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응 대군의 집을 수선하여 주도록 명하다
좌참찬(左參贊) 정분(鄭苯)을 불러 말하기를,
"영응 대군(永膺大君)의 집이 모두 법제에 지나치다고 하니, 내 풍양(豊壤) 이궁(離宮)을 영응(永膺)에게 주고 이 집을 왕세손(王世孫)에게 주려고 하는데 어떻겠는가."
하니, 분(苯)이 아뢰기를,
"이 집은 여러 대군(大君)의 집과 다름이 없고 법제에 지나치지 아니하오니, 청컨대 속히 수선(修繕)하여 영응에게 주소서."
하였다. 이에 정부 대신(政府大臣)을 불러 두루 물으니, 모두 대답하기를 분(苯)의 말과 같이 하므로,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 이 앞서 집현전(集賢殿)과 군자 판관(軍資判官) 조휘(曺彙)가 대군의 저택이 너무 웅장하고 화려하다고 말하여, 임금이 크게 노(怒)해서 정부에 이르기를,
"영응의 집이 여러 아들의 집과 다를 것이 없는데 집현전에서 법제에 넘친다고 말하니, 내가 이궁(離宮)에 맞춰 만들었다가 후세(後世)에 인군(人君)의 노모(老母)로 하여금 거처케 하려고 하며, 다시 영응에게 주지 않을 것이다. 경들은 그리 알라."
하였는데, 이에 이르러 또 물으므로, 정부에서 모두 마음속으로는 법제에 지나친 것을 알면서도 임금의 노하심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에 임금의 마음에 들게 대답한 것이다.
- 【태백산사고본】 39책 125권 7장 A면【국편영인본】 5책 140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건설-건축(建築) / 주생활-가옥(家屋)
○乙巳/召左參贊鄭苯曰: "永膺大君第, 皆以爲過制, 予欲以豐壤離宮賜永膺, 以此家(晹)〔賜〕 王世孫, 何如?" 苯曰: "此第與諸大君第無異, 不爲過制。 請速修繕, 以賜永膺。" 乃召政府大臣歷問之, 皆對如苯言, 上從之。 先是, 集賢殿及軍資判官曺彙以大君第宅窮極壯麗爲言, 上大怒, 謂政府曰: "永膺之家, 與諸子之家無異。 集賢殿以謂踰制, 予欲稱爲離宮, 使後世人君老母居之, 不復賜永膺, 卿等其知之。" 至是又問之, 政府皆心知其過制, 以上怒未已, 故逢迎以對。
- 【태백산사고본】 39책 125권 7장 A면【국편영인본】 5책 140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건설-건축(建築) / 주생활-가옥(家屋)