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에게 대궐 뜰에서만 부축하여 조서를 맞이하게 하겠다고 사신들에게 전하다
안자립(安自立)이 황주(黃州)에서 돌아와 아뢰기를,
"사신이 의주(儀注)를 보고 말하기를, ‘좋다’ 하고, ‘이른바 왕자라는 사람은 세자(世子)의 동모제(同母弟)인가.’ 하기에, ‘그렇습니다.’ 한즉, 사신이 말하기를, ‘전하의 병환이 언제부터 나셨는가.’ 하기에, ‘오래 된 병환이라.’ 하였더니, 또 묻기를, ‘세자의 병환은 언제 시작되었는가.’ 하기에, ‘지난달부터 종기가 났는데 아직껏 낫지 않으셨다.’ 하였고, 사신이 말하기를, ‘전하(殿下)와 세자가 모두 조서를 맞이하지 못한다면 다른날 조정(朝廷)에 돌아가서 장차 무어라고 아뢸 것인가. 이와 같다면 내 장차 조서를 받들고 돌아가겠다.’ 하기에, 신이 세자의 병환이 위독하여 조서를 맞이하실 수 없는 상황을 말했더니, 사신이 말하기를, ‘우리들이 이곳에 머물러서 1년을 지내더라도 세자의 병환이 나은 연후에 입경(入京)하겠다.’ 하고, 또 ‘부축하여 붙들고 나와서 맞이하게 되면 어떠할까.’ 하였습니다."
하였다. 이에 임금이 도승지(都承旨) 이사철(李思哲)로 하여금 의정부에 가서 의논하게 하니, 좌의정 황보인(皇甫仁) 등이 말하기를,
"사신의 말이 매우 사리에 합당하오니 세자께서 전정(殿庭)에 나가시어 조서를 맞이함이 심히 편당(便當)하옵니다."
하매, 임금이 그대로 따라 부윤(府尹) 김하(金何)를 개성(開城)에 보내어 사신에게 말하기를,
"내가 즉위한 지 30여 년에 네 분 황제를 섬기면서 조칙(詔勅)이 이를 때마다 한 번도 몸소 친히 받지 않은 적이 없었는데, 근년 이래로 풍질(風疾)을 앓고 있어 기거(起居)가 불편한 것은 조정에서도 이미 잘 아는 바입니다. 이제 황제께서 새로 보위(寶位)에 오르시고, 사신이 조서를 받들고 왔으나, 내 오래 된 병으로 인하여 몸소 맞이할 수 없으므로 세자로 하여금 조서를 맞이하게 하는 것이 진실로 마땅하나, 세자가 작년 10월 12일에 등 위에 종기가 났는데, 길이가 한 자 가량 되고 넓이가 5, 6치[寸]나 되는 것이 12월에 이르러서야 곪아 터졌는데, 창근(瘡根)의 크기가 엄지손가락만한 것이 여섯 개나 나왔고, 또 12월 19일에 허리 사이에 종기가 났는데, 그 형체가 둥글고 지름이 5, 6치[寸]나 되는데, 지금까지도 아물지 아니하여 일어서서 행보(行步)하거나 손님을 접대하는 것은 의방(醫方)에 꺼리는 바로서 생사(生死)에 관계되므로, 역시 세자로 하여금 조서를 맞이하게 할 수 없습니다. 사세(事勢)가 이에 이르렀으므로 차자(次子)로 하여금 행례(行禮)시키려고 하여, 마음에 부끄럽고 송구(悚懼)하였는데, 이제 부축하여 붙잡고서라도 조서를 맞이하게 할 수 없다고 한 것은 반드시 사람이 부축하여야만 되므로 예절에 어긋날까 염려하여서였습니다. 이제 지시하심을 듣고 감히 따르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마땅히 세자로 하여금 대궐 뜰에서만 부축하여 붙들고 서로 맞이하게 하겠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9책 127권 13장 B면【국편영인본】 5책 161면
- 【분류】군사-관방(關防) / 군사-군역(軍役) / 외교-명(明) / 재정-역(役)
○安自立回自黃州啓曰: "使臣見儀注曰: ‘好。 所云王子者, 世子同母弟乎?’ 曰: ‘然。’ 使臣曰: ‘殿下之疾, 始於何時?’ 曰: ‘宿疾。’ 又問: ‘世子之疾, 始於何時?’ 曰: ‘自前月發腫, 迨未差愈。’ 使臣曰: ‘殿下與世子, 皆不迎詔。 他日還朝廷, 將何以奏乎? 若是則吾將奉詔還歸。’ 臣言世子病篤不堪迎詔之狀, 使臣曰: ‘吾等留此, 雖經年, 待世子病愈, 然後入京。 且扶持出迎何如?’
於是, 上令都承旨李思哲往議於政府, 左議政皇甫仁等曰: "使臣之言, 甚合於理。 世子出殿庭迎命, 甚爲便當。" 上從之, 遣府尹(金河)〔金何〕 于開城, 語使臣曰: "予卽位三十餘年, 歷事四帝, 詔勑之至, 未嘗不躬親祗受, 近年以來, 得患風疾, 起居不便, 亦朝廷所已悉也。 今皇帝新登寶位, 使臣奉詔而來, 予以宿疾, 未能躬迎, 固當使世子迎命。 然世子去年十月十二日, 腫發背上, 長周尺許, 廣五六寸許, 至十二月, 乃得濃潰瘡, 根大如手母指者六箇出。 又於十二月十九日, 腰間發腫, 其體圓而經五六寸許, 至今瘡未合口, 起立行步, 接待賓客, 醫方所忌, 生死所關, 故亦不得令世子迎命。 事勢至此, 乃欲使次子行禮, 心懷愧懼, 今承指揮, 扶持迎命, 心甚喜焉。 前日所以不得令世子迎命者, 須人扶策, 恐涉違禮爾, 今聞指揮, 敢不從之! 當使世子止於闕庭, 扶持迎命。"
- 【태백산사고본】 39책 127권 13장 B면【국편영인본】 5책 161면
- 【분류】군사-관방(關防) / 군사-군역(軍役) / 외교-명(明) / 재정-역(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