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서를 맞이할 때 오배 고두례를 행하지 않는 까닭을 사신들에게 전하다
사신이 김하(金何)에게 이르기를,
"《홍무예제(洪武禮制)》에는 문밖에서 조서를 맞이함에 오배 고두례(五拜扣頭禮)를 행하게 되어 있는데, 이제 조서를 맞이하는 의식에는 다만 몸을 굽혀서 맞이한다 하였으니 어디에 근거한 것인가."
하니, 하(何)가 아뢰기를,
"역대의 글[書撰]을 상고하여 이 의식을 행한 지 벌써 오래입니다."
하였다. 사신이 말하기를,
"역대의 일이 시왕(時王)의 제도만 같지 못합니다."
하매, 이에 이계전(李季甸)에게 명하여 가서 사신에게 이르게 하기를,
"교영(郊迎)하여 오배례(五拜禮)를 행함이 마땅하오나, 번국(藩國)의 의주(儀注)에는 문밖에서 조서를 맞이할 때 절하는 예식이 없고, 고황제(高皇帝)께서 이 글을 반포하신 이래 우리 나라에서는 모두 이 예식을 준행하였습니다."
하니, 사신이 말하기를,
"지금 그 글이 있습니까."
하매, 즉시 내어 보인즉, 두 사신이 보고 나서 서로 눈짓하며 말하기를,
"우리들은 《홍무예제(洪武禮制)》만을 보았고 이 글이 있는 줄은 알지 못하였소. 매우 마땅하오. 다만 지금의 의주(儀注)에는 국궁(鞠躬)하는 절차가 있는데 이 글에는 이것이 없구료."
하니, 계전(季甸)이 말하기를,
"천자(天子)의 명(命)을 공경하여 감히 서서 맞이할 수 없으므로, 다시 이 국궁(鞠躬)의 일절(一節)을 더한 것입니다."
하매, 사신이 말하기를,
"말하는 바가 옳다."
하였다. 이 앞서 원접사(遠接使) 윤형(尹炯)이 칙서(勅書)의 유무(有無)를 묻지 않았으므로, 임금이 계전(季甸)을 시켜 묻기를,
"이 앞서는 하사하는 물건이 있으면 반드시 칙서(勅書)가 있었는데, 지금은 칙서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지 못하겠고, 사물(賜物)을 받는 절차는 어떻게 할 것입니까."
하니, 사신이 말하기를,
"조서(詔書)도 있고 칙서(勅書)도 있소. 그러나, 조서가 주장되는 것이오."
하였다. 계전(季甸)이 말하기를, "그렇다면 전의 의주(儀注)에 따른 절차는 다한 것입니다." 하매, 사신이 말하기를,
"그렇소."
하였다. 김하(金何)는 중국말을 잘하여 임금이 매우 중하게 여기었다. 그러나, 성질이 크게 과장하기를 잘하여 알지 못하는 것도 억지로 아는 체하였다. 임금이 한번은 쌍성첩운(雙聲疊韻)을 물었더니 그 체(體)도 알지 못하면서 억지로 허튼말로써 대답하였고, 역대의 서찬의주(書撰儀注)를 상고하였다는 것도 역시 억탁(臆度)하여 함부로 말한 것이었다.
- 【태백산사고본】 39책 127권 16장 A면【국편영인본】 5책 162면
- 【분류】외교-명(明) / 인물(人物)
○使臣謂金何曰: "《洪武禮制》, 門外迎詔, 行五拜扣頭禮, 今迎詔儀, 只躬身以迎, 何所據乎?" 何曰: "考歷代書撰, 此儀行之已久。" 使臣曰: "歷代之事, 不如時王之制也。" 於是, 命李季甸, 往謂使臣曰: "郊迎五拜之禮當矣, 然藩國儀注, 門外迎詔, 無拜禮。 自高皇帝頒此書以來, 我國皆遵此禮。" 使臣曰: "今有此書乎?" 卽出示之, 兩使見訖, 相目曰: "我輩只見《洪武禮制》, 未知有此書, 甚當甚當, 但今儀注有鞠躬節次, 此書所無也。" 季甸曰: "敬天子之命, 未敢立迎, 更添此鞠躬一節。" 使臣曰: "所言是也。" 先是, 遠接使尹炯不問勑書有無, 上令季甸問之曰: "前此有賜物, 則必有勑, 今未知勑書有無, 受賜物節次, 何以爲之?" 使臣曰: "有詔有勑, 然詔爲主。" 季甸曰: "然則前儀注盡矣。" 使臣曰: "然。" 金何善華語, 上甚重之, 然性浮誇, 强其所不知以爲知, 上嘗問雙聲疊韻, 不識其體, 而强以妄語對之。 考歷代書撰儀注, 亦臆度而妄言之也。
- 【태백산사고본】 39책 127권 16장 A면【국편영인본】 5책 162면
- 【분류】외교-명(明) / 인물(人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