之橫罹夭札乎? 玆命有司, 令於所在擇凈爲壇, 分遣朝臣, 祭以牲醴飯羹, 申之以丁寧之諭, 使爾開悟, 惟爾鬼神, 思以善繼善, 收霽乖憤之氣, 以布生生之本德。 故玆敎示, 想宜知悉。" 初應敎李塏,製祭文以進, 上曰: "未合予心。" 乃手草以出。


  • 【태백산사고본】 5책 9권 48장 A면【국편영인본】 6책 440면
  • 【분류】
    왕실-의식(儀式) / 왕실-국왕(國王) / 보건(保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