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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종실록 2권, 문종 즉위년 7월 16일 무오 1번째기사 1450년 명 경태(景泰) 1년

사헌부에서 신미의 칭호가 부당함을 상소하다

사헌부(司憲府)에서 상소하기를,

"이달 초6일 정비(政批)518) 로 중 신미(信眉)를 선교 도총섭(禪敎都摠攝) 밀전 정법(密傳正法) 비지 쌍운(悲智雙運) 우국 이세(祐國利世) 원융 무애(圓融無礙) 혜각 존자(慧覺尊者)로 삼았으니, 놀라움을 이기지 못하여 여러 번 망령된 말을 진달해서 천위(天委)를 더럽혔으나, 아직 청한 것을 얻지 못하였습니다. 장령(掌令) 신 하위지(河緯地)가 특별히 인견(引見)하심을 받아, 성유(聖諭)가 순순(諄諄)하고 간절하였으며, 신 등도 또한 성의를 갖추 살피었습니다. 그러나 의혹이 없지 못하여 또 천총을 더럽힙니다. 성유에 말씀하시기를, ‘나는 이 일이 그른 것을 알지 못한다.’ 하시었으니, 신 등이 더욱 의혹을 풀지 못하여, 간담(肝膽)을 피력(披瀝)하여 두번 세 번에 이르러 그치지 않는 것입니다. 대저 사(邪)와 정(正)은 양립(兩立)할 수 없고 시(是)와 비(非)는 자리를 바꿀 수 없습니다. 사와 정이 양립하면 반드시 시비(是非)가 자리를 바꾸게 되고, 시비가 자리를 바꾸면 일이 모두 거꾸로 시행하게 되는 것이니, 이같이 되고서 위란(危亂)에 이르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지금 전하께서는 다만 사설(邪說)을 배척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간사한 중을 존숭하여 아름다운 칭호를 주시니, 이것이 어찌 시비(是非) 자리를 바꾸지 않은 것입니까? 오히려 여러 사람의 말을 거절하고, 심지어 그 그른 것을 알지 못한다 하시니, 이것은 신 등이 의혹을 풀지 못하는 것입니다.

대저 대간(大姦)은 곧은 것 같이 하고, 대탐(大貪)은 청렴한 것 같이 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그 간사하고 탐하는 것을 알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참으로 간사하고 탐하는 자입니다. 간사한 중 신미(信眉)는 망혜(芒鞋)와 굴갓으로 갈 때는 반드시 걸어다니고, 소리를 나지막하게 하고 얼굴을 꾸미며, 혹은 밤에 자지 않고 거짓을 꾸며 믿음을 취하였는데, 선왕이 승하하신 처음을 당하여 대소(大小)가 분주하고, 비록 종친(宗親)과 대신(大臣)의 늙고 병든 자까지도 모두 말에서 내려 걸어서 외정(外庭)에 나오는데, 이 중은 편안히 말을 타고 조사(朝士)를 밀치고 바로 궐문으로 들어오니, 보는 사람이 누가 통분하지 아니하겠습니까? 이것뿐만 아니라, 주어도 받지 않고, 얻은 것은 곧 다른 사람에게 주어, 청렴하고 욕심 없는 것 같이 하다가, 세력이 커지자 병을 치료한다 하고 멀리 온천(溫泉)에 가는데 사람을 써서 가마를 메고 역전(驛傳)하여, 현읍(縣邑)이 분주하여도 그 번거로움을 걱정하지 않고, 사녀(士女)가 다투어 모여서 시사(施舍)하여도 퇴각하지 아니하였습니다. 처음에는 조심하고 삼가는 체 하였으나 얼마 안 가서 거만하여지고, 처음에는 청렴하고 간결한 체 하였으나, 얼마 안 가서 만족하지 아니하는 데에 이르렀습니다. 온 세상이 모두 그 간사하고 탐하는 것을 아는데, 오직 전하께서만 그 언어와 용모를 믿고, 그 거짓을 깨닫지 못하고, 도리어 존숭하여 세상에 보이니, 이것이 신미가 참으로 간사하고 탐하는 자가 되는 까닭입니다. 가령 신미로 하여금 1년 동안 말을 하지 않고 밤새 자지 않고, 진실로 공근(恭謹)하고 욕심이 없다 하더라도, 또한 국가에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이것이 또한 신 등이 의혹을 풀지 못하는 것입니다.

대저 아름다운 칭호로 높이는 것은 반드시 높일 만한 사실이 있는 연후에 가(可)한 것입니다. 그러나 요(堯)순(舜)에게, 순(舜)우(禹)에게 천하를 주었고, 탕(湯)이윤(伊尹)에게, 무왕(武王)태공(太公)에게 모두 배웠으니, 존숭하고 추중(推重)할 만한 사실이 있지마는, 아름다운 칭호를 올렸다는 것은 듣지 못하였습니다. 후세에 이르러, 인신(人臣)이 그 임금을 아름답게 추존하기 위하여 처음으로 아름다운 글자를 주어 모아서 미호(美號)를 만든 자가 있으나, 오히려 공론의 취한 바가 되지 못하였는데, 하물며 임금으로서 간사한 중에게 주는 것이 옳습니까? 이것이 신 등이 의혹을 풀지 못하는 것입니다. 대저 인주(人主)와 정치를 의논하여 나라를 보전하고 백성에게 혜택을 주고 세상을 태평하게 하는 사람은 현인과 군자인데, 지금 우국 이세(祐國利世)가 도리어 한 간사한 중에게 돌아갔으니, 신 등은 이 중이 나라를 복되게 한 것이 무슨 일이며, 세상을 이롭게 한 것이 무슨 일인지 알지 못하는데, 전하는 이것으로 추중(推重)하여 아름답게 하려고 하십니까? 이것이 신 등이 의혹을 풀지 못하는 것입니다. 대저 시비를 일찍 분변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반드시 처리하기 어려운 데에 이릅니다. 지금 전하의 즉위한 처음을 당하여 좋은 정령을 내어 어짐[仁]을 베풀고, 이익을 일으키고 폐해를 제거할 때인데, 첫 머리로 급급히 간사한 중을 추미(推美)하시니, 이것이 신 등이 의혹을 풀지 못하는 것입니다.

대저 일이 허문(虛文) 같으나 실해(實害)를 가져오는 것이 있습니다. 지금 한 중에게 칭호를 주는 것이 정치의 득실에 관계가 없는 것 같으나, 그러나 위에서 좋아하는 것이 있으면 아랫사람은 더욱 심합니다. 일국 신민이 전하가 첫 정사에 특별히 간사한 중을 높이는 것을 보고 장차 말하기를, ‘숭봉(崇奉)하는 것이 지성에서 나왔다.’ 하고, 미연(靡然)히 따라가면, 그 폐단이 반드시 말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니, 어찌 허문(虛文)이 정치에 관계가 없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이 신 등이 의혹을 풀지 못하는 것입니다. 대개 큰 환(患)이 되는 일은 적은 데서부터 시작되는데, 시작할 때에는 속히 분별할 것이 없다 하고, 이미 이루어지면 고칠 수 없다 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일이 날로 그릇되어 다시 바로잡을 때가 없는 것입니다. 옛말에 이르기를, ‘사람이 누가 허물이 없을까마는, 허물이 있어도 능히 고치면 이보다 더 착한 것 없다.’고 하였습니다. 지금 전하의 성명(聖明)하심으로 어찌 불설(佛說)이 간사하고, 간승을 존숭하는 것이 그른 줄 알지 못합니까? 이것이 신 등이 의혹을 풀지 못하는 것입니다.

대저 훈(薰)519)유(蕕)520) 를 한 그릇에 두면, 끝내는 반드시 악취를 남기고, 사설(邪說)이 행하면 정도(正道)가 밝아지지 못하는 것이니, 이것은 필연의 이치입니다. 그러므로 정도를 밝히고자 하는 이는 반드시 사설을 배척하기에 급급하며 그래도 사설이 정도를 이길까 두려워합니다. 어찌 사(邪)와 정(正)을 양립하게 하고, 혼연(混然)이 가운데서 처할 수 있습니까? 소위 사설이라는 것은 불교보다 더 심한 것이 없는데, 전하께서 배척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처하고 있으니, 이것이 신 등이 의혹을 풀지 못하는 것입니다. 대저 요망한 술법으로 천하를 어지럽히려고 하는 자는, 혹은 세상 사람이 믿고 혹하는 것으로 인연하여 인주(人主)의 존숭을 받고, 혹은 인주의 존숭하는 것을 끼고, 아래로 세상 사람의 믿고 혹하는 것을 가졌으니, 이것을 가지고 간교한 짓을 하면, 무엇이든 하지 못하겠습니까? 지금 신미는 비록 여기에 이르지는 아니하였으나 어찌 후일에 신미보다 더한 자가 이것을 계기로 잇따라 나타날지를 알겠습니까? 이것이 신 등이 의혹을 풀지 못하는 것입니다. 대저 계신(戒愼) 공구(恐懼)하는 마음이 간절하면, 자연히 허문(虛文)과 무익(無益)한 일에 손댈 겨를이 없습니다. 보통 사람에 있어서도 또한 마땅히 계신(戒愼) 공구(恐懼)하는 데 간절하여야 하거든, 하물며 인군은 조종(祖宗)의 업(業)을 이어 만민의 주인이 되어, 종사의 안위(安危)와 국가의 치란(治亂)과 민생의 휴척(休戚)이 모두 한 몸에 매어 있으니, 계신(戒愼)과 공구(恐懼)하는 마음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이 마음이 만일 한 번 허문(虛文)과 무익(無益)한 일에 사역(使役)이 되면, 계신과 공구하는 마음이 장차 날로 약해지고 날로 잊혀질 것입니다. 전하께서는 이 일이 계구(戒懼)에 관계가 없다고 하시니, 이것이 신 등이 의혹을 풀지 못하는 것입니다. 신 등이 반복하여 생각하여도 의혹을 풀지 못할 것이 한 가지가 아니니, 참으로 이 일이 부득이한 데에서 나왔는지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전하께서는 확연히 강한 결단을 돌이켜, 특별히 유윤을 내리시어 성명(成明)을 거두어 불사르고, 간승을 외방에 물리쳐 신민(臣民)의 보고 듣는 것을 새롭게 하여 국가 만세의 계책을 삼으시면, 다행함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하였다. 소(疏)가 올라오니, 임금이 말하기를,

"이것이 모두 전일에 이미 아뢴 일이다. 내가 처음에 대신과 더불어 의논하여 한 것인데, 너희들이 어찌 그리 고집하는가?"

하였다. 장령(掌令) 하위지(河緯地)가 아뢰기를,

"정치를 하는 데는 사정(邪正)을 분별하는 것보다 더 큰 것이 없습니다. 사정을 분별하지 않고 다만 대신의 의논만 따르니, 신 등은 두려움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드디어 함원전(含元殿)에 나와서 하위지를 인견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34장 A면【국편영인본】 6책 255면
  • 【분류】
    사상-불교(佛敎) / 인물(人物) / 정론-정론(政論)

  • [註 518]
    정비(政批) : 임금의 비답(批答).
  • [註 519]
    훈(薰) : 향기나는 풀.
  • [註 520]
    유(蕕) : 썩은 냄새나는 풀.

○戊午/司憲府上疏曰:

本月初六日, 批僧信眉爲禪敎都摠攝密傳正法悲智雙運祐國利世圓融無礙慧覺尊者, 不勝驚駭, 累陳瞽說, 瀆冒天威, 尙未得請。 掌令臣河緯地, 特被賜見, 聖諭諄切, 臣等亦得備審聖意。 然不能無惑, 又瀆天聰。 聖諭以爲: "予未知是事之爲非。" 臣等尤不能解惑, 披瀝肝膽, 至再三而不自已也。 夫邪正, 不可以兩立, 是非, 不可以易位。 邪正兩立, 則必至是非易位, 是非易位, 則事皆倒行逆施, 如此而不至於危亂者, 未之有也。 今殿下, 非但不斥邪說, 反尊崇姦僧, 加以美號, 幾何而不至於是非易位哉? 猶且堅拒衆言, 至謂不知其非, 此臣等所以不能解惑者也。 夫大姦若直, 大貪若廉, 使人不知其爲姦貪者, 是眞姦貪也。 姦僧信眉, 芒鞋葦笠, 行必徒步, 低聲歛容, 或夜不眠, 飾詐取信, 而當先王晏駕之初, 大小奔走, 雖至宗親大臣之老病者, 皆自下馬, 栍步就外庭, 而是僧安然騎馬, 排突朝士, 直入闕門, 見之者, 孰不痛憤哉? 非特此也。 與之不受, 所得輒施, 若爲廉簡無欲者, 及其勢張, 乃稱治病, 遠就溫井, 至用人擡轎, 傳驛縣邑奔走, 而不恤其煩, 士女爭集施舍, 而不之却。 初爲小謹, 而已至於偃蹇, 初爲廉簡, 而已至於無厭。 擧世皆知其姦貪, 獨殿下信其言語、容貌, 而不覺其詐, 反尊崇之, 以示於世, 此信眉所以爲眞姦貪也。 縱使信眉, 終年不言, 終夜不眠, 誠爲恭謹無欲, 亦何益於國家哉? 此臣等所以不能解惑者也。 夫崇以美號者, 必有可崇之實, 然後可也。 然之於, 之於, 授以天下, 之於伊尹, 武王之於太公, 皆其所學焉, 其尊崇推重, 固有其實, 而未聞加以美號。 至後世人臣, 欲推美其君, 始有捃拾爲美號者, 猶不得爲公論所取, 況以人主, 而加於姦僧可乎? 此臣等所以不能解惑者也。 夫人主, 所與共治, 保國澤民, 措世昇平者, 賢人君子也, 今以祐國利世, 反歸之於一姦僧, 臣等未知此僧所祐於國者何事, 所利於世者何事, 而殿下必欲以是推美之乎? 此臣等所以不能解惑者也。 夫是非不辨之於早, 則終必至於難圖。 今當殿下卽位之初, 發政施仁, 興利除弊之時, 而汲汲然, 首事於推美姦僧, 此臣等所以不能解惑者也。 夫事有似虛文, 而致實害者。 今加號一僧, 若無與於政治之得失矣, 然上有好者, 下必有甚焉。 一國臣庶, 見殿下初政, 特尊姦僧, 將以爲崇奉, 出於至誠, 靡然趨風, 弊必至於不可勝言矣。 豈可謂虛文, 無與政治乎? 此臣等所以不能解惑者也。 夫事之大患, 始於幾微, 而謂不足辨, 終於已成, 而謂不可改。 此事之所以日非, 而無時復正者也。 古語云: "人孰無過, 過而能改, 善莫大焉。" 今以殿下之聖明, 豈不知佛說之爲邪, 尊崇姦僧之爲非耶? 此臣等所以不能解惑者也。 夫薰蕕同器, 終必遺臭; 邪說行, 而正道不明, 此必然之理也。 故欲明正道者, 必急於辟邪說, 而猶懼邪說之勝正。 豈可使邪正兩存, 而混然中處乎? 所謂邪說, 莫甚於佛, 而殿下乃欲不闢、不好, 處之自然, 此臣等所以不能解惑者也。 夫欲以妖術亂天下者, 或因世人之信, 惑以致人主之尊崇, 或因人主之尊崇, 以致世人之信惑, 然後得售其姦。 上挾人主之尊崇, 下取世人之信惑, 以是而爲姦, 何所不可? 今信眉, 雖不能至此, 安知後日, 有甚於信眉者, 因此而繼踵乎? 此臣等所以不能解惑者也。 夫戒愼恐懼之心切, 則自然不暇及於虛文無益之事。 在凡人, 亦當切於戒愼恐懼, 況人君, 繼祖宗之業, 爲萬民之主, 宗社安危, 國家治亂, 民生休戚, 皆係乎一身, 而可無戒愼恐懼之心乎? 此心苟一役於虛文無益之事, 則戒愼恐懼之心, 將日渝而日忘矣。 殿下以爲此事, 無預於戒懼, 此臣等所以不能解惑者也。 臣等反覆思之, 不能解惑, 非敢執一, 誠未知是事之出於不得已也。 伏望殿下, 廓回剛斷, 特賜兪允, 收其成命而焚之, 屛姦僧於外, 以新臣民之視聽, 以爲國家萬世之計, 不勝幸甚。

疏上, 上曰: "此皆前日已啓之事。 予初與大臣擬議爲之, 若等何其固執?" 掌令河緯地啓: "爲治莫大於辨邪正。 不辨邪正, 但從大臣之議, 臣等不勝惶懼。" 上遂御含元殿, 引見緯地


  • 【태백산사고본】 1책 2권 34장 A면【국편영인본】 6책 255면
  • 【분류】
    사상-불교(佛敎) / 인물(人物) / 정론-정론(政論)