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태필이 흥천사에 보공재를 올림은 부당하다고 아뢰다
정사(政事)를 보고 경연(經筵)에 나아갔다. 우헌납(右獻納) 고태필(高台弼)이 아뢰기를,
"지금 흥천사(興天寺)에서 보공재(報供齋)를 베풀려 하나, 그 비가 사직(社稷)·종묘(宗廟)에서 기도한 뒤에 내렸으니, 오직 공을 부처에게만 돌리는 것은 옳지 못합니다. 부처는 이미 탄망(誕妄)한 것이며, 또 지금 비용[調度]이 자못 번거로우므로 실로 비용을 절약하여야 마땅하니, 청컨대 정지시키소서."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렇다면 당초에 비를 빌 때에 부처에게는 빌지 않았어야 할 것이다. 이미 빌었으면 어찌 보공(報供)하지 않겠느냐? 비가 내리지 않았을 때에는 어디에서 비를 얻게 될지 모르므로, 제사지내지 않는 신(神)이 없다고 하거니와 또 보공하는 비용도 매우 적으므로, 다만 공양(供養) 만을 하게 하였는데, 또 어찌 비용을 절약하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하므로, 부검토관(副檢討官) 이예(李芮)가 아뢰기를,
"무릇 종묘·사직·산천(山川)에 기우(祈雨)하여서 보사(報祀)하는 것은 반드시 추수를 기다려서야 행하는 것인데, 이번의 보공은 곧 비의 혜택이 흡족하기도 전에 행하니 옳지 않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이는 구례(舊例)이다. 어찌 반드시 여러 말을 하여야 하는가?"
하니, 고태필이 또 아뢰기를,
"헌부(憲府)는 백관(百官)을 규찰(糾察)하므로 그 임무가 가볍지 않습니다. 흥천사에서 기우(祈雨)하는 데에 감찰(監察)도 가서 분수(焚修)하며 부처에게 절하는 것은 매우 옳지 않으니, 청컨대 이제부터는 감찰을 보내지 마소서."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대군(大君)과 승지(承旨)가 이미 가서 감독하였으니, 나도 감찰이 반드시 가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나, 다만 구례에 따라 보내는 것이다. 이미 갔으면 분수하며 부처에게 절하는 것이 어찌 홀로 옳지 않으랴? 예전에 하순경(河淳敬)이 감찰로서 분수(焚修)하였을 적에 그것을 말하는 자가 많았는데, 세종(世宗)께서 말하는 자를 그르다고 하신 것을, 네가 어찌 듣지 못하였겠느냐? 이 또한 구례(舊例)일 뿐이다."
하니, 사경(司經) 서거정(徐居正)이 아뢰기를,
"비는 전야(前夜)에 오기 시작하였는데, 흥천사에서 기우(祈雨)한 것은 그 이튿날에 시작하였으니, 그것이 부처의 힘이 아님이 분명합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보공(報供)은 구례(舊例)일 뿐이다. 나도 이 비가 흥천사에서 기우하기 전에 내렸다고 말하는 자가 있으리라고 생각하였더니, 이제 과연 그렇구나. 어찌 딱 잘라서 누구의 공이라 할 수 있으랴? 그러나 듣건대 그 전에도 용왕경(龍王經)을 읽었다 한다."
하니, 대개 부처의 힘을 말씀을 올리는 자가 이러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책 7권 41장 B면【국편영인본】 6책 391면
- 【분류】사상-불교(佛敎) / 왕실-경연(經筵) / 정론-정론(政論)
○壬戌/視事, 御經筵。 右獻納高台弼啓: "今將設報供齋于興天寺, 然其雨在社稷、宗廟祈禱之後, 不可獨歸功於佛也。 佛旣誕妄, 且今調度頗繁, 固宜節用。 請停之。" 上曰: "若然, 則當初祈雨之時, 佛不必禱也。 旣禱之, 則何不報供乎? 當不雨之時, 不知得雨, 於彼於此, 故靡神不擧, 且報供之需甚少, 只令供養, 又豈可以節用言乎?" 副檢討官李芮啓: "凡宗廟、社稷、山川祈雨報祀, 必待秋成行之, 今此報供, 卽行於雨澤浹洽之前, 未可也。" 上曰: "此則舊例也, 何必多言?" 台弼又啓: "憲府糾察百官, 其任匪輕。 興天祈雨, 監察亦往, 焚修禮佛, 甚爲不可。 請自今勿遣監察。" 上曰: "大君與承旨, 旣往監之, 予亦謂 ‘監察不必往’, 但因舊例, 遣之也。 旣已往, 則焚修禮佛, 何獨不可? 昔河淳敬, 以監察焚修, 言之者多, 世宗以言者爲非, 爾豈不聞乎? 此亦舊例耳。" 司經徐居正啓曰: "雨始前夜, 而興天祈雨, 始於翼日其非佛力, 明矣。" 上曰: "報供舊例耳。 予亦謂 ‘必有以此雨爲在興天祈雨之前而言者’, 今乃果然, 豈可辨析以爲某之功乎? 然聞 ‘其前亦《讀龍王》’ 經也。 蓋獻言佛力者, 如是也。
- 【태백산사고본】 4책 7권 41장 B면【국편영인본】 6책 391면
- 【분류】사상-불교(佛敎) / 왕실-경연(經筵) / 정론-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