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하고 경연에 나아가다
정사를 보고, 윤대(輪對)하고, 경연(經筵)에 나아갔다. 이때 어떤 석불(石佛)이 풀 속에 묻혀 버려져 있었는데, 중이 이를 찾아내어 사람을 속여 말하기를,
"꿈에 부처님이 내게 고하기를, ‘내가 아무 곳에 몇 해를 묻혔는데, 네가 만약 나를 드러내어 높이면 내가 장차 너에게 복을 주겠다.’고 했는데, 내가 과연 찾았다고 하니, 사람들이 듣고 이상히 여겨서 서로 말을 전하고 미혹(迷惑)되어 쌀과 곡식을 싸 가지고 몰려 와서 다투어 자기 욕망을 원장(願狀)262) 에 써서 기도하였는데, 더러는 음부(淫婦)가 그 남편을 싫어하는 자도 있고 혹 양가(良家)의 부녀가 쌀을 올리며 아들 낳기를 기도하는 일까지 있었는데, 중이 손으로 쌀을 집어 부녀의 품속에 넣고 말하기를,
"부처님이 아들을 내려 준다."
하였다. 이리하여 중이 한 달에 쌀 몇 섬과 기름 몇 말을 얻으니 동지경연(同知經筵) 안완경(安完慶)이 아뢰기를,
"홍제원(洪濟院)에 전에 석불(石佛)이 있어 흙 속에 묻혀 있었는데, 중 희탄(希坦)이란 자가 이것을 세우고 속이기를 영험하다고 하였으므로 성안 남녀들이 다투어 달려가 구름처럼 모여서 소원을 기도하니, 청컨대 철거(撤去)하소서. 지금 석불을 위해 숭신(崇信)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근교(近郊)의 여러 산에 부녀들이 절에 올라가는 자가 얼마인지 알 수 없을 만큼 많으니, 의당 규적(糾摘)263) 할 일이지만 세종께서 금지한 바이니 행할 수 없습니다. 석불은 곧 묻어서 요사한 말이 일어남을 그치게 함이 가합니다."
하고, 안완경(安完慶)이 또 아뢰기를,
"대개 인재를 올려 쓰는 것은 은혜가 위에서 나오므로 비밀이 중합니다. 이제 경외(京外)의 천거하는 글을 어람(御覽)한 뒤에 승정원(承政院)에 내리니, 승정원은 조정 관리들이 모이는 곳이므로 사람들은 모두 아무가 나를 추천한 주인이 되는 것을 알고, 드디어 은권(恩權)이 아래로 옮기게 되어 대체(大體)에 어긋남이 있으니, 청컨대 들이거든 밖으로 나오지 말게 하소서."
하였다. 임금이 말하기를,
"추천한 글이 복잡하여 기억하기 어렵기 때문에 승정원에 명하여 초록(抄錄)해 아뢰라고 하였더니, 경의 말이 옳다. 내가 마땅히 비밀로 하겠다."
하였다. 승정원에 전교(傳敎)하기를,
"석불(石佛)을 절에 옮겨 놓는 것이 어떻겠는가?"
하니, 모두 말하기를,
"도로 묻는 것이 마땅합니다."
하니, 임금이 그대로 따라서 사헌부 장령(司憲府掌令) 나홍서(羅洪緖)에게 명소(命召)하여 묻게 하고, 얼마 후에 승정원에 전교하기를,
"혜빈(惠嬪)이 청하기를, ‘첩도 중인데 이제 석불(石佛)을 묻는다는 말을 듣고 마음에 미안하니, 첩에게 주기를 원합니다.’ 하니, 사헌부에 말하여 묻지 말게 하라."
하였다. 나홍서(羅洪緖)가 이 명을 듣고 다시 청하지 않았으며, 또 동료들에게도 의논하지 아니하고 곧 대졸(臺卒)을 보내어 파내어 이튿날 옮겨 놓았는데, 동료들도 또한 다시 청하지 않았다. 후에 혜빈(惠嬪)이 있는 불당(佛堂)에 옮겨 놓고, 심히 공경하여 받들기를 더욱 부지런히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책 6권 23장 A면【국편영인본】 6책 365면
- 【분류】인사-관리(管理) / 사상-불교(佛敎)
○辛亥/視事, 輪對, 御經筵。 時有石佛, 埋棄蓁荒間, 僧得之, 詭語人曰: "夢有佛告我云: ‘我埋在某地幾年, 汝若尊現我, 我將福汝。’ 我果尋得之。" 人聞而異之, 轉相誑惑, 賫米穀坌集, 競以所欲, 書願狀祈禱。 至有淫婦厭勝其夫者, 或良家婦女, 薦米祈嗣, 僧手自捻米, 納婦女懷中曰: "佛賜子也。" 於是僧月得米數石、油數斗。 同知經筵安完慶啓: "洪濟院前有石佛, 埋土中, 有僧希坦者立之, 詭以爲靈異, 都中士女, 競趨雲集, 立願祈禱。 請撤去。 今爲石佛崇信尙然, 近郊諸山婦女上寺者, 不知幾人, 宜當糾摘, 然世宗所禁, 不可行也。 石佛則可瘞之, 以止邪說之興。" 完慶又啓: "大抵進用人才, 恩出於上, 貴乎秘密。 今京外薦擧書, 御覽後, 下承政院, 承政院, 則朝士所萃, 故人皆知, 某也爲我之擧主, 遂至恩權下移, 有違大體。 請內而不出。" 上曰: "薦書汗漫難記, 故命承政院, 抄錄以啓。 卿言然矣。 予當秘之。" 傳敎承政院曰: "移置石佛于山寺, 何如?" 僉曰: "宜還瘞之。" 上從之。 命召司憲掌令羅洪緖, 令瘞之。 旣而傳敎承政院曰: "惠嬪請云: ‘妾亦僧也, 今聞瘞石佛, 於心未安。 願以賜妾。’ 其語憲府, 勿瘞之。" 洪緖聞命, 不更請, 又不議同僚, 卽遣臺卒, 掘出之, 翼日移(病)〔置〕 , 同僚亦不更請。 後惠嬪迎置所居佛堂, 甚加禮敬, 奉供益勤。
- 【태백산사고본】 3책 6권 23장 A면【국편영인본】 6책 365면
- 【분류】인사-관리(管理) / 사상-불교(佛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