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서가 올린 변방 방비의 상소를 의정부에 의논하게 하다
김종서(金宗瑞)가 상서(上書)하여 변사(邊事)279) 를 논하니 의정부(議政府)에 내려서 이를 의논하게 하였다. 이때 달달(韃靼)280) 의 탈탈왕(脫脫王)은 광녕(廣寧)과 요동(遼東)의 가까운 지역에 군사를 주둔(駐屯)시키고 야선(也先)281) 은 대동성(大同城) 밖에 주둔하고 있으니, 이만주(李滿住)282) 등 여러 종족(種族)의 야인(野人)이 모두 그들에게 투항(投降)하고서 성언(聲言)하기를, 장차 요동(遼東)을 공격하고 우리 나라까지 칠 것이라고 하였다. 이때 평안도(平安道)에서는 성(城)을 쌓는 일에 시달리고, 잇따라서 기근(飢饉)과 질역(疾疫)이 발생하여 사망(死亡)하고 유리(流離)한 사람이 절반 이상이나 되어 민생(民生)이 쇠잔 피폐(疲弊)하고 병마(兵馬)가 피곤하고 쇠약하여졌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이만주(李滿住)가 우리에게 감정이 있으니, 만약 적(賊)을 이끌고 휘몰아 들어온다면 어찌할 수가 없을 것이다.’고 하면서 여러 사람의 마음이 어수선하였다. 김종서(金宗瑞)는 전일에 평안도에 있으면서 그 폐단을 눈으로 직접 보았기 때문에 성(城)을 쌓는 일을 그만두고 백성의 힘을 휴식(休息)시켜 주군(州郡)의 성보(城堡)를 수축하여 요해지(要害地)를 방비하기를 청하였으나, 의정부에서 이를 저지(沮止)시켰다. 이때에 이르러 김종서가 다시 상서(上書)하여 이 일을 말하니, 영의정(領議政) 하연(河演)은 상서(上書)를 접어두고 보지도 않았다. 좌의정(左議政) 황보인(皇甫仁)이 말하기를,
"우리 나라는 산천(山川)이 험고(險固)하고, 야선(也先)은 목적이 중원(中原)에 있는데, 어찌 능히 갑자기 우리 국경에 올 수 있겠습니까?"
하니, 김종서(金宗瑞)는 말하기를,
"하루 아침에 적(賊)의 기병(騎兵)이 압록강(鴨綠江)에 도착된 뒤에야 비로소 계획을 세우려 하는 것입니까?"
하였다. 무릇 국사(國事)를 의논할 적엔 3인이 항상 주장하는 이론이 본래 스스로 같지 않았는데, 지금 변사(邊事)를 의논함에 있어서도 이론의 다름이 이와 같았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35장 A면【국편영인본】 6책 232면
- 【분류】군사-관방(關防) / 군사-군정(軍政) / 외교-원(元) / 외교-야(野) / 정론-정론(政論)
- [註 279]변사(邊事) : 변방을 방비하는 일.
- [註 280]
달달(韃靼) : 몽고의 한 갈래 타르타르(Tartar) 부(部).- [註 281]
야선(也先) : 몽고의 와라부(瓦剌部:Oilat)의 추장 에샌부카(Essenbuka).- [註 282]
이만주(李滿住) : 여진족(女眞族)의 추장(酋長).○金宗瑞上書, 論邊事, 下議政府議之。 時韃靼 脫脫王, 屯兵廣寧、遼東近地, 也先屯大同城外, 李滿住等諸種野人, 皆投于彼, 聲言將擊遼東, 以及我國。 時平安道, 困於築城, 仍之饑饉疾疫, 死亡流移者過半, 民生殘弊, 兵馬疲弱。 人言: "滿住有憾於我, 若引賊長驅, 則無如之何?" 群情恟恟。 宗瑞前在平安, 目擊其弊, 請罷築城休民力, 修州郡城堡, 以備要害, 政府沮之。 至是, 宗瑞復上書言之, 領議政河演, 廢書不觀。 左議政皇甫仁曰: "我國山川險固, 也先志在中原, 安能遽至我境?" 宗瑞曰: "一朝賊騎至鴨綠, 然後始爲之謀乎?" 凡論國事, 三人持議, 本自不同, 今議邊事, 同異若此。
- 【태백산사고본】 1책 1권 35장 A면【국편영인본】 6책 232면
- 【분류】군사-관방(關防) / 군사-군정(軍政) / 외교-원(元) / 외교-야(野) / 정론-정론(政論)
- [註 2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