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헌부 장령 강희안이 신진보의 죄를 더 가할 것을 청하다
사헌부(司憲府) 장령(掌令) 강희안(姜希顔)이 아뢰기를,
"신진보(辛晉保)는 죄명(罪名)이 하나뿐이 아닌데, 다만 그 직첩(職牒)만을 거둔다는 것은 합당치 않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직첩을 이미 빼앗았는데 다시 무슨 죄를 주겠느냐?"
하였다. 강희안이 다시 아뢰기를,
"신진보가 이미 대숲이 들어선 밭을 빼앗고, 또 선척에 적재한 미곡을 가지고 그 본향(本鄕)인 영산 현감(靈山縣監) 조보인(趙寶仁)에게 주었으며, 또 창원(昌原)·김해(金海) 등지에서 소금을 구워 판매하고, 또 자제(子弟)들을 많이 거느리고 공름(公廩)1159) 의 미곡을 마구 낭비하는가 하면, 또 노루[獐] 1구(口)를 영산(靈山)으로 보내어 공포(貢脯)로 대납(代納)하였으며, 또 민간으로부터 토목(吐木)1160) 을 받아들여 기와를 구워 집도 지었고, 또 군부(君父)의 중상(重喪)1161) 때 밀양(密陽)에서 새로이 첩(妾)을 얻고는 다시 서울에서 얻은 첩을 데려다가 모두 군문(軍門)에 두고 조금도 두려워하거나 꺼려하는 기색이 없어서 군관(軍官)들까지도 그의 과실을 본받아 기생을 데려오지 않는 자가 없어, 상하가 서로 음풍(淫風)을 드러내는 등 횡포와 방자함이 막심한데도, 이제 사유(赦宥) 전의 일이라는 데 구애되어 다만 고신(告身)만을 추탈(追奪)할 뿐이요, 그 밖에 징계할 도리가 없습니다. 동일한 죄인데도 물품을 받은 조보인은 장오(贓汚)로 죄를 입었는데, 이를 준 신진보는 유독 죄에 들지 않고 있습니다. 신 등은 아마도 형벌의 경중에 그 공평하지 못함이 있을까 두렵습니다. 그 일이 사유 전에 있었던 터이라 비록 죄를 가하지 않더라도, 송(宋)나라 태조(太祖)의 고사(故事)에 의하여 다시 서용(敍用)하지 않도록 하소서. 죄가 대납(代納)1162) 을 범하면 다시 서용하지 않는다고 역시 법령에 있습니다. 본인이 범한 것으로 다시 서용치 않는다는 죄가 두 가지가 있는데 성상께서 특히 그 말감(末減)을 따르는 것은, 신의 생각으로는, 이 사람이 무인(武人)이라서 그 재예를 애석하게 여기시고 다시 쓰시려는 것으로 압니다. 그러나 오늘에 있어서는 법에 의하여 그 악한 행동을 징계하시고 후일에 쓸 만한 일이 있으면 다시 특은(特恩)으로 서용(敍用)하시면 무엇이 어렵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너희들이 역시 다시 쓸 것을 알고 있으면서 하필이면 오늘 영구히 서용하지 말라고 거론한단 말이냐? 만약 이미 다시 쓸 것을 생각하면서도 서용치 않는다는 죄목을 과하는 것은 한갓 헛된 형식[文具]만을 일삼는 데 불과하다."
하였다. 강희안이 다시 아뢰기를,
"이 사람의 죄가 본래 광망(狂妄)1163) 으로 잘못하여 저지른 범죄가 아니라 실상 황당하고 음란(淫亂)한데서 온 고의로 저지른 범죄인지라, 뒤에 비록 다시 쓰더라도 오늘에 있어서는 마땅히 서용치 않는 것으로 과단(科斷)하여야 할 것이요, 후일에 특은을 베풀어 서용하시더라도 이는 헛된 문구가 아닙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너희들의 말은 좋다. 그러나 다시 서용하지 않는 것으로 논한다는 것은 진실로 불가하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5책 9권 20장 B면【국편영인본】 6책 427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인사-관리(管理)
- [註 1159]공름(公廩) : 관용의 쌀창고.
- [註 1160]
토목(吐木) : 기와를 굽는 데 쓰이는 나무.- [註 1161]
중상(重喪) : 해상(解喪)하기 전에, 즉 3년 안에 부모의 상사(喪事)를 거듭 당함.- [註 1162]
대납(代納) : 지방의 공물(貢物)을 특정인이 대신하여 중앙에 바치고 그 지방에 내려가서 그 값을 갑절이나 받던 일. 방납(防納).- [註 1163]
광망(狂妄) : 걷잡을 수 없이 망령됨.○司憲掌令姜希顔啓曰: "辛晋保罪名非一, 而只收職牒未便。" 上曰: "職牒已奪, 復何罪之?" 希顔更啓曰: "晋保旣奪竹林之田, 又將船隻米穀, 遺本鄕靈山守趙寶仁, 又昌原、金海等處, 煮鹽販賣, 又多率子弟, 橫費公廩, 又送獐一口於靈山, 代納貢脯, 受吐木於民間, 燔瓦造家, 又君父重喪, 娶新妾於密陽, 又率京妾, 皆置軍門, 尙無畏忌, 以至官軍莫不效尤率妓, 上下宣淫, 橫恣莫甚, 今也拘於赦前, 但追奪告身, 無由懲戒。 同一罪也, 而受者寶仁, 以贓坐罪, 與者晋保, 獨不坐。 臣等恐刑罰輕重有未平也。 事在叔前, 雖不加罪, 依宋 太祖故事, 不復敍用。 罪干代納, 復不敍用, 亦有令甲。 本人所犯, 不復敍用之罪有二, 上特從末減者, 意以爲此武人也, 惜其才, 而欲復用也。 然在今日依法, 懲惡後日有可用之事, 特恩敍用, 夫豈難哉?" 上曰: "若等亦知復用, 何必今日以永不敍論之? 若已料復用, 而科以不敍之罪, 是徒事虛文耳。" 希顔更啓曰: "此人之罪, 本非狂妄誤, 犯實是荒淫, 故犯後雖用, 在今日當以不敍科斷, 於後日特恩敍用, 不是虛文也。" 上曰: "若等之言善矣。 然論以不復敍用, 固不可也。"
- 【태백산사고본】 5책 9권 20장 B면【국편영인본】 6책 427면
- 【분류】사법-탄핵(彈劾) / 인사-관리(管理)
- [註 1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