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 대군이 길에서 칼을 씌운 중을 불러오게 하고 그 사유를 임금께 아뢰다
수양 대군(首陽大君)이 【임금의 휘(諱)이다.】 길에서 칼[枷]을 씌운 중[僧]을 만나서 그 칼을 풀어 버리고 사람을 시켜서 데려오게 하고는, 그 사유를 갖추어 즉시 아뢰었다. 임금이 사헌부 지평(司憲府持平) 문여량(文汝良)을 불러 전교하기를,
"어제 본부(本府)에서 한 중을 붙잡아 도첩(度牒)이 없다는 이유로 칼[枷]을 씌워 내보냈는데, 수양 대군(首陽大君)이 길에서 만나 도로 데리고 왔다고 한다. 도첩을 추문(推問)하는 기한이 이미 세워져 있는데 이제 그 기한 내에도 이와 같이 추문하는 것은 무슨 까닭이냐? 또 이 중은 어떠한 중이냐?"
물으니, 문여량(文汝良)이 아뢰기를,
"지금은 비록 기한 전이나 다른 일로 인하여 나타난 자는 그 도첩을 상고하라는 것으로 전일에 이미 하교가 있었으며, 이 중은 여염(閭閻)1347) 을 출입하다가 본부 금란리(禁亂吏)1348) 에게 체포되어 도첩(度牒)을 조사하니, 없다고 말하고, 정전(丁錢)1349) 을 납부하였느냐고 묻자 능력이 없다고 하여, 그의 원적(原籍)으로 당차(當差)1350) 하게 하려고 칼[枷]을 씌워 전역(傳驛)하여 내려 보내려던 것이었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 중이 이미 죄를 받았느냐? 나이는 얼마나 되었느냐?"
하였다. 이에 문여량이 아뢰기를,
"나이는 27, 8세 가량 되며 죄는 다만 여염집에 출입한 것뿐이고, 따로 죄를 지은 일은 없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비록 다른 사유로 인하여 나타났더라도 만약 죄를 범하여 체포되었다면 그러려니와, 지금 이 중은 다만 여염집을 출입한 것이다. 중들이 여리(閭里)를 횡행(橫行)하는 것은 그 금령(禁令)이 없는데, 이제 이 일을 가지고 추문한다면 되겠느냐? 그 정전(丁錢)은 오는 12월 안에 미쳐 납입하지 못하겠느냐?"
하니, 문여량이 아뢰기를,
"비단 이 중만이 아니고 두 중이 같이 빈집에 들어가 앉아 있는 것을 본부의 금란인(禁亂人)이 함께 잡아 왔는데, 별로 범한 것은 없으며 한 중은 정전(丁錢)을 내기를 원하기 때문에 예조(禮曹)로 이송(移送)하였고, 이 중은 낼 수가 없다 하고 그 본 고향으로 돌아가기를 원하기 때문에, 전역(傳驛)하여 내려 보내려는 것이었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너희들이 반드시 전례(前例)를 상고하여 하리라고 믿는다. 그러나 죄없는 사람에게 칼[枷]을 씌워 전송(傳送)하는 것은 무엇이냐?"
하니, 문여량이 아뢰기를,
"이 중이 본시 죄는 없으나 원적지로 도로 보내어 당차(當差)할 자입니다. 비록 무죄한 사람이라도 정속(定屬)시키려고 옮겨 보내는 자가 있으면 칼[枷]을 씌워 전역(傳驛)하는 것이 곧 전례이며, 더욱이 길에서 몸을 묶은 물건이 없으면 혹시 도망하지 않을까 두려워서 한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승정원(承政院)에 묻기를,
"칼[枷]을 씌워서 전역(傳驛)1351) 하는 것이 비록 전례라 할지라도 죄없는 중에게 길거리에서 칼을 씌우는 것을 어떻게 보느냐?"
하니, 우승지(右承旨) 강맹경(姜孟卿)·우부승지(右副承旨) 박중손(朴仲孫)·동부승지(同副承旨) 노숙동(盧叔仝)이 아뢰기를,
"비록 죄가 없더라도 전역하여 보내는 자는 칼[枷]을 씌우고 손을 묶는 것은 예로 부터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이 중이 만약 죄가 없으면 칼을 씌우지 않고 돌려보내는 것도 또한 무방할 것입니다."
하니, 이에 임금이 문여량에게 전교하기를,
"내가 이 일로 해서 너희들을 문책하는 것은 아니다. 이 중의 일은 내가 우연히 이 사실을 들은 것이다. 죄없이 칼을 씌우는 것을 내 실상 불쌍히 여기는 바이니, 금후에는 죄를 범한 중 이외에 죄는 없고 다만 원적(元籍)으로 돌려보내는 자에게는 다시 칼을 씌우지 말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책 9권 46장 A면【국편영인본】 6책 439면
- 【분류】사상-불교(佛敎) / 사법-법제(法制) / 사법-행형(行刑)
- [註 1347]여염(閭閻) : 백성들의 살림집이 모여 있는 곳.
- [註 1348]
금란리(禁亂吏) : 법령(法令)을 어기고 어지럽히는 자를 막아서 금지시키던 아전.- [註 1349]
정전(丁錢) : 중이 군역(軍役)을 면제 받기 위하여 도첩(度牒)을 받을 때 관아에 바치던 돈.- [註 1350]
당차(當差) : 신분(身分)에 따라 차역(差役)에 복종시키던 일.- [註 1351]
전역(傳驛) : 사람이나 물건을 운송할 때 역(驛)에서 역으로 서로 전하여 목적지까지 이르게 하던 일.○首陽大君 【上諱。】 路逢着枷僧, 解去其枷, 使人率來, 具由卽啓。 上召司憲持平文汝良, 傳敎曰: "昨日本府拿一僧, 以爲無度牒, 着枷出送, 首陽路遇遝率來。 推度牒之限已立, 今於限內, 如此推問何哉? 且此僧, 何如僧也?" 汝良啓曰: "今雖限前, 然因他條以見者, 考其度牒事, 前日已有敎, 此僧出入閭閻, 爲本府禁亂吏所捕, 推度牒則曰無, 問納丁錢, 則曰不能, 故欲於原籍當差, 着枷傳驛下送。" 上曰: "此僧已抵罪歟? 年齒幾何?" 汝良曰: "年二十七八, 罪則但出入閭里而已, 別無作罪之事。" 上曰: "雖因他條以見, 若犯罪而見捉則然矣, 今此僧但出入閭閻。 僧人閭里橫行, 無有禁令, 今以此事, 推問可乎? 其丁錢, 來十二月內, 未及納歟?" 汝良曰: "非徒此僧, 二僧共入坐空家, 本府禁亂人俱捉而來, 別無所犯, 一僧則原納丁錢, 故移送禮曹, 此僧則曰未得納, 願歸本鄕, 故傳驛下送耳。" 上曰: "若等必考前例而爲之。 然無罪之人, 而着枷傳送何歟?" 汝良曰: "是僧固無罪, 然發還原籍當差者也。 雖無罪之人, 有欲定屬而移送者, 則着枷傳驛, 乃是前例, 況路次無纑身之物, 則恐或逃逸。" 上問承政院曰: "着枷傳驛, 雖是前例, 無罪之僧, 路次着枷何如?" 右承旨姜孟卿、右副承旨朴仲孫、同副承旨盧叔仝啓曰: "雖無罪, 傳驛送之者, 則着枷縳手, 自古而然。 然此僧若無罪, 則不着枷發還, 亦無妨焉。" 傳敎汝良曰: "予非以此事責若等。 此僧事, 予偶爾聞也。 無罪着枷, 予實憐之, 今後犯罪僧外, 無罪而但發還原籍者, 勿復着枷。"
- 【태백산사고본】 5책 9권 46장 A면【국편영인본】 6책 439면
- 【분류】사상-불교(佛敎) / 사법-법제(法制) / 사법-행형(行刑)
- [註 13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