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후와 안완경이 승도가 번성하는 폐단을 아뢰다
정사(政事)를 보았다. 예조 판서(禮曹判書) 허후(許詡)와 대사헌(大司憲) 안완경(安完慶)이 승도(僧徒)가 번성하는 것을 극진히 아뢰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미 삭발(削髮)을 금하는 법을 세웠는데, 어찌하여 성(盛)한가?"
하니, 허후가 대답하기를,
"지금 길에서 흔히 삭발한 동자(童子)가 스승을 따라 다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유사(有司)에서 금하지 못하는가?"
하니, 허후가 대답하기를,
"유사에서 금할지라도 형세가 이미 이에 이르렀으므로 진실로 도움이 안됩니다. 또 부녀자는 절에 오르는 것을 심히 금한 이래로 아주 왕래하지 않으며, 몰래 가는 자가 있으면 사람들이 모두 그를 그르게 여겨서, 드디어 아름다운 풍속을 이루더니, 이제는 절에 오르는 부녀자가 점점 많아집니다. 대저 욕심은 남녀 관계보다 더 큰 것이 없어서, 비록 궁궐 사이에서도 오히려 금하기 어려운 수가 있는데, 더구나 거칠고 억센 중이 어찌 지킬 수 있겠습니까?"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그러면 여러 절들을 검찰(檢察)하려고 하는가?"
하니, 대답하기를,
"그렇습니다."
하였다. 허후가 나가자, 임금이 조용히 근신(近臣)에게 이르기를,
"금란(禁亂)하는 서리(胥吏)가 거의 다 무뢰(無賴)한데, 관(官)의 위세를 빙자하여 여러 절을 침노하여 난폭히 굴면 폐단이 작지 않을 것이다."
하니, 우승지(右承旨) 정창손(鄭昌孫)이 말하기를,
"과연 그러한 폐단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법을 세우면 중도 두려워할 것이므로 그리 심하게 방자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하고, 이 말에 이어서 부처를 좋아하는 사람을 금하기를 청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그들이 이미 부처를 옳다고 여겨서 전심(專心)하여 사모한다면 이는 자포자기(自暴自棄)하는 자이니, 비록 금하고자 하여도 어찌할 수가 없을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책 7권 7장 B면【국편영인본】 6책 374면
- 【분류】사상-불교(佛敎) / 정론-정론(政論)
○視事。 禮曹判書許詡、大司憲安完慶, 極陳僧徒之盛。 上曰: "已立剃髮之禁, 何爲盛也? 詡對曰: "今於路上, 多見童子剃髮從師者。" 上曰: "有司不能禁歟?" 詡對曰: "有司雖禁, 勢已至此, 固無益也。 且婦女自痛禁上寺以來, 絶不往來, 如有潛往者, 人共非之, 遂成美風, 今則上寺之婦漸多, 大抵欲莫大於男女, 雖宮闕間, 尙或難禁, 況麤豪之髡, 其可保乎?" 上曰: "然則欲檢察諸寺乎?" 對曰: "然。" 及出, 上從容謂近臣曰: "禁亂之吏, 率皆無賴, 憑藉官威, 侵暴諸寺, 弊必不貲。" 右承旨鄭昌孫曰: "果有其弊。 然立此法, 則僧有所畏, 不甚放恣。" 因言請禁好佛之人, 上曰: "彼旣以佛爲是, 專心慕之, 是自暴自棄者, 雖欲禁之, 不可得也。"
- 【태백산사고본】 4책 7권 7장 B면【국편영인본】 6책 374면
- 【분류】사상-불교(佛敎) / 정론-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