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담이 흥천사에서 올리는 보공재를 정지할 것을 아뢰다
사헌 장령(司憲掌令) 김담(金淡)이 아뢰기를,
"신 등은 흥천사에서 기우(祈雨)한 것이 종묘·사직에서의 것과는 비교가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재(旱災)가 너무 심하여 성상께서 신(神)은 들추지 않음이 없어야 한다는 뜻으로써 행하셨으므로, 감히 정침(停寢)을 청하지 못하였습니다. 이제 듣건대 요즈음의 비를 부처의 힘이 가져온 것이라 하여 흥천사에서 보공재를 베푼다 하니, 신 등은 수천 년 동안 마른 뼈가 어찌 구름을 일으켜 비를 오게 할 이치(理致)가 있을까 생각합니다. 가령 부처의 힘이라고 말하더라도, 이 비가 내린 것은 부처에게 빌기 전에 있었으니, 부처에게 과연 영(靈)이 있다면, 자기의 공이 아니면서 보공(報供)을 얻어 흠향(欽享)하기를 어찌 부끄러워하지 않겠습니까? 청컨대 정지시키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누가 천년 마른 뼈가 비를 오게 할 수 있다고 하더냐?"
하므로 대답하기를,
"신 등이 생각하기를 흥천사에서 기우하고서 이제 보공(報供)을 베푸는 것은 어찌 부처의 힘의 소치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대저 보사(報祀)598) 는 가을을 기다려서 행하며, 풍년들지 않으면 거행하지 않는 것이 전례입니다. 이제 비의 혜택이 흡족하지 않고, 올해의 풍겸(豐歉)599) 은 아직 미리 알 수 없는데, 지금 곧 서둘러서 행하는 것은 매우 옳지 못합니다. 전일 전하께서 하교(下敎)하시기를, ‘부처를 섬기는 것은 상사(喪事) 때문이다. 상사가 아니면 불사(佛事)를 베풀지 않는다.’ 하셨습니다. 이 말이 신민(臣民)의 이목(耳目)에 퍼지면 모두들 전하를 장차 어떠하시다고 생각하겠습니까? 지금 상사가 아닌데도 헛되이 이 재(齋)600) 를 베푸니, 누가 전하께서 부처에게 현혹하지 않으셨다고 믿겠습니까?"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종묘에서 기도하는 3일 동안에 용왕경(龍王經)을 읽고 아울러 흥천사에서의 기도를 거행하고서 이 비를 얻었으니, 무엇을 인연해서 비가 내렸는지 알지 못한다. 만약 부처의 힘이 아닌 것을 확실히 안다면 그만이지만, 만약 확실히 알지 못한다면 공(功)이 정말 무거운가를 의심함으로써 어찌 보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너희들이 전일 기우할 때에 다만 대군(大君)·근신(近臣)을 보내는 것이 옳지 않다고만 말하고, 부처에게 비는 것이 그르다고 분명하게 말하지 않았는데, 이제 보공재(報供齋)에 대하여서는 어찌 말을 이토록 하는가? 비록 가을에 행하여야 한다고 말하나, 곧 보공(報供)을 행하는 것이 바로 고사(故事)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책 7권 42장 B면【국편영인본】 6책 392면
- 【분류】사상-불교(佛敎) / 과학-천기(天氣) / 정론(政論)
- [註 598]
○司憲掌令金淡啓: "臣等以爲 ‘興天祈雨, 非宗廟、社稷比也。 但初則旱災太甚, 上以靡神不擧之義而行之, 故未敢請停。 今聞 ‘以近日之雨爲佛力所致, 設報供齋于興天寺’, 臣等以爲, 數千年枯骨, 安有興雲致雨之理? 縱云: ‘佛力’, 此雨之作, 乃在禱佛之前, 佛果有靈, 則非己之功, 而得享報供, 寧不愧乎? 請停之。" 上曰: "孰云: ‘千年枯骨, 能致雨’ 乎? 對曰: "臣等以爲, 祈雨興天, 而今設報供, 豈非以爲 ‘佛力所致’ 而然歟? 大抵報祀, 待秋行之, 如不有年, 則不擧, 例也。 今雨澤未洽, 年之豐歉, 未可預知, 今乃汲汲行之, 甚爲不可。 前日上敎云: ‘事佛爲喪事也, 非喪事, 則不設佛事。’ 此言播於臣民之耳目, 咸謂殿下, 將何如也? 今非喪事, 而虛設是齋, 誰信殿下不惑於佛耶?" 上曰: "宗廟祈禱三日內, 讀《龍王經》, 兼擧興天祈禱, 而得此雨, 未知何緣而雨也。 若的知非佛力則已矣, 如不的知, 則以功疑惟重之意, 何可不報? 若等於前日祈雨之時, 但言: ‘遣大君、近臣爲不可’, 而不明言禱佛之非, 今於報供齋, 何言之至此耶? 雖曰: ‘可行於秋’, 然卽行報供, 乃是故事也。
- 【태백산사고본】 4책 7권 42장 B면【국편영인본】 6책 392면
- 【분류】사상-불교(佛敎) / 과학-천기(天氣) / 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