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기감의 월과를 멈추고 헌 군기를 수리하게 하다
임금이 좌승지(左承旨) 정이한(鄭而漢)을 인견하고 말하기를,
"근래 적의 성식(聲息)이 끊이지 않으므로, 마땅히 무기[戎器]를 수리하여 불우(不虞)에 대비하여야 하는데, 군기감(軍器監)에 둔 헌 군기(軍器)는 부서져서 못 쓰게 된 것이 자못 많으니, 만약 수보(修補)하지 않으면 끝내 쓸모 없는 기물(器物)이 된다. 내가 잠시 군기감의 월과(月課)559) 를 멈추고 먼저 헌 군기를 수리하게 하고자 하는데, 어떠한가?"
하니, 정이한이 대답하기를,
"신(臣)이 일찍이 병조의 무비사 좌랑(武備司佐郞)이 되어 군기감의 본감 및 창덕궁(昌德宮)·자문(紫門)의 군기감에 둔 군기를 점검하였는데, 모두 부서지고 벌레가 먹어 손상이 되어서 쓸 만한 것은 겨우 10분의 1이었습니다. 비록 재력(財力)을 많이 써서 새로 만드나, 그 월과의 수가 많지 않으니, 만약 헌 군기를 수리한다면, 들어가는 재력은 적으면서 수보하는 수는 자못 많으니, 공력(功力)은 절약되고 이익(利益)은 갑절이 될 것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네 말이 옳다. 그러나 본감으로 하여금 월과를 멈추고서 헌 군기를 수리하게 하여 시일이 오래되면 관리가 반드시 예사로이 보고서 권독(勸督)에 게을러질 것이다. 나는 자문감(紫門監)에 장인(匠人) 1백여 명을 모으고 본감의 관리를 뽑아서 따로 감역 제조(監役提調)를 정하여, 3일에 한 차례 윤번(輪番)으로 감독하게 하고, 나도 자주 환관(宦官)을 보내어 근만(勤慢)을 살피게 하여, 그 헌 군기를 모두 다 튼튼하고 날카롭게 하고자 한다."
하니, 정이한이 대답하기를,
"갑병(甲兵)을 튼튼하고 날카롭게 하는 것은 군국(軍國)의 우선적인 일인데, 어찌 안녕(安寧)에 버릇 들어서 그 무비(武備)를 해이(懈弛)하게 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의 성상의 하교(下敎)가 윤당(允當)합니다. 그러나 그 공장(工匠)에게는 권려(勸勵)하는 방책이 없어서는 안됩니다. 만약 장번(長番)으로 입역(立役)한다면, 처자(妻子)를 먹일 길이 없으니, 청컨대 의복과 식량을 넉넉히 주고, 또 매양 월말에 수보한 수를 갖추어서 아뢰게 하소서."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그렇다. 군기를 수보하는 일은 네가 오로지 관장(管掌)하도록 하라."
하니, 임금이 이때부터 무비에 마음을 단단히 써서, 모든 군기에 관한 체제를 무신(武臣)에게 물어서 정치(精緻)를 다하기를 기약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책 7권 34장 A면【국편영인본】 6책 387면
- 【분류】군사-군정(軍政) / 군사-병법(兵法) / 공업(工業)
- [註 559]월과(月課) : 매월 부과된 무기 제조.
○庚戌/上引見左承旨鄭而漢曰: "近來聲息不絶, 宜除戎器, 以備不虞, 軍器監所藏古軍器, 折毁零落者頗多, 若不修補, 則終爲無用之器。 予欲姑停軍器監月課, 先修古軍器, 何如?" 而漢對曰: "臣嘗爲兵曹武備司佐郞, 點檢軍器監本監及昌德宮、紫門軍器監所藏軍器, 皆折毁蠱損, 可用者僅十分之一。 雖多費財力, 新造之, 然其月課之數不多, 若修古軍器, 則所入財力少, 而修補之數頗多, 功省而利倍矣。 上曰: "爾言是也。 然使本監, 停月課, 而修古軍器, 則及其日久, 官吏必視以爲常, 怠於勸督矣。 予欲於紫門監聚匠人百餘, 擇本監官吏, 別定監役提調, 三日一次, 輪番監督, 予亦數遣宦官, 以察勤慢, 使其古軍器, 竝皆堅利。" 而漢對曰: "堅利甲兵, 軍國先務, 豈可狃於安寧, 而弛其武備乎? 今上敎允當。 然其工匠不可無勸勵之方。 若長番立役, 則無以畜妻子。 請優給衣糧, 且每月季具修補之數以啓。" 上曰: "然。 軍器修補事, 爾其專掌。" 上自是銳意武備, 凡干軍器體制, 訪諸武臣, 期盡精緻。
- 【태백산사고본】 4책 7권 34장 A면【국편영인본】 6책 387면
- 【분류】군사-군정(軍政) / 군사-병법(兵法) / 공업(工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