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문종실록 7권, 문종 1년 4월 12일 경진 2번째기사 1451년 명 경태(景泰) 2년

사헌부에서 불사의 금단 및 부녀가 절에 오르는 것을 금할 것을 상소하다

사헌부(司憲府)에서 상소(上疏)하기를,

"신 등이 그윽이 생각하건대 전하께서 여러 번 전교하시기를, ‘내가 불도(佛道)에 현혹(眩惑)되지 않으니, 이제부터 대상(大祥)·소상(小祥) 이외에는 다시 불사(佛事)를 베풀지 않겠다.’ 하고, 또 승도(僧徒)에 관한 금령(禁令)을 거듭 밝히도록 명하시니, 신 등은 스스로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생각하기를, ‘사탄(邪誕)한 가르침이 아주 없어질 날이 멀지 않았다.’ 하였습니다. 그윽이 듣건대 근일에 용문사(龍門寺)·대자암(大慈庵)에서 불사를 크게 벌였는데, 종실(宗室)의 어른과 대군(大君)들이 실로 이 일을 주간(主幹)하고 친히 상문(桑門)353) 에 갔으니, 누가 성상의 뜻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겠습니까? 실로 전의 교지(敎旨)와 하교(下敎)와 서로 다름을 면하지 못하니, 아마도 한심하게 여길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성상의 밝으신 강단(剛斷)으로써도 그 사이에서 확연하게 스스로 지키지 못하십니까? 부녀(婦女)가 절에 오르는 것을 금하는 법이 《육전(六典)》에 실려 있고, 또 신 등에게 엄히 금지하도록 명하셨는데도 종실의 부인(夫人)과 공주(公主)들이 때로 불사(佛寺)에 왕래함이 있으니, 비록 자취를 지극히 비밀스럽게 한다 할지라도 한 나라의 이목(耳目)을 어찌 다 가리겠습니까? 대저 법령이 행해지지 않는 것은 위에서부터 범하는 까닭이니, 이리하고서도 서민(庶民)이 금령을 범하는 것을 없애기를 바라는 것은 바로 뒷걸음질하면서 앞으로 나아가고자 꾀하는 것과 똑 같습니다.

신 등은 또 듣건대 종실에서 시행하여 일으키면 그 폐단이 국가에서 행하는 것보다 더욱 심하다고 합니다. 대개 국가에서 행하는 것은 늠인(廩人)354) 이 곡식을 날라다 주고 주인(廚人)355) 이 음식을 제공할 뿐인데, 종실에서 하는 경우에는 이미 여러 관부(官府)에 시킬 수 없으니, 사사 사람으로 그 일을 이바지하기에 모자라서 유수(遊手)356) 를 모으고, 이미 여러 부고(府庫)에서 가져갈 수 없으니, 사사로이 베푸는 것으로는 그 비용을 채우기에 모자라서 민간에 의뢰합니다. 이리하여 일을 주선하는 사람이 있고 권문(勸文)357) 이 있게 되며, 방납(防納)358) 하는 무역(貿易)의 품목이 하나뿐이 아닙니다. 하는 일이 이미 넓어지니, 무식한 중들이 연고를 따라 붙좇아 일어나서 온갖 간사한 계책으로 백성들에게서 빼앗아 가는데, 명목은 권선(勸善)이지만 실상은 억지로 빼앗는 것이어서, 진실과 허위가 뒤섞여 종잡아 밝힐 길이 없고, 무리들이 끊임없이 내왕하여 실로 번잡하고 모든 하는 일을 걸핏하면 내지(內旨)359) 라 일컬으므로 그 곳의 관리가 감히 누구냐고 묻지를 못하니, 그 중외(中外)를 흔들고 탄망(誕妄)360) 을 부채질함이 끝이 없습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매와 개를 몰고 숲으로 들어가서 나는 사냥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매와 개를 놓아 보내고서 짐승들이 절로 따르게 하는 것보다 못하고, 그물을 들고 강물에 들어가서 나는 고기잡이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그물을 버려서 남이 절로 믿게 하는 것보다 못하다.’ 하였습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특별히 밝은 하교를 내리시어 모두 금단(禁斷)하게 하여, 한 나라의 신민(臣民)들로 하여금 전하께서 탄망한 설(說)에 현혹되지 않으심을 환하게 알게 하신다면, 심히 다행하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용문사의 불사는 내가 한 것이 아니라, 수양 대군(首陽大君)병인년(丙寅年)361)대고(大故)362) 이후에 이 일을 하려고 한 지 오래 되었거니와, 거기에 드는 물자를 그가 나에게 청하지도 않고, 내가 그를 돕지도 않아서 모두 자기 물자를 내어서 한 것이다. 불사를 금하는 법령이 《육전》에 실려 있는데, 금령을 범한 물건이 있었다면 어찌 금하지 않았겠는가? 대자암의 불사도 내가 한 일이 아니라, 안평 대군(安平大君)이 지난해의 대고(大故)363) 이전부터 뜻은 두고 수행하지 못하였다가, 이제 안거회(安居會)364) 를 베풀고자 한 것을 내가 들었을 뿐이고, 내가 알고서 한 일이 아니다. 또 대군(大君)들이 하는 불사를 내가 막을 수 없음은 너희들도 이미 알 것이다. 부녀가 절에 오르는 것을 금하는 법령을 전에 너희들이 공주(公主)의 목욕(沐浴) 행차가 절에 오를까 염려하여 금약(禁約)을 다시 밝혔으니, 이제 만약에 이러한 금령을 범하는 사람이 있다면 너희들이 마땅히 스스로 살펴서 밝혀야 할 것인데, 어찌하여 반드시 번거롭게 청하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책 7권 5장 B면【국편영인본】 6책 373면
  • 【분류】
    사상-불교(佛敎) / 사법-법제(法制) / 정론(政論)

  • [註 353]
    상문(桑門) : 불문.
  • [註 354]
    늠인(廩人) : 공름(公廩)에서 일하는 사람.
  • [註 355]
    주인(廚人) : 주방(廚房)에서 일하는 사람.
  • [註 356]
    유수(遊手) : 일정한 직업이 없이 놀고 있는 사람.
  • [註 357]
    권문(勸文) : 백성들에게 권유하는 글.
  • [註 358]
    방납(防納) : 백성들이 그 지방에서 산출되는 토산물로 공물(貢物)을 바치는데, 농민이 생산할 수 없는 가공품이나 토산이 아닌 공물을 바쳐야 할 경우에 공인(貢人)들이 공물을 대신 바치고 그 값을 백성에게 갑절이나 받던 일.
  • [註 359]
    내지(內旨) : 임금이 은밀히 내린 명령.
  • [註 360]
    탄망(誕妄) : 허탄하고 망령됨.
  • [註 361]
    병인년(丙寅年) : 1446 세종 28년.
  • [註 362]
    대고(大故) : 소헌 왕후(昭憲王后)의 죽음.
  • [註 363]
    대고(大故) : 세종 대왕(世宗大王)의 상사(喪事).
  • [註 364]
    안거회(安居會) : 중이 일정한 기간 동안 외출하지 않고 한데 모여 수행하는 것.

○司憲府上疏曰:

臣等竊惟, 殿下屢傳: "予非惑於佛道, 自今大、小祥外, 不復設佛事", 且命申明僧徒之禁, 臣等不勝私慶, 以爲 ’邪誕之敎, 斷絶有日。’ 竊聞, 近日龍門大慈, 佛事大張, 宗室長君, 實幹是事, 親往桑門, 誰知不出於聖意乎? 實與前旨, 未免相異, 竊恐寒之者, 多。 雖以聖明之剛斷, 而不能確然自堅於其間也? 婦女上寺之禁, 載在《六典》, 又命臣等, 嚴加禁抑, 而宗室夫人、公主, 時有往來佛宇, 雖極秘跡, 一國耳目, 安能盡掩? 夫令之不行? 自上犯之, 如是而求絶庶民之犯禁, 正猶却行而圖前。 臣等又聞 ‘宗室之有所施作, 其弊尤甚於國行。’ 蓋國行, 則不過廩人輸穀, 廚人供膳而已, 宗室之有所爲也, 旣不能令諸官府, 則私人不足供其事, 而募諸遊手, 旣不能取諸府庫, 則私施不足充其用, 而賴諸民間。 於是乎有幹事焉, 有勸文焉, 防納貿易, 其目非一, 營爲旣廣, 無識僧徒, 因緣附起, 奸計百端, 侵剝生民, 名爲勸善, 實則刦掠, 眞僞復混, 綜覈無由, 絡繹旁午, 寔繁有徒, 凡其所爲, 動稱: "內旨", 所在官吏, 無敢誰何, 其爲動搖中外, 扇颺誕妄, 無有紀極。 古人云: "驅鷹犬而赴林藪曰: ‘我非獵也’, 不如放鷹犬而獸自馴, 操網罟而入江湖曰: ‘我非漁也’, 不如捐網罟, 而人自信。" 伏望, 特下明敎, 竝令禁斷, 使一國臣民, 昭然知殿下不惑於誕妄之說, 不勝幸甚。

上曰: "龍門佛事, 非予爲之, 首陽自丙寅大故以後, 欲爲此擧者久矣, 其所需之資, 彼不請予, 予不助彼, 皆出己資而爲之。 佛事之禁, 載在《六典》, 如有犯禁之物, 則豈不禁哉? 大慈佛事, 亦非我之所爲, 安平自去年大故之前, 有志而未遂, 今欲設安居, 予但聞之而已, 非予知之而爲之也。 且大君所爲佛事, 予不能禁, 若等已曾知之矣, 婦女上寺之禁, 則前者若等因公主沐浴之行, 慮恐上寺, 申明禁約。 今若有此等犯禁之人, 則若等當自糾覈, 何必煩請?"


  • 【태백산사고본】 4책 7권 5장 B면【국편영인본】 6책 373면
  • 【분류】
    사상-불교(佛敎) / 사법-법제(法制) / 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